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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경험 (CX)
고객 경험 (CX) · 뛰어난 기업의 고객관리 · 16편 / 21편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 알고리즘으로 관계를 운영하는 두 회사

1997년 DVD 우편 대여에서 2024년 가입자 3억, 2006년 스톡홀름의 음악 서비스에서 매주 월요일의 30곡까지

홍정현·2025.10.14
23분 읽기

이 글은 《뛰어난 기업의 고객관리》 시리즈 16편이다. 제품·인터페이스 캠프(13~16편)의 마지막 사례로 두 회사를 한 편에 담았다. 13편 아마존은 손님과의 접점을 줄였고, 14편 애플은 접점 하나를 인터페이스로 응축했고, 15편 코스트코는 손님을 가입자로 다시 정의했다. 16편의 두 회사는 그 접점에 사람을 두지 않는다. 발행 시점 이후 중요한 사실 변동이 확인되면 추후 업데이트한다.

사람을 빼고 관계를 유지하는 두 회사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는 손님과의 관계를 직원이 아니라 추천 시스템에 맡긴다. 지금까지 이 시리즈가 다룬 열두 회사는 모두 사람을 어딘가에 배치했다. 리츠칼튼은 직원의 재량권에, 자포스는 상담원의 통화 시간에, 노드스트롬은 판매원의 반품 판단에, 사우스웨스트는 승무원의 기내 진행에, 시벨과 세일즈포스와 허브스팟은 영업 조직의 관리 체계에, 테스코는 회원 데이터를 읽는 분석 조직에, 세븐일레븐 재팬은 점원의 발주 가설에, 아마존은 물류 운영에, 애플은 매장 직원의 응대에, 코스트코는 매장 매니저의 결정에 뒀다. 16편의 두 회사는 그 배치를 없앤다. 손님이 회사 직원과 한 번도 마주치지 않는데도 관계가 매일 쌓인다.

넷플릭스가 자체 헬프 페이지에서 밝히는 수치에 따르면 시청 시간의 75%가 검색이 아니라 추천에서 발생한다. 스포티파이의 Discover Weekly는 매주 월요일 30곡씩 도착한다. 사용자가 무엇을 검색했는지보다 시스템이 무엇을 골랐는지가 그 주의 청취 패턴을 결정한다. 14편 애플이 매장에서 8분의 응대로 관계를 만들었다면, 이 두 회사는 8분의 응대를 없앤 다음에 관계를 만든다.

항목넷플릭스스포티파이
설립1997년 8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 스카츠밸리2006년 4월 23일, 스웨덴 스톡홀름
창업자리드 헤이스팅스, 마크 랜돌프다니엘 에크, 마틴 로렌촌
2024년 매출약 390억 달러156억 7,300만 유로
2024년 사용자가입자 3억 160만 명월간 활성 6억 7,500만 명, 유료 2억 6,300만 명
추천 도구개인화 추천, 사용자별 썸네일Discover Weekly
데이터 환원 캠페인매일 Top 10 in Korea Today매년 12월 Wrapped

표의 마지막 줄이 두 회사가 공유하는 두 번째 결정이다. 사용자 데이터를 사용자에게 콘텐츠로 돌려준다. 넷플릭스는 오늘 한국에서 무엇이 많이 재생됐는지를 매일 화면 상단에 띄우고, 스포티파이는 매년 12월 첫째 주에 그 사용자의 1년치 청취 기록을 정리해 보낸다. 회사가 받은 데이터를 회사 안에 가두지 않고 사용자가 함께 보는 화면으로 되돌리는 결정이다. 이 화면을 본 사용자는 자기가 서비스의 구성원이라고 느낀다.

넷플릭스, 1997년 DVD에서 2024년 가입자 3억까지

넷플릭스의 시작은 1997년 8월 29일 캘리포니아주 스카츠밸리였다. 공동 창업자는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와 마크 랜돌프(Marc Randolph)였다. 헤이스팅스는 직전에 자기 회사 Pure Software를 Rational Software에 7억 5천만 달러로 매각한 상태였다. 첫 사업은 DVD를 우편으로 빌려주는 것이었다. 1998년 4월 14일 우편 대여 서비스가 출시됐고, 1999년 9월 월정액제가 도입됐다. 손님이 매달 정해진 금액을 내면 DVD를 원하는 만큼 받아 보는 구조였다.

