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가 건물값을 만든다
연 순임대수익을 자본환원율로 나누면 건물값이 나온다. 분모가 흔들리자 IFC의 4조 1,000억 원 계약이 무너졌다
이 글은 《자본의 구조》 시리즈 4편이다. 1편은 파크원의 계약 구조로 건물을 짓는 돈을 열었고, 2편과 3편은 공사비의 조달과 리스크의 가격을 따라갔다. 4편은 완성된 건물에 값이 매겨지는 순간이다. 분자에는 임대료가 앉고, 분모는 금리가 흔든다.
건물값은 임대료를 나눈 숫자다
완성된 건물의 값은 짓는 데 든 돈이 아니라 그 건물이 벌어들일 돈으로 매겨진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오피스의 가치는 연간 순임대수익을 자본환원율(캡레이트)로 나눈 숫자다. 철근 값과 인건비를 더한 원가는 준공되는 순간 참고 자료로 밀려난다. 분자에는 임대료가, 분모에는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이 앉는다.
숫자를 넣어보면 이 산식의 무게가 보인다. 연간 순임대수익이 450억 원인 오피스가 있다고 하자. 시장이 이 건물에 요구하는 수익률, 즉 캡레이트가 4.5%라면 건물값은 450억을 0.045로 나눈 1조 원이다. 분모가 4.0%로 0.5%포인트 내려가면 같은 건물이 1조 1,250억 원이 되고, 3.5%까지 내려가면 1조 2,857억 원이 된다. 임대차 계약서 한 장 바뀌지 않았는데 2,857억 원이 생겨난다. 반대로 분모가 5.0%로 오르면 9,000억 원이다. 1,000억 원이 같은 방식으로 사라진다.
캡레이트는 투자자가 그 건물의 현금흐름에 요구하는 수익률이고, 그 바닥에는 금리가 있다. 예금이 4%를 주는데 건물이 3%를 벌어준다면 살 이유가 없으므로, 금리가 오르면 요구수익률이 따라 오르고 커진 분모만큼 건물값이 깎인다. 임대료를 받는 건물주의 사정은 그대로인데 자산의 값이 움직이는 이유다. 그리고 분자는 건물마다 다르지만 분모는 시장 전체에 동시에 걸린다. 금리가 움직이면 서울의 모든 오피스가 한꺼번에 다시 계산된다.
1편에서 3편까지는 건물을 짓는 돈을 따라갔다. 파크원의 지상권과 선매입, 브릿지론과 본PF, 책임준공의 값. 4편은 완성된 건물에 값이 매겨지는 순간이다. 이 산식의 분모가 2022년부터 서울에서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고, 그 움직임이 4조 원짜리 계약 하나를 어떻게 부쉈는지 따라간다.
서울의 분모는 3년 내내 오르기만 했다
서울 오피스 캡레이트는 2022년 말 도심 평균 약 3.5%에서 2024년 4분기 전체 평균 4.3%, 2025년 3분기 명목 기준 4% 중후반까지 올랐다. 기관마다 집계 기준이 달라 완전히 같은 시계열은 아니지만 방향은 하나다. 앞 섹션의 산식에 넣으면, 연 순수익 450억 원짜리 건물이 1조 2,857억 원에서 1조 465억 원으로 내려앉는 폭의 이동이다.
출발점은 저금리의 끝자락이다. 세빌스 집계에 따르면 2021년 서울과 분당의 오피스 거래액은 14조 9,000억 원으로 당시까지 사상 최대였다. 돈이 몰리며 분모는 바닥까지 눌렸다. 2022년 12월 뉴데일리경제 보도에 따르면 종로타워는 캡레이트 2% 후반에 거래됐는데, 같은 시점 선순위 대출금리는 7~8%였다. 건물이 벌어주는 수익률은 2~3%대, 사는 데 쓴 대출의 이자는 7%대. 빌려서 사는 순간 손해가 확정되는 역마진 구간이었다.
