이윤에 상한이 있는 사업은 원가에서 번다
버스 한 대의 하루 원가 86만원. 서울 버스회사의 손익은 승객이 아니라 이 표의 칸들이 정한다
《대중교통 밸류체인》 시리즈의 4편이다. 2편에서 서울 버스회사의 매출이 승객 수와 분리되어 있고, 손익은 표준운송원가라는 기준표가 정한다는 것을 봤다. 이번 편은 그 표를 연다.
미리 밝혀둔다. 나는 정비공업사와 자동차 검사장을 운영한다. 시내버스 회사와 직접 거래하지는 않지만, 이 글의 후반부에서 다루는 정비비 항목은 내 업의 원가와 같은 재료로 만들어져 있다. 표를 읽는 데 그 경험을 쓴다.
한겨레21이 확인한 수치에 따르면 서울 시내버스 한 대가 하루 운행하는 데 드는 비용, 즉 표준운송원가는 2023년 기준 86만5,353원이다. 준공영제가 시작된 2004년의 44만1,867원에서 두 배 가까이 올랐고, 서울시의 2024년 정산지침에 실린 산정표로는 대형버스 한 대에 하루 89만6,815원(2~12월 기준)까지 갔다. 서울시는 이 표를 기준으로 계산한 총비용에서 운송수입을 뺀 부족분을 재정으로 메운다. 2004년부터 쌓인 재정지원금이 매일노동뉴스 집계로 약 7조원이다. 버스회사 입장에서 이 표는 원가 관리 지침이 아니라 매출표다. 표의 각 칸이 곧 받을 돈이기 때문이다.
원가표에는 두 종류의 칸이 있다
표준운송원가의 항목은 정산 방식에 따라 실비 정산과 표준단가 지급으로 갈리고, 이 구분이 회사의 손익 지도를 그린다. 서울시 표준원가 정산지침에 따르면 원가는 크게 가동비와 보유비로 나뉜다. 가동비는 실제 운행에 따라 붙는 비용으로 운전직 인건비, 연료비, 타이어비가 여기 들어가며 실비로 정산된다. 보유비는 차량을 보유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정비직 인건비, 사무관리직·임원 인건비, 정비비, 차량보험료, 감가상각비, 차고지비, 기타관리비가 들어가고, 상당 부분이 표준단가로 지급된다. 여기에 적정이윤이 별도로 얹힌다.
두 방식의 차이는 간단하다. 실비 항목은 쓴 만큼 받으므로 남길 수 없다. 표준단가 항목은 정해진 금액을 받으므로, 실제 지출을 그보다 줄이면 차액이 남는다. 이윤이 상한에 묶인 사업에서 합법적으로 이윤을 늘리는 유일한 길이 이 차액이다.
칸의 실제 크기를 보자. 서울시 「2024년 시내버스 표준원가에 따른 운송비용 정산지침」의 차량별 일대당 산정표(자율운영 노선, 대형버스, 2~12월 기준)를 정리하면 이렇다.
| 항목 | 대당 하루 표준가액 | 정산 방식 |
|---|---|---|
| 운전직 인건비 (급여·퇴직·복리) | 606,091원 | 한도 내 실비 |
| 연료비 (CNG) | 127,422원 | 표준연비 기준 실정산 |
| 타이어비 | 2,465원 | 운행거리당 표준단가 |
| 정비직 인건비 | 24,893원 | 급여는 한도 내 실비, 복리 등은 표준단가 |
| 사무관리직 인건비 | 28,488원 | 표준단가 |
| 임원 인건비 | 5,449원 | 표준단가 |
| 차량보험료·감가상각·기타유지·기타관리 | 68,612원 | 표준단가 중심 |
| 차고지비 | 8,480원 | 표준가액 |
| 정비비 | 6,915원 | 운행거리당 표준단가 (표는 평균 예시) |
| 적정이윤 (기본 7,200 + 성과 10,800) | 18,000원 | 기본은 지급, 성과는 평가 차등 |
| 합계 | 896,815원 |
공식 이윤부터 보자. 지침 기준으로 대당 하루 기본이윤 7,200원에 성과이윤 10,800원, 합쳐 18,000원이다. 원가 합계의 2% 수준이고, 그나마 이윤의 60%인 성과이윤은 연 1회 경영·서비스 평가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회사가 노력해서 키울 수 있는 공식 이윤의 폭은 좁다. 그런데 같은 매체가 집계한 서울 버스업계의 당기순이익은 연 600억~700억원대이고, 코로나 시기에 운송적자가 2~3배로 불었을 때도 재정지원금이 함께 불어나 순이익은 오히려 늘었다. 좁은 공식 이윤과 안정적인 순이익 사이의 간격. 그 간격이 표준단가 칸에서 나온다.
차액은 어느 칸에서 자라는가
가장 선명하게 확인된 칸은 정비직과 사무관리직 인건비다. 매일노동뉴스가 서울시 자료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버스회사들이 표준운송원가에서 정비직·사무관리직 인건비 명목으로 받은 돈과 실제 지급한 인건비의 차액이 2019~2022년 4년간 연평균 271억원, 누적 약 1,000억원이다. 표에는 정비사 몇 명분의 인건비가 잡혀 있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적게 고용하거나 낮게 지급하고, 차액은 회사에 남는 구조다.
규칙이 이 논란을 따라 움직인 흔적도 지침에 남아 있다. 2024년 정산지침은 정비직·사무관리직·임원 인건비를 표준단가로 지급하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정비직 급여만은 "표준단가를 한도로 하여 실제 발생한 금액을 정산"하도록 따로 못 박았다. 차액이 가장 크게 벌어졌던 칸이 실비 한도 방식으로 옮겨진 것이다. 사무관리직과 임원 인건비는 여전히 표준단가 지급으로 남아 있다.