이 회사는 스무 해 남짓 사이에 사업의 뼈대를 네 번 갈아 끼웠다.

시점결정결과
2000년Blockbuster에 회사를 5천만 달러에 매각 제안거절당함. Blockbuster는 2010년 9월 파산 보호 신청
2007년 1월 16일우편 배송을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전환2010년 9월 캐나다 진출, 2013년 첫 오리지널 House of Cards
2016년 1월 6일한국 포함 130개국 동시 진출2021년 오징어 게임 28일 만에 90개국 1위
2023년 5월 23일미국에서 패스워드 공유 단속 시작신규 가입 4일 연속 최대치, 2024년 4분기 1,900만 명 순증

2000년의 제안은 헤이스팅스가 직접 들고 갔다. 당시 미국 비디오 대여 1위였던 Blockbuster의 CEO 존 안티오코(John Antioco)에게 회사를 5천만 달러에 사라고 했고, 안티오코는 거절했다. 랜돌프의 후일 회상에 따르면 "그들이 우리를 회의실 밖으로 비웃어 보냈다(they laughed us out of the room)". 안티오코는 LinkedIn에서 만남 자체는 인정했다. 5천만 달러로 사들일 수 있었던 회사가 24년 뒤 매출 390억 달러, 가입자 3억 명이 됐다. Blockbuster는 2010년 9월 파산 보호를 신청한 뒤 사실상 사라졌다.

2007년 1월 16일의 스트리밍 출시는 우편이라는 물류 인프라를 인터넷으로 통째로 옮기는 결정이었다. 10년간 쌓은 배송망을 회사가 스스로 후순위로 내린 셈이다. 2010년 9월 캐나다 진출로 첫 국제 시장에 들어갔고, 2013년 House of Cards를 첫 자체 제작 오리지널로 내놨다. 콘텐츠를 사 오던 회사가 만드는 회사로 넘어간 결정이고, 이후 10년의 매출 곡선과 가입자 곡선이 여기서 갈렸다.

2016년 1월 6일에는 하루 만에 130개국에 서비스를 깔았다. 헤이스팅스는 그날 라스베이거스 CES 2016 키노트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오늘 여러분은 새로운 글로벌 인터넷 TV 네트워크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

리드 헤이스팅스, 2016년 1월 6일 CES 키노트

5년 뒤 한국에서 만들어진 오징어 게임이 출시 28일 만에 16억 5천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90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이 시점부터 한국은 넷플릭스의 판매 시장이 아니라 콘텐츠 생산 기지가 됐다. 2023년 4월 외교부 공식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향후 4년간 한국에 25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 2016년 진출 이후 누적된 한국 콘텐츠 투자는 수조 원 단위로 늘어나 있다.

2023년 5월 23일 시작된 패스워드 공유 단속은 미국에서 출발해 100여 개국으로 확대됐다. 단속 직전 약 1억 가구가 계정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추정됐고, 회사는 이들을 분리해 별도 가입자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외부에서는 대량 이탈을 우려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측정 회사 Antenna 기준으로 단속 직후 일일 신규 가입자 수가 4일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4년 4분기에는 한 분기 1,900만 가입자 순증으로 자체 최대치를 갱신했고, 2024년 말 전 세계 가입자 3억 160만 명, 매출 약 390억 달러가 됐다. 한국 매출은 2024년 8,233억 원, 유료 가입자 약 780만에서 800만 명, 월간 활성 사용자 약 1,400만 명이었다.

네 번의 전환을 관통하는 운영 도구가 추천 알고리즘이다. 출발점은 Cinematch였다. 2000년경 DVD 시기에 만들어진 협업 필터링 알고리즘으로, RMSE 0.9514 수준의 정확도를 냈다. 회사는 자기 알고리즘의 천장을 외부에서 재게 하려고 2006년부터 2009년까지 Netflix Prize를 운영했다. 100만 달러 상금을 걸고 외부 팀이 Cinematch 대비 10% 이상 정확도를 개선하면 우승하는 대회였다. 2009년 9월 21일 BellKor's Pragmatic Chaos 팀이 RMSE 10.06% 개선으로 우승했다. 그런데 회사는 우승 알고리즘을 그대로 채택하지 않았다. 운영 복잡도가 높았고, 당시 회사의 우선순위가 스트리밍 전환에 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한계를 외부에 측정하게 하는 결정과 그 결과를 제품에 옮기지 않는 결정이 한 회사 안에서 동시에 굴러갔다.

