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이긴 곳들은 원가 한 줄을 지웠다
민트모바일은 매장을, 기프가프와 마이네오는 콜센터를, 케이블사는 도매 데이터 요금을 지웠다
이 글은 《알뜰폰의 손익계산서》 시리즈 9편이다. 8편까지는 국내 알뜰폰의 장부를 원가 항목 단위로 열어 왔고, 그 장부가 왜 두꺼워지지 않는지까지 봤다. 이번 편은 바깥을 본다. 같은 도매 구조 위에서 이익을 낸 해외 사업자들이 장부의 어느 줄을 지웠는지를 사례별로 분해한다.
민트모바일이 지운 세 줄
해외에서 이긴 알뜰폰은 요금을 더 깎아서 이긴 것이 아니라 원가표에서 한 줄을 통째로 지워서 이겼다. 미국의 민트모바일이 지운 줄은 셋이다. 매장, 영업조직, 그리고 미수금이다.
민트모바일은 T모바일 망을 도매로 임차해 6GB, 17GB, 23GB, 무제한 요금제를 판다. 여기까지는 국내 알뜰폰과 같다. 다른 것은 파는 방식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두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팔아 임대료와 매장 인건비를 없앴고, 요금을 월 단위로 받지 않고 3개월, 6개월, 12개월 단위로 한 번에 선불로 받는다. 선불 일괄결제는 두 가지를 동시에 처리한다. 미수금과 연체 관리라는 비용이 사라지고, 12개월치 현금이 서비스 제공 전에 먼저 들어온다.
세 줄을 지운 자리에 무엇을 채웠는지가 이 회사의 성격을 보여 준다.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를 광고 모델이자 지분 약 25%를 보유한 공동 소유자로 세우고, 그 유명인 마케팅에 비용을 몰았다. 매장과 영업조직과 미수금 관리에 나가던 돈을 브랜드 하나에 집중한 셈이다. 원가표에서 지운 줄이 다른 줄을 감당할 여유를 만들었고, 그 여유가 광고로 갔다.
결과는 매각가에 찍혔다. T모바일은 2023년 3월 민트모바일과 울트라모바일, 도매 사업자 플럼을 거느린 카에나코퍼레이션을 최대 13억 5천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고 2024년 절차를 마쳤다. 현금 39%와 주식 61%로 구성된 거래다. 원달러 환율을 1,400원으로 놓고 환산하면 약 1조 8,900억원이며, 계산식은 13억 5천만 곱하기 1,400이다. 환율 가정이 들어간 이 글의 유도 수치다.
가입자 수는 매각 시점에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T모바일이 2024년 2분기 실적에서 밝힌 카에나 인수 편입 선불 가입자는 350만 4천명인데, 이는 민트모바일 단독이 아니라 세 브랜드 합산이다. 통신 분석가 로저 엔트너의 추정치가 200만에서 300만명 사이로 언급되는 정도이고, 민트모바일 단독 가입자 수는 확인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이 세 줄을 똑같이 지울 수 있는지는 열어 둔다. 온라인 전용 판매는 국내 알뜰폰도 이미 상당 부분 하고 있고, 지우지 못한 것은 선불 일괄결제 쪽이다. 국내 알뜰폰의 요금 청구는 월 단위 후불이 지배적이고, 6편에서 본 카드 결제 수수료도 매월 발생한다. 12개월치를 한 번에 받는 상품이 국내 소비자에게 팔리는지, 팔린다면 그 현금 선취가 도매대가 협상에서 어떤 카드가 되는지는 12편에서 다룬다.
콜센터를 커뮤니티로 바꾼 두 회사
영국의 기프가프와 일본의 마이네오는 상담 조직이라는 줄을 지우고 그 자리에 이용자 커뮤니티를 넣었다. 통신 서비스에서 콜센터는 회선 수에 비례해 커지는 비용이고, 국내에서는 6편에서 본 것처럼 위탁 운영비의 실제 금액조차 공개되지 않는 항목이다.