이 차액이 회계 부정이 아니라는 점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표준단가 방식은 원래 절감 유인을 주기 위한 설계다. 실비로만 정산하면 회사가 비용을 줄일 이유가 없으므로, 표준을 정해놓고 아끼면 가지게 하는 것이다. 문제는 절감이 일어나는 자리다. 연료를 아끼고 관리비를 아끼는 것과, 안전과 직결된 정비 인력을 줄이는 것은 같은 절감이 아니다. 그런데 원가표는 이 둘을 구분하지 않는다.
실제 사례가 있다. 뉴스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사모펀드 운용사가 인수한 인천의 명진교통은 정비시설 규격 미비로 외부 정비에 의존하면서 타이어와 부품 교체 시기를 늦추고 정비 인력을 줄였다. 5편과 6편에서 다룰 자본의 이야기가 여기서 원가표와 만난다. 표의 틈을 가장 체계적으로 파고드는 주인이 나타나면, 절감은 경영 효율이 아니라 안전 마진의 인출이 된다.
정비공업사 사장의 눈으로 정비비 칸을 읽으면
정비비는 원가표에서 가장 검증하기 어려운 칸이다. 숫자부터 놓자. 2024년 정산지침의 산정표에서 정비비 표준가액은 대당 하루 6,915원, 정비직 인건비는 대당 하루 2만4,893원이다. 시내버스 한 대의 하루 정비 관련 원가가 3만2,000원 안팎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뜻이다. 실제 정산은 운행거리당 표준단가에 회사별 운행거리를 곱해 이뤄지고, CNG저상버스는 15%, 광역노선과 차령 9년 초과 차량은 30% 할증이 붙는다. 대형 상용차를 매일 정비 라인에 올려본 사람이라면 이 숫자의 얇음을 안다. 하루 수백 km를 달리는 11m급 차량의 예방 정비와 소모품을 이 단가 안에서 소화하려면, 정비의 밀도를 조절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검증의 문제가 그 위에 얹힌다. 연료비는 주유 기록이 있고 운전직 인건비는 급여 대장이 있다. 그러나 정비가 적정했는지는 장부만으로 알 수 없다. 부품을 제때 갈았는지, 예방 정비를 했는지 사후 정비만 했는지는 차를 들어 올려봐야 안다. 내 공업사에서 매일 겪는 일이다. 같은 연식, 같은 주행거리의 차라도 관리 이력에 따라 정비 원가는 몇 배씩 차이 난다.
이 검증 불가능성이 표준단가 방식과 만나면 방향은 정해져 있다. 정비를 줄여도 당장은 아무 표가 나지 않는다. 고장은 확률이고, 확률은 몇 년 뒤에 온다. 반면 절감액은 당장 이번 분기 손익에 잡힌다. 앞서 본 정비직 인건비 차액 연평균 271억원(2019~2022년, 매일노동뉴스)은 이 방향이 실제로 작동했다는 증거다. 사고 수리 견적을 두고 보험사와 공업사가 매일 밀고 당기는 정비업과 달리, 이 판에는 정비의 적정성을 상시로 따지는 상대가 없다. 서울시의 평가는 연 1회이고, 평가자는 차를 들어 올려보지 않는다.
버스 정비의 외주화가 진행되면 이 문제는 내 업계의 문제가 된다. 자가 정비 인력을 줄인 회사의 정비 물량은 외부 정비업체로 나온다. 그 물량을 받는 쪽에서 보면 발주자는 정비의 품질이 아니라 원가표와의 차액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회사다. 견적은 눌리고, 눌린 견적은 결국 정비의 밀도를 깎는다. 사업용 차량은 정기검사로 최소선을 강제하지만, 검사는 말 그대로 최소선이다. 검사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말하면, 검사를 통과하는 차와 잘 정비된 차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다.
왜 20년째 같은 표를 쓰는가
이 원가표가 고쳐지지 않는 이유는 협약에 개정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2004년 서울시와 버스업계가 맺은 준공영제 협약에는 표준운송원가 산정 방식을 다시 정하는 절차가 담기지 않았고, 서울시는 20년째 이 틀에 묶여 있다. 원가 항목을 손보려면 업계의 동의가 필요한데, 지금 표의 틈에서 이윤을 얻는 쪽이 그 틈을 메우는 개정에 동의할 이유가 없다.
표가 굳으면 원가는 밖에서 민다. 표준운송원가의 75%가 인건비인데(2023년 63만3,495원, 한겨레21), 인건비는 노사 협상과 최저임금으로 해마다 오른다. 요금은 정치가 눌러놓았으니 오르는 원가와 눌린 요금의 간격은 재정지원금이 메운다. 2019년 2,915억원이던 서울시 버스 재정지원이 2022년 8,915억원까지 갔던 배경이다(더스쿠프).
정리하면 이 사업의 손익 구조는 이렇다. 공식 이윤은 3%대에 묶여 있고, 실질 이윤은 표준단가와 실집행의 차액에서 나오며, 그 차액이 가장 크게 열리는 곳이 검증하기 어려운 정비 관련 칸이다. 그리고 이 표는 고칠 수 없다. 다음 편은 이 회사들이 가진 또 하나의 이윤 저장고, 원가표 바깥에 있는 자산인 차고지를 다룬다.
이 시리즈는 격주로 이어진다. 새 글은 뉴스레터로 받아볼 수 있고, 정비·검사 물량이나 제휴 논의는 운산 모빌리티 쪽으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