넷플릭스 시청 시간 구성. 시스템이 골라 준 것 약 75%, 사용자가 직접 검색한 것 25% 이하

현재 회사가 헬프 페이지에서 밝히는 추천 의존도는 시청 시간의 약 75%다. 검색 창에 직접 입력해서 본 콘텐츠는 25% 이하라는 뜻이다. 추천은 작품 목록에만 작용하지 않는다. 사용자별로 동일한 작품의 썸네일까지 다르게 노출한다. 한국에서 뜨는 기묘한 이야기 썸네일이 미국과 다르고, 한국 사용자 사이에서도 시청 이력에 따라 다른 이미지가 뜬다. 사용자가 무엇을 볼지 정하기 전에 시스템이 먼저 그 사용자에 대한 판단을 끝내 놓는다.

넷플릭스는 회사를 어떤 매뉴얼로 운영하는가

2009년 공개된 컬처 데크와 2020년 출간된 No Rules Rules가 그 매뉴얼이다. 추천 시스템이 손님과의 관계를 운영한다면 회사 안의 직원은 무엇이 운영하는가. 넷플릭스는 그 답을 외부에 공개했다. 2009년 8월 헤이스팅스와 당시 인사 책임자 패티 맥코드(Patty McCord)가 SlideShare에 125페이지짜리 문서를 올렸다. 정식 제목은 Netflix Culture: Freedom and Responsibility.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가 후일 "실리콘밸리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표현한 자료다. 인사 정책을 대외비로 두던 시기에 한 회사가 자기 채용·해고 기준을 통째로 공개했다.

11년 뒤 이 매뉴얼이 책으로 묶였다. 헤이스팅스와 INSEAD 교수 에린 마이어(Erin Meyer)가 함께 쓴 No Rules Rules: Netflix and the Culture of Reinvention이고, Penguin에서 2020년 9월 8일 출간됐다. 책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문장은 조직의 성격을 규정한다.

"We're a team, not a family. We're like a pro sports team, not a kid's recreational team."

우리는 팀이지 가족이 아니다. 프로 스포츠 팀이지 아이들의 취미 팀이 아니다.

리드 헤이스팅스·에린 마이어, No Rules Rules

퇴직 처리에 대한 문장은 더 직접적이다.

"Adequate performance gets a generous severance package."

적당한 성과에는 후한 퇴직금을 준다.

리드 헤이스팅스·에린 마이어, No Rules Rules

여기서 "적당한" 성과란 평균적인 성과, 회사가 기대한 만큼은 하는 성과다. 그 수준의 직원에게 퇴직금을 얹어 내보낸다는 뜻이다. 탁월한 성과만 받아들이겠다는 기준을 회사가 문서에 적어 뒀다.

이 매뉴얼의 실행 도구가 Keeper Test다. 매니저는 매년 팀원 한 명 한 명에 대해 다음 질문을 던진다.

"If a person on your team were to quit tomorrow, would you try to change their mind? Or would you accept their resignation, perhaps with a little relief?"

이 팀원이 내일 그만두겠다고 하면 나는 마음을 돌리려 노력할 것인가, 아니면 약간의 안도감과 함께 그 사직을 받아들일 것인가.

Keeper Test, No Rules Rules

후자라고 답하면 그 직원에게 퇴직금을 주고 내보낸다.

사다리는 이 매뉴얼을 한국의 작은 가게에 그대로 옮길 것을 권하지 않는다. 직원 서너 명으로 굴러가는 가게에서 "가족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꺼내는 순간 채용 자체가 막힌다. 한국 소상공인의 채용 시장은 지원자가 가게를 고르는 시장에 가깝고, 그 시장에서 이 문장은 근로조건 악화로만 읽힌다. 다만 하나는 가져갈 만하다.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보낼지를 문서로 정해 둔 조직이 결과적으로 남은 사람들에게 가장 정직한 조직이 된다. 기준이 사장 머릿속에만 있으면 직원은 매번 사장의 기분을 읽어야 하고, 그 독해에 쓰는 시간이 일에서 그대로 빠져나간다.