| 시점 | 서울 오피스 캡레이트 | 시장 상황 |
|---|---|---|
| 2020~2021년 | 저금리 압축기 | 2021년 서울·분당 거래액 14조 9,000억 원 사상 최대 (세빌스) |
| 2022년 말 | 도심 평균 약 3.5% | 종로타워 2% 후반 거래, 선순위 대출금리 7~8% 역마진 (뉴데일리경제) |
| 2024년 4분기 | 전체 평균 4.3% | 도심권 4.5 / 강남권 3.8 / 여의도권 4.1 (젠스타메이트) |
| 2025년 3분기 | 명목 4% 중후반 | 실질 기준 4% 초반 (세빌스) |
분자가 꺾여서 생긴 일이 아니다. 서울 오피스 임대료는 이 기간 내내 올랐다. 세빌스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프라임 오피스 임대료 상승률은 4.6%로 물가상승률 2.1%의 두 배가 넘었다. 부동산플래닛 집계를 인용한 2025년 상반기 서울경제 보도 기준으로 강남권의 전용면적 3.3㎡당 실질 임대비용(NOC)은 20만 9,650원, 도심권은 19만 6,394원, 여의도권은 18만 9,562원이었다. 임대료가 오르는데도 건물값은 눌린 3년. 산식의 분자와 분모는 따로 움직일 수 있고, 조 단위의 승부를 결정하는 쪽은 분모라는 것을 시장 전체가 보여준 기간이다.
같은 건물값이 왜 반년 만에 무너졌는가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의 4조 1,000억 원 매매가 무너진 것은 건물이 변해서가 아니라 분모가 변해서다. 2022년 상반기, 캐나다 자산운용사 브룩필드가 진행한 IFC 매각전에서 미래에셋이 4조 1,000억 원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고, 이행보증금 2,000억 원을 걸었다. 매매가의 약 4.9%를 계약 이행의 담보로 미리 묶은 것이다. 가격은 저금리의 분모로 계산되어 있었다.
반년이 걸리지 않았다. 2022년 하반기 금리가 급등하며 인수 자금의 조달 비용이 뛰었고, 앞 섹션의 역마진 구간이 이 거래를 그대로 덮쳤다. 여기에 2022년 9월 국토교통부가 미래에셋이 인수 기구로 세운 리츠의 영업인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자금 조달 구조 자체가 막혔다. 더벨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거래는 그해 가을 결렬됐다.
건물은 그대로였다. 임차인도, 임대료도, 여의도라는 입지도 상반기와 같았다. 산식의 분자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분모가 움직이자 4조 1,000억이라는 가격이 성립하지 않게 됐다. 매매 계약서에 적힌 가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특정 시점의 분모로 찍은 스냅숏이라는 것을 이만한 크기로 보여준 사례가 없다.
뒤처리는 가격이 무너진 속도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이행보증금 2,000억 원의 반환을 놓고 양측은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중재로 갔다. 중재부는 브룩필드의 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보증금 전액과 이자의 반환을 판정했지만, 브룩필드가 불복하면서 지급은 미뤄졌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025년 12월 5일 브룩필드가 이자를 더한 총 2,830억 원을 지급하면서 3년을 끈 분쟁이 끝났다. 가격이 무너지는 데는 반년이 걸리지 않았고, 그 잔해를 치우는 데는 3년이 걸렸다.
이 사건이 남긴 교훈은 매수자와 매도자에게 서로 다르게 적힌다. 매수자에게는 분모가 움직이는 시기에 가격을 확정하는 계약이 얼마나 큰 부채인지. 4조 1,000억 원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값이 2,830억 원이었다. 매도자에게는 이행보증금이라는 장치가 왜 2,000억 원이나 되어야 하는지. 계약이 깨질 가능성 자체에 값을 매겨 먼저 받아둔 덕분에, 브룩필드는 거래가 무너진 뒤에도 빈손이 아니었다. 리스크는 여기서도 값이 매겨져 배분되어 있었다. 3편에서 본 원리 그대로다.
금리는 가격보다 거래량을 먼저 때린다
금리 급등기에 서울 오피스 시장에서 먼저 사라진 것은 가격이 아니라 거래다. 뉴데일리경제에 따르면 2022년 9월 서울 오피스 거래금액은 전년 같은 달보다 61.9% 줄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성사된 거래의 값은 떨어지지 않았다. 이데일리가 집계한 서울 오피스 평균 평당 거래가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한 해도 꺾이지 않고 올랐다.
| 연도 | 서울 오피스 평당 평균 거래가 (이데일리) |
|---|---|
| 2021년 | 2,158만 원 |
| 2022년 | 2,641만 원 |
| 2023년 | 2,741만 원 |
| 2024년 | 2,910만 원 |
| 2025년 | 3,126만 원 |
두 숫자는 모순처럼 보이지만 같은 현상의 양면이다. 산식이 말하는 가격은 내려갔는데 매도자가 그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팔면 손실이 확정되는 건물주는 "그 값엔 안 판다"로 버텼고, 조정은 호가 하락이 아니라 거래 실종으로 나타났다. 성사되는 거래는 임차가 탄탄해 분자가 검증된 건물로 좁혀졌고, 그런 건물만 통계에 잡히니 평당가는 오히려 올랐다. 주식은 매일 호가가 움직이며 가격으로 충격을 흡수하지만, 부동산은 거래량으로 흡수한다.