기프가프는 2009년 11월 영국 이동통신사 O2가 실험적으로 출범시킨 브랜드다. 전통적인 콜센터를 두지 않고 회원 커뮤니티가 다른 회원의 질문에 답한다. 여기까지는 이용자 게시판을 운영하는 회사와 다르지 않다. 다른 것은 보상 설계다. 다른 회원을 도운 회원에게 포인트를 지급하고 그 포인트를 충전 금액의 일부로 되돌려준다. 상담 인건비로 나갈 돈의 일부를 상담을 해 준 이용자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숫자는 이 설계가 성장을 막지 않았다는 것만 보여 준다. 텔레콤페이퍼 보도 기준으로 기프가프의 2024년 12월 결산 매출은 6억 586만 파운드로 전년 5억 7,495만 파운드 대비 5% 늘었고 가입자는 10만 274명 순증해 412만명이 됐다. 2025년 매출은 6억 3,380만 파운드로 다시 5% 늘었고 순증 14만 2,035명으로 총 426만명이다.
| 연도 | 매출 | 전년 대비 | 순증 가입자 | 총 가입자 |
|---|---|---|---|---|
| 2024 | 6억 586만 파운드 | +5% | 100,274명 | 412만명 |
| 2025 | 6억 3,380만 파운드 | +5% | 142,035명 | 426만명 |
여기서 조심할 것이 있다. 커뮤니티가 상담 1건당 비용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보여 주는 정량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확인되는 것은 매출 증가와 가입자 순증이라는 결과뿐이고, 그 결과 중 얼마가 콜센터 절감분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일본의 마이네오는 KDDI 자회사가 au 망 기반으로 운영하는 사업자다. 커뮤니티 사이트 마이네 왕에서 운영진 답변과 이용자 간 질의응답이 함께 돌아가고, 그 위에 남는 데이터를 이용자끼리 나누는 프리탱크 기능이 얹혀 있다. 커뮤니티 회원은 고객이 아니어도 가입할 수 있어서 2024년 87만 1천명에서 2025년 90만 5천명으로 늘었다. 같은 시점 계약 회선은 약 137만개다. 커뮤니티 회원 수가 계약 회선 수의 3분의 2에 이른다.
마이네오 쪽에서 짚어 둘 것은 성장의 출처다. 소비자 계약은 정체 상태이고 최근 회선 증가는 법인 계약이 끌고 있다. 커뮤니티가 상담 비용을 낮춰 준 것과 소비자 시장에서 계속 이기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뜻이다. 상담 인건비 절감 규모의 정량치도 2차 자료의 서술만 있고 재무제표로 확인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이 줄을 지울 수 있는지는 질문 자체가 다르게 서야 한다. 회원이 회원을 상담하는 구조는 상담 품질에 대한 책임 소재와 통신 민원의 규제 대응 의무를 어디에 둘지를 먼저 정해야 성립한다. 그 설계는 12편에서 다룬다.
망 하나에 묶이는 줄을 지운 회사들
US모바일과 IIJmio가 지운 것은 비용 항목이 아니라 협상력의 제약이다. 국내 알뜰폰은 통상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중 한 곳의 망을 임차한다. 도매 계약 상대가 하나면 그 상대가 요율을 바꿀 때 대안이 없다.
2015년 뉴욕에서 설립된 US모바일은 버라이즌, T모바일, AT&T 세 곳의 망을 모두 도매로 임차한다. 가입자는 가입 시점에 원하는 망을 고르고, 2024년 중반부터는 한 요금제 안에서 여러 망을 오가는 방식까지 붙었다. 물리 유심을 교체하지 않고 eSIM 프로필을 원격으로 바꿔 망을 갈아탄다. 소비자에게는 통화 품질 선택권이고, 회사에는 도매 계약 상대를 셋으로 늘린 것이다. 한 곳이 요율을 올리면 가입자를 다른 망으로 옮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협상 테이블의 카드가 된다.
일본의 IIJmio는 다른 방향으로 같은 문제를 풀었다. 코어망 요소 일부를 자체 보유한 완전MVNO 형태로 사업하고, NTT도코모 망과 au 망 중에서 가입자가 고를 수 있게 했다. 요금은 월 1,600엔대부터 시작하고 최상위 요금제는 55GB다. 자체 설비를 갖는다는 것은 초기 투자를 지고 시작한다는 뜻이지만, 대신 매달 나가는 도매대가에서 자기가 가진 부분만큼을 빼고 정산한다.
| 회사 | 지운 줄 | 대신 진 부담 |
|---|---|---|
| US모바일 | 도매 계약 상대가 하나뿐인 상태 | 3사와 각각 계약을 유지하는 관리 비용 |
| IIJmio | 코어망 기능을 전량 임차하는 상태 | 자체 설비 초기 투자와 운용 인력 |
두 회사가 보여 주는 것은 원가를 지우는 방법이 비용을 깎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원가가 상대의 결정으로 오르내리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도 같은 일이다. 8편에서 본 판매장려금이 상대의 분기 회의에서 반으로 잘렸을 때 국내 알뜰폰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이유가, 정확히 이 카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3망 동시 계약이 가능한지는 이 시리즈가 아직 답하지 않았다. 정부가 2026년 7월 발표한 방향 안에 3사 망 연동과 관련된 항목이 들어 있고, 그것이 법 개정 사항인지 행정 조치인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11편에서 그 문서를 직접 읽는다.