No Rules Rules가 정리한 세 원칙은 내용보다 순서가 중요하다. 인재 밀도(talent density)를 먼저 만들고, 그 위에서 직설성(candor)을 키우고, 마지막으로 통제 대신 맥락(context, not control)으로 이끈다. 밀도가 확보된 조직에서만 직설적인 피드백이 인신공격으로 번지지 않고, 직설적인 피드백이 오가는 조직에서만 규정 대신 맥락으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순서를 건너뛰고 맥락 경영부터 시작한 조직은 통제도 없고 기준도 없는 상태가 된다. 한국의 작은 가게에서 이 순서를 그대로 밟기는 어렵지만, 직원에게 사장과 같은 정보와 맥락을 주는 결정이 직원의 자율성을 만든다는 부분은 옮길 수 있다. 6편 리츠칼튼의 2,000달러 권한, 9편 사우스웨스트의 직원 우선순위와 결이 이어진다.

스포티파이, 2006년 스톡홀름에서 2024년 첫 흑자까지

스포티파이는 2006년 4월 23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다니엘 에크(Daniel Ek)와 마틴 로렌촌(Martin Lorentzon)이 설립했다. 회사명은 Spotify AB. 에크는 1983년 2월 21일 스톡홀름 록스베드(Rågsved) 출생으로, 14세부터 웹사이트를 만들었고 KTH(스웨덴 왕립공대)를 8주 만에 중퇴했다. 창업 전 이력은 북유럽 옥션 회사 Tradera(2006년 eBay에 인수), Stardoll의 CTO, BitTorrent 클라이언트 μTorrent의 CEO다. 세 곳 모두 그가 창업한 회사가 아니라 합류하거나 대표로 들어간 회사였다. 그가 직접 창업한 회사는 Advertigo와 Spotify다.

에크는 2017년 인터뷰에서 이 사업의 전제를 이렇게 정리했다.

"I realized that you can never legislate away from piracy. The only way to solve the problem was to create a service that was better than piracy and at the same time compensates the music industry."

법으로 해적판을 막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유일한 해결책은 해적판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고, 동시에 음악 산업에 보상해 주는 것이었다.

다니엘 에크, 2017년 인터뷰

이 진단이 회사의 18년을 설명한다. 창업 무렵 미국 음악 산업은 Napster·Kazaa 같은 무료 P2P 다운로드에 매출을 잃고 있었고, 미국 음반 산업협회(RIAA)는 P2P 사용자를 상대로 소송을 걸고 있었다. 산업 전체가 자기 청취자를 피고로 세우던 시기에 에크는 반대 방향을 골랐다. 해적판을 단속하는 대신 해적판보다 편한 합법 서비스를 만든다.

정식 출시는 2008년 10월 7일, 유럽 일부 시장에서 동시에 시작했다. 몇 개국이었는지는 자료마다 6~8개국으로 갈린다. 미국 진출은 3년이 더 걸려 2011년 7월 14일이었다. 음반사와의 협상이 그만큼 길었다. 2018년 4월 3일에는 NYSE에 직상장(direct listing)했다. 티커 SPOT, 참조가 132달러, 시초가 165.90달러, 종가 149.01달러. 은행 인수단을 거치지 않는 직상장 구조의 첫 본격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됐다.

2024년 실적은 매출 156억 7,300만 유로(약 159억 유로), 월간 활성 사용자 6억 7,500만 명, 유료 가입자 2억 6,300만 명, 영업이익 13억 7천만 유로였다. 창사 18년 만의 첫 연간 흑자다. 음원 라이선스 비용이 매출의 약 70%를 가져가는 구조에서 18년을 버틴 것이고, 그 18년 동안 회사가 키운 것은 이익이 아니라 사용자 수였다. 원가율이 계약으로 고정된 사업에서는 사용자가 일정 규모를 넘기기 전까지 흑자가 나올 수 없다. 회사는 그 규모에 도달할 때까지 적자를 감수하는 쪽을 골랐고, 그 선택의 청구서를 18년 치 결손금으로 들고 있었다.