바닥은 2023년이었다. 콜리어스 집계 기준 연간 거래액 9조 3,000억 원. 그 바닥에서도 분자가 확실한 자산에는 돈이 붙었다. 젠스타메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강남 더에셋이 1조 1,042억 원, 평당 약 4,500만 원에 거래됐고, 역삼 아크플레이스가 7,917억 원, 평당 4,170만 원대에 거래됐다. 분모가 높아진 시대에도 검증된 현금흐름은 값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2025년, 서울 오피스 거래액은 KB증권 집계 기준 16조 8,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집계 기관마다 포함 범위가 달라 2021년 세빌스 집계 14조 9,000억 원과 절대 수치를 맞대어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3년의 동결이 풀렸다는 방향은 어느 집계로 봐도 같다. 가격표가 다시 붙기 시작한 것은 분모가 4% 중후반에서 멈춰 서며 계산이 다시 서기 시작한 뒤였다.
공장도 준공 순간부터 같은 산식 위에 선다
공장은 준공되는 순간부터 쓰는 시설이면서 동시에 산식으로 평가되는 자산이 된다. 은행이 담보를 다시 평가할 때, 사업을 매각하거나 승계할 때, 값을 매기는 쪽이 보는 것은 벽돌의 원가가 아니라 그 공장이 만드는 연간 현금흐름을 요구수익률로 나눈 숫자다. 연 영업이익 3억 원인 공장을 요구수익률 10%로 역산하면 사업가치는 30억 원이고, 사는 쪽이 15%를 요구하면 같은 공장이 20억 원이 된다. IFC에서 벌어진 일과 같은 산식이 자릿수만 줄어서 작동한다.
그래서 해야 할 일도 두 방향으로 갈린다. 분자를 키우는 일은 임대료 자리에 앉을 현금흐름을 계약으로 고정하는 것이다. 파크원이 완공 전에 팔릴 수 있었던 것은 완공 전에 수요를 계약으로 묶어둔 선매입 구조 덕분이었다. 공장에서는 준공과 동시에 매출이 도는 제조사 인증 계약과 보험사 협력 계약이 그 자리에 온다. 분모를 낮추는 일은 그 현금흐름을 남이 믿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현금흐름에 시장은 높은 요구수익률을 매긴다. 사업과 개인의 돈이 섞인 장부, 사장 한 사람의 관계에 얹힌 매출은 사는 쪽 입장에서 할인해야 할 불확실성이다. 장부가 분리되어 투명할수록, 매출처가 계약으로 묶여 있을수록 분모가 내려가고, 같은 영업이익으로 더 큰 사업가치가 선다. 이 계산을 실제 공장 하나에 끝까지 적용하는 작업은 9편에서 한다.
건물을 쓰는 물건으로만 보는 사장에게 건물은 비용이다. 현금흐름을 담는 금융상품으로 보는 순간, 장기 일감 계약 한 장이 공장값을 움직이는 변수가 된다. 서울의 분모가 1%포인트 안쪽에서 움직이는 동안 4조 원짜리 계약이 무너졌듯이, 공장의 요구수익률 몇 %포인트는 대출의 한도와 승계의 조건과 매각의 값을 바꾼다. 임대료가 건물값을 만든다는 명제를 자영업의 언어로 옮기면 이렇게 된다. 영업이익이 공장값을 만든다.
다음 편은 집적이다. 임대료가 이렇게 비싼데도 회사들이 도심을 떠나지 않는 이유를 다룬다. 공실률 3%대의 서울, 강남 임대료를 넘어선 판교가 그 답의 실마리다.
출처
본문의 캡레이트·거래액·매매가는 부동산 자문사 분기 보고서와 경제지 보도 기준이다. 캡레이트는 기관마다 산정 기준이 다르고, 연간 거래액도 집계 기관별로 포함 범위가 달라 시점 간 비교는 같은 기관의 시계열 안에서만 유효하다. IFC 중재 판정의 정확한 시점은 보도가 엇갈려 본문에서는 판정과 불복, 2025년 12월 지급 종결의 순서만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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