통신을 다른 장부에 얹은 회사들
레바라와 라이카모바일은 통신 원가를 지운 것이 아니라 이미 갖고 있던 다른 사업의 원가와 통신을 겹쳐 놓았다. 두 회사 모두 창업자가 스리랑카에서 유럽으로 건너간 이주민이고, 고객도 이주노동자와 재외국민이다.
레바라는 2001년 창업해 영국에서 보다폰 망을 임차한다. 국제전화 요금을 분당 1펜스까지 내리고 다국어 고객 지원을 붙였으며, 해외송금과 재충전 서비스를 같은 브랜드 안에서 판다. 여기서 원가가 겹친다. 국제전화 도매 라우팅은 통신 상품이면서 송금 사업의 고객 접점이고, 다국어 상담 인력은 통신 상담과 송금 상담을 같이 받는다. 통신 하나만 파는 회사라면 그 인력비가 통신 원가로 전액 잡히지만, 두 사업을 겹치면 같은 인력이 두 개의 매출을 만든다. 레바라는 2025년 10월 나이지리아에서 채용을 시작해 2026년 아프리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주 인구가 많은 시장마다 같은 구조를 복제하는 중이다.
라이카모바일은 2002년 국제 통화카드 사업에서 출발해 2006년 이동통신으로 넘어왔다. 21개국에서 1,500만 고객을 갖고 있고 그룹 매출은 16억 유로로 언급되지만, 이 수치의 기준 연도는 확인되지 않는다. 연도가 명확한 것은 국가별 법인 숫자다. 벨기에 법인의 2024년 매출은 5,780만 유로로 전년 대비 15% 줄었고, 영업이익 1,060만 유로는 57%, 순이익 700만 유로는 63% 감소했다. 성숙한 유럽 시장에서는 이 모델의 수익성도 꺾이고 있다는 뜻이다.
케이블 회사가 만든 알뜰폰은 겹치는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설비다. 컴캐스트의 엑스피니티모바일과 차터의 스펙트럼모바일은 2011년 버라이즌에 AWS 주파수를 36억 달러에 매각하면서 확보한 MVNO 권리를 근거로 각각 2017년과 2018년에 서비스를 시작했고, 두 회사 합산 유무선 회선은 1,800만개를 넘는다.
이 두 회사의 도매 계약은 데이터 사용량 기준 종량제다. 가입자가 이동통신망으로 1GB를 쓰면 그만큼 버라이즌에 낸다. 그래서 수익성의 핵심 지렛대가 요금 설계가 아니라 자사 와이파이 망으로 트래픽을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된다. 이미 브로드밴드 사업으로 전국에 깔아 둔 핫스팟이 있으니, 그 위로 트래픽을 넘길 때마다 도매 비용 한 줄이 줄어든다. 통신 사업을 새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미 갚고 있던 설비의 잉여 용량을 파는 것에 가깝다.
운임에는 손대지 않고 정산과 수수료 자리에서 버는 교통카드 회사와 같은 자리에 있는 구조다. 그 회사는 승객이 낸 요금을 자기 매출로 잡지 않으면서도 그 돈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이익을 만든다. 케이블 결합형 알뜰폰은 회선 마진으로 도매비를 갚고 이익은 브로드밴드 고객이 떠나지 않는 데서 뽑는다. 어느 쪽이든 겉에 보이는 상품의 마진율을 계산해서는 그 회사의 손익을 설명하지 못한다.
한국에 이 줄을 겹칠 대상이 있는지는 남는다. 이미 고객 접점과 상담 인력을 갖고 있으면서 통신을 얹을 수 있는 사업이 국내에 무엇인지, 그리고 그 겹침이 통신 원가를 실제로 낮추는지 아니면 통신을 미끼로 쓰는 데 그치는지는 12편에서 따진다.