가장 결정적인 운영 도구는 2015년 7월 20일 월요일에 나온 Discover Weekly다. 매주 월요일 사용자 한 명에게 30곡짜리 개인화 플레이리스트를 보낸다. 출시 시점 가입자가 7,500만 명이었고, 첫해에 누적 50억 곡 스트림, 4천만 사용자가 매주 월요일 자기 플레이리스트를 받았다. 2025년 6월 30일 회사 발표 기준 누적 1,000억 곡 이상이 이 플레이리스트에서 재생됐다.

항목Discover WeeklyWrapped
출시2015년 7월 20일2016년 12월
주기매주 월요일매년 12월 첫째 주
내용개인화 신곡 30곡사용자 1년치 청취 데이터 요약
방향회사가 사용자에게 곡을 준다사용자 데이터를 사용자에게 되돌린다
규모누적 1,000억 곡 이상 재생 (2025년 6월)184개국, SNS 공유 6천만 건 이상 (2024년)

Discover Weekly의 핵심은 추천 정확도가 아니라 빈도와 시점이다. 매주 월요일이라는 고정된 시점에 정해진 30곡이 도착한다. 사용자는 음악을 찾기 위해 따로 검색할 필요가 없다. 회사가 월요일이라는 시점을 선점했고, 그 시점이 사용자의 주간 청취 습관 안에 박혔다. 추천이 한 번 정확한 것보다 정해진 시각에 반복해서 도착한다는 사실이 더 큰 효과를 냈다. 관계는 정확도가 아니라 빈도로 만들어진다.

기획자는 매튜 오글(Matthew Ogle)이었다. 직전 직장이 영국 음악 추천 서비스 Last.fm이었고, 2015년 1월 스포티파이에 합류했다. 출시 직후 그는 이 도구를 이렇게 소개했다.

"Made for you. Just like a great mixtape from a friend."

당신을 위해 만들어졌다. 친구가 만들어 준 멋진 믹스테이프처럼.

매튜 오글, Discover Weekly 기획자

알고리즘이 만든 결과물이지만 사용자에게는 친구가 건넨 믹스테이프처럼 느껴져야 한다는 기준이다.

또 하나의 도구가 2016년 12월 출시된 Spotify Wrapped다. 매년 12월 첫째 주에 사용자 한 명의 1년치 청취 데이터를 정리해 인앱 화면으로 돌려준다. 가장 많이 들은 곡, 아티스트, 장르, 1년 총 청취 시간. 2024년 캠페인은 184개국에서 진행됐고, X에서 200만 건 이상 게시, 전체 SNS에서 6천만 건 이상 공유, 추정 임프레션 23억 회를 기록했다. 회사가 광고비를 크게 쓰지 않고도 매년 한 번 전 세계가 회사 이름을 자발적으로 언급하게 만든다. 사용자 데이터를 가두지 않고 되돌려준 결정이 그대로 마케팅 자산이 됐고, 2010년대 후반부터 한국의 다른 음원 회사들도 매년 12월에 비슷한 결산 캠페인을 내놓기 시작했다.

한국 시장, 콘텐츠 공급 기지와 8위 사업자

두 회사의 한국 성적표는 정반대다. 넷플릭스는 진출 5년 만에 한국을 글로벌 콘텐츠 공급처로 바꿨고, 스포티파이는 진출 4년이 지나도록 사용 점유율 2% 아래에 있다.

넷플릭스는 2016년 1월 6일 한국에 들어와 2021년 오징어 게임 한 편으로 시장의 성격을 바꿨다. 2024년 한국 매출 8,233억 원, 유료 가입자 800만 명대, 월간 활성 사용자 1,400만 명이다. 한국 콘텐츠 누적 투자는 수조 원 단위로 늘어났고, 2023년 4월 워싱턴에서 향후 4년간 25억 달러 추가 투자가 발표됐다. 한국은 회사의 매출 시장이면서 동시에 제작 기지다.

스포티파이의 한국 성적은 좁다. 2021년 2월 2일 진출 시점에 무료 티어 없이 시작했다. 한국 음원 시장에는 멜론·지니·플로 같은 국내 사업자가 이미 들어차 있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한국 음원 라이선스도 처음에는 확보하지 못했다. 진출 첫해 점유율은 1%대에 머물렀다. 2024년 10월 광고 기반 무료 티어를 한국에 출시한 뒤에야 사용자 수가 늘기 시작했다.

한국 음원 시장 사용 점유율 가로 막대. 멜론 27.5%, 유튜브 24.2%, 유튜브 뮤직 19.5%, 지니 8.9%, 플로 7.0%, 애플 뮤직 3.5%, VIBE 2.6%, 스포티파이 1.7%, Bugs 1.4%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년 조사 기준 사용 점유율은 멜론 27.5%, 유튜브 24.2%, 유튜브 뮤직 19.5%, 지니 8.9%, 플로 7.0%, 애플 뮤직 3.5%, VIBE 2.6%, 스포티파이 1.7%, Bugs 1.4%다. 스포티파이는 8위다. 그런데 2025년 6월 시점 월간 활성 사용자는 약 360만 명으로 지니와 플로를 추월해 사용자 수 기준 3위권에 들어갔다. 사용 점유율과 사용자 수가 한 회사에 대해 다른 순위를 가리킨다. 앱을 깔고 열어 보기는 하는데 주 이용 서비스로는 쓰지 않는다는 뜻이고, 이 간극이 한국 음원 시장 수치를 읽을 때 가장 자주 뒤섞이는 지점이다.

한국 월간 활성 사용자 대비. 넷플릭스 2024년 약 1,400만 명, 스포티파이 2025년 6월 약 360만 명

두 서비스는 종류가 다르고 집계 시점도 다르므로 위 그림은 우열 비교가 아니다. 다만 알고리즘을 관계의 축으로 삼은 두 회사가 한국이라는 하나의 시장에서 도달한 규모의 차이는 그대로 보인다.

알고리즘이 있는데도 스포티파이가 한국에서 8위인 이유는 무엇인가

추천할 카탈로그가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는 Discover Weekly와 Wrapped를 그대로 들고 한국에 들어왔다. 추천 엔진도, 매주 월요일이라는 시점도, 매년 12월이라는 시점도 전부 본국과 동일했다. 빠진 것은 한국 사용자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K-pop 카탈로그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음원에 처음부터 접근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천 시스템은 계산할 대상 자체가 부족했다. 잘 만든 검색 엔진을 비어 있는 서가 앞에 세워 둔 것과 다르지 않다.

넷플릭스는 반대 순서를 밟았다. 2016년 진출 시점의 한국 콘텐츠 사정은 스포티파이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내 방송사 콘텐츠 확보는 제한적이었고, 초기 몇 년간 한국 가입자 수는 눈에 띄지 않았다. 회사가 한 일은 추천 엔진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추천할 물건을 직접 만드는 것이었다. 오리지널 제작에 돈을 넣었고,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오징어 게임이었다. 추천 시스템의 성능은 5년 내내 비슷했지만 그 시스템이 다룰 콘텐츠가 채워지면서 결과가 달라졌다.

같은 도구를 들고 같은 시장에 들어온 두 회사가 갈린 지점이 여기다. 알고리즘은 곱셈의 계수이고 콘텐츠는 피승수다. 계수가 아무리 커도 피승수가 0에 가까우면 결과는 0에 가깝다. 넷플릭스는 4년 넘게 돈을 태워 피승수를 직접 만들어 넣었고, 스포티파이는 피승수의 소유자와 협상하는 경로를 택했다가 진출 4년째에 겨우 무료 티어로 사용자 수를 끌어올렸다.

이 대비가 한국의 작은 가게에 걸리는 지점은 도구 도입 순서다. 요즘 가게에 들어오는 도구는 대개 추천과 자동화 쪽이다. 단골 데이터를 넣으면 재방문 시점을 예측해 주고, 결제 이력을 넣으면 맞춤 쿠폰을 발송해 준다. 이 도구들은 전부 계수 자리에 놓인다. 가게가 파는 것이 서너 가지뿐이면 추천 엔진이 계산할 조합 자체가 없다. 단골 30명의 결제 이력을 아무리 정교하게 분석해도 메뉴가 다섯 개면 추천 결과는 그 다섯 개 안에서 돈다. 월 구독료를 내기 전에 물어야 할 것은 우리 가게에 추천할 만한 폭이 있는가다.