일곱 가지 유형과 각각이 지운 줄
지금까지의 사례를 원가와 유통을 기준으로 정리하면 일곱 가지로 나뉜다. 요금 수준이 아니라 어느 줄을 지웠는가로 묶은 분류다.
| 유형 | 대표 사업자 | 지운 줄 | 이익이 나오는 곳 |
|---|---|---|---|
| 가격파괴형 | 민트모바일, IIJmio, US모바일 | 매장, 영업조직, 미수금 관리 | 낮은 판매관리비로 저마진 고회전 |
| 브랜드형 | 비저블(버라이즌), 버진모바일 | 모회사 브랜드 훼손 없이 가격민감층 흡수 | 모회사 전체 가입자 유지, 단독 수익성은 부차적 |
| 금융·멤버십 결합형 | 오렌지뱅크, 라쿠텐모바일 | 고객획득비용을 다른 사업이 흡수 | 통신은 적자 허용, 교차판매로 회수 |
| 외국인 특화형 | 레바라, 라이카모바일 | 국제전화 도매원가와 상담 인력을 송금 사업과 공유 | 통신, 국제전화, 송금의 다중 수익원 |
| 선불형 | 라이카모바일, 프리덤팝 | 신용평가와 미수금 관리 | 선불 충전 기반 박리다매 |
| IoT 전용형 | 1NCE, 코어와이어리스, 큐빅텔레콤 | 소비자 상담 비용 자체 | 회선 수 규모의 경제 |
| B2B 법인형 | 엑스피니티·스펙트럼 법인향, 살비 | 회선별 개별 응대 | 결합상품 락인 효과 |
IoT 전용형은 국내에서 가장 덜 다뤄진 축이다. 카레이도인텔리전스 집계 기준으로 세계 IoT 알뜰폰의 관리 회선은 2017년 4,500만개에서 2025년 2억 9천만개로 늘었고, 상위 3사가 전체의 28%를 갖고 있다. 시장 규모 추정치는 리서치사마다 자릿수가 달라 어느 쪽이 맞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회선 수 자체이고, 이 시장의 특징은 가입자가 사람이 아니라 기계라는 데 있다. 상담 전화를 걸지 않고, 요금제를 비교하지 않으며, 프로모션이 끝났다고 해지하지도 않는다. 7편에서 계산한 가입자당 마진 구조가 통째로 다르게 서는 시장이다.
브랜드형은 반대 방향의 참고 사례다. 버진모바일은 미국에서 2020년 1월 신규 가입을 중단하고 기존 고객을 부스트모바일로 넘겼고, 호주에서는 옵투스가 2018년부터 매장과 신규 후불 가입을 줄였으며, 남아공 법인은 15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브랜드 라이선스만으로는 원가표의 어느 줄도 지우지 못한다는 것이 세 나라에서 같은 결말로 확인됐다. 이 이야기는 10편에서 실패 사례로 다시 다룬다.
일곱 유형을 훑고 나면 질문 하나가 남는다. 한국의 도매 계약과 규제 아래에서 실제로 지울 수 있는 줄이 어느 것인가. 온라인 전용은 이미 지워져 있고, 콜센터는 책임 소재 문제가 걸리며, 3망 동시 계약은 제도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설비 보유는 초기 투자를 요구한다. 이 판정은 11편에서 제도를 읽고 12편에서 손익 모델로 세운다. 이번 편에서 확정된 것은 하나다. 남들보다 요금을 500원 더 내리는 것으로 이긴 회사는 이 목록에 없다.
출처
해외 사업자 수치는 인수 발표문, 실적 공시, 텔레콤페이퍼 계열 업계 매체 보도를 교차 확인했다. 민트모바일의 단독 가입자 수, 구글 파이의 가입자 수, 마이네오 커뮤니티가 줄인 상담 비용의 정량치, 라이카모바일 그룹 매출 16억 유로의 기준 연도는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아 본문에 단정하지 않았다. IoT 알뜰폰 시장 규모는 리서치사별 추정치가 자릿수까지 달라 회선 수만 인용했다. 달러 원화 환산은 환율 1,400원을 가정한 이 글의 유도 수치이며 계산식을 본문에 밝혔다.
출처 전체(12건) 펼치기
민트모바일
- T모바일의 민트모바일 인수 합의 — Variety · 2023-03
- 라이언 레이놀즈 지분과 매각 구조 — Fortune · 2023-03
- 카에나 인수 편입 선불 가입자 — Fierce Network
- 민트모바일이 싼 이유 — WhistleOut
기프가프·마이네오
- 기프가프 2024년 가입자 412만명 — Telecompaper · 2024
- 기프가프 2025년 매출 5% 증가 — Telecompaper · 2025
- 마이네오 계약 회선과 커뮤니티 회원 수 — 마이네 왕 스태프 블로그 · 2025
- 마이네오 이용자 커뮤니티 운영 방식 — Commune 매거진
US모바일·IIJmio
레바라·라이카·케이블 결합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