폭이 없다면 순서는 넷플릭스 쪽이다. 도구를 사기 전에 팔 것을 늘린다. 다만 무작정 품목을 늘리는 게 아니라 이미 오는 손님이 무엇을 더 살 수 있었는지를 먼저 본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없던 시장을 발명해 만든 콘텐츠가 아니라 이미 한국에 있던 제작 역량에 자본을 붙여 만든 결과물이다. 가게에도 이미 있는 것이 있다. 매주 오는 손님이 매번 같은 것만 사 간다면, 그 손님이 사고 싶었는데 없어서 못 산 물건이 무엇인지가 폭을 늘리는 첫 후보다. 그 목록은 포스 데이터에 남지 않는다. 팔리지 않은 것은 기록되지 않기 때문이고, 그래서 계산대에서 오간 말이 데이터보다 앞선다.

폭이 채워진 다음에야 스포티파이의 도구가 값을 한다. 매주 월요일이라는 고정된 시점 말이다. Discover Weekly의 힘은 추천 정확도가 아니라 사용자가 월요일에 무언가 온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데서 나온다. 가게로 옮기면 매달 첫째 주 화요일에 단골에게 보내는 메시지 한 통이 그 역할을 한다. 잘 맞춘 추천 한 번보다 오는 날이 정해진 연락이 관계를 쌓는다. 도달의 정확도보다 도달의 일관성이 무겁다.

여기에 Wrapped의 방식을 얹으면 마지막 조각이 채워진다. 가게가 쌓은 데이터를 손님에게 되돌려주는 것. 단골 한 명의 1년 결제 패턴, 가장 자주 시킨 메뉴, 누적 결제액을 연말에 카드 한 장으로 보내는 정도면 된다. 데이터가 가게의 손익계산서로만 흘러가지 않고 손님 손에 한 번 도착한다. 스포티파이가 이 캠페인으로 매년 확인하는 것은 사용자가 자기 청취 기록을 남에게 보여 주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가게 단골도 다르지 않다.

제품·인터페이스 캠프 네 편이 여기서 끝난다. 13편 아마존은 접점을 줄였고, 14편 애플은 접점 하나에 집중했고, 15편 코스트코는 손님의 신분을 바꿨고, 16편의 두 회사는 접점에 사람 대신 시스템을 세웠다. 네 회사 모두 사람을 어디에 둘지 다시 결정했다는 점에서 하나의 캠프다. 17편부터는 사람을 빼는 대신 손님을 회사의 동료로 부르는 회사들이 나온다. 커뮤니티·소속 캠프의 첫 사례는 할리데이비슨이다.

출처

Netflix 공식

Netflix 한국·언론

Spotify 공식

Spotify 인물·언론

한국 음원 시장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은 것

  • 컬처 데크의 누적 조회 수가 1억 5천만 회라는 서술이 여러 2차 자료에 있으나 1차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다. 본문은 SlideShare에 공개됐다는 사실까지만 적었다.
  • 한국 콘텐츠 누적 투자액을 5조 원으로 적은 자료가 있으나 발표 시점과 환율 환산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본문은 "수조 원 단위"로만 적었다.
  • 스포티파이가 2008년 정식 출시한 국가의 정확한 명단은 자료마다 6~8개국으로 갈린다. 본문은 "유럽 일부 시장"으로 처리했다.
  • 다니엘 에크가 Tradera와 μTorrent를 창업했다는 서술이 일부 자료에 있으나, 두 곳은 합류하거나 대표로 들어간 회사다. 본문은 후자로 적었다.
  • "누구나 무료로 음악에 접근한다"는 취지의 미션 표어가 스포티파이 창업 스토리에 자주 붙지만 1차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다. 본문은 확인 가능한 에크의 표현인 "해적판보다 나은 서비스"만 썼다.
  • 한국 스포티파이의 위치는 지표에 따라 다르게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사용 점유율로는 1.7%로 8위, 월간 활성 사용자로는 약 360만 명으로 3위권이다. 본문은 양쪽을 함께 적었다.
  •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의 한국 월간 활성 사용자 수치는 서비스 종류와 집계 시점이 달라 직접 비교할 수 없다. 차트에도 같은 단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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