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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 1편 / 17편

전화 영어는 영어가 아니라 광고를 팔았다

업체 300개가 난립한 시장에서 매출의 30%가 광고비로 나갔다

홍정현·2027.02.09
10분 읽기

이 글은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시리즈 1편이다. 전화로 언어를 파는 사업이 무엇으로 벌었고 왜 기울었는지를 먼저 해부한 뒤, 같은 구조를 한국어로 뒤집으면 무엇이 남는지를 열여섯 편에 걸쳐 따라간다.

2년 만에 업체 300개가 들어왔다

전화영어 시장은 진입 장벽이 거의 없는 상태로 시작했다. 2006년 시장 규모는 200억~300억원이었고, 이듬해인 2007년에는 430억원으로 커지면서 업체 수가 약 150개로 늘었다. 2008년에는 소규모 업체를 포함해 300여 개가 난립하는 상태가 됐다(전자신문 2007, 문화경제 2008).

2년 만에 업체가 두 배로 늘어난 이유는 이 사업에 필요한 것이 적었기 때문이다. 교실이 필요 없고, 교재는 사거나 만들면 되고, 강사는 해외에 있었다. 남는 것은 전화를 연결하는 일과 고객을 데려오는 일이었다.

2008년에는 대기업도 들어왔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스피쿠스, KT가 헬로ET, LG데이콤이 유캔스픽을 내놨다. 통신 3사가 각자의 이름으로 같은 시장에 동시에 들어온 것인데, 이들이 가진 것은 교육 역량이 아니라 회선과 가입자 명단이었다. 시장이 무엇을 겨루는 판이었는지가 여기서 드러난다.

시장 자체는 계속 커졌다. 2009년 1,200억원, 2011년 1,600억원을 지나 2018~2019년에는 3,000억원, 2020년에는 4,000억~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 수치는 그대로 읽으면 안 된다. "전화영어"만 좁게 센 통계와 화상 수업, 자기주도 학습 앱까지 묶은 "온라인 영어교육" 통계가 기사마다 섞여 쓰였다. 뒤에서 보겠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는 동안 대표 회사들의 매출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고, 그 어긋남을 설명하려면 시장 규모라는 숫자부터 의심해야 한다.

확실한 것은 업체 수다. 2008년에 300여 개였고 2020년에도 100개가 넘었다(시사뉴스 2020). 시장이 열 배 이상 커지는 동안에도 나눠 가질 사람의 수는 줄지 않았다.

소비자는 한 시간에 얼마를 냈나

전화영어의 소비자 가격은 시간당으로 환산해야 구조가 보인다. 상품이 월 정액으로 팔리는데 수업 길이와 횟수가 제각각이라, 표시 가격만으로는 비싼지 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2026년 현재 팔리는 상품을 시간당으로 고쳐 보면 이렇게 갈린다.

상품표시 가격월 수업 시간시간당 단가
EE전화영어, 매일 20분·월 20회월 69,000원6.7시간10,350원
YBM 전화영어, 주 2회·20분·미국 강사월 170,000원2.7시간63,750원
캠블리 프로, 30분 레슨·월간 결제레슨당 30,475원0.5시간60,950원
캠블리 프로, 30분 레슨·연간 결제레슨당 18,364원0.5시간36,728원

시간당 단가는 표시 가격을 월 수업 시간으로 나눈 값이며 이 글에서 계산했다. 계산식은 월 요금 나누기 (횟수 곱하기 분 나누기 60)이다. 예를 들어 69,000 ÷ (20 × 20 ÷ 60) = 10,350원이다.

같은 "전화·화상 영어"라는 이름 아래 시간당 1만원짜리와 6만원짜리가 함께 있다. 앞쪽은 필리핀 강사가 짧게 자주 거는 저가 대량형이고, 뒤쪽은 원어민이 첨삭까지 붙이는 고가 소량형이다. 이 둘은 사실상 다른 사업이며, 시장 규모 통계가 뒤엉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목할 것은 저가 쪽 가격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화영어 월 요금은 2000년대 말에도 지금도 6만~17만원 구간에 머물러 있다. 명목 가격이 그대로면 물가를 감안한 실질 가격은 내려간 것이다. 그 사이 서비스는 오히려 줄었다. 초기에 30분에서 50분씩 주던 업체들은 대부분 사라지거나 살아남기 위해 통화 시간을 줄였다.

가격을 못 올리는 사업은 이익을 다른 데서 만들어야 한다. 이윤에 상한이 걸린 사업이 원가 쪽에서 돈을 버는 구조는 대중교통에서도 같았다. 전화영어가 그 자리에서 무엇을 했는지가 다음 문제다.

매출의 30%가 광고로 나갔다

온라인 영어교육 업계는 2018년 기준 매출의 30% 이상을 광고선전비로 썼다. 금액으로는 회사당 90억~140억원이었다(뉴스토마토 2020-01-28). 이 서술은 시원스쿨·야나두·스터디맥스·위버스마인드를 함께 묶은 것이라 개별 회사의 정확한 비율은 아니지만, 절대금액과 비율이 함께 제시돼 있어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야나두의 2018년 매출은 413억원 또는 450억원으로 매체마다 다르게 보도됐다. 어느 쪽을 잡아도 30%는 124억~135억원이 되어 위 범위와 맞아떨어진다.

광고비 30%는 다른 업종에 대보면 크기가 분명해진다. 제조업에서 이 정도 비율은 성립하지 않는다. 원재료와 인건비를 다 쓰고 나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이 비율이 가능하려면 나머지 원가가 작아야 하고, 전화영어는 그 조건을 갖고 있었다. 건물이 없고 재고가 없고 강사가 해외에 있었다.

돈이 나간 통로도 확인된다. 시원스쿨은 쇠퇴 원인으로 "홈쇼핑 매출 감소"가 명시적으로 지목됐다(이투데이). 홈쇼핑은 방송 시간을 사서 파는 채널이고, 판매액의 상당 부분이 수수료로 나간다. 회사가 자기 이름을 알리는 데 쓴 돈이 매출을 만들고, 그 매출이 다시 광고비로 나가는 구조였다는 뜻이다.

여기서 이 사업의 성격이 드러난다. 업체 300개가 같은 상품을 비슷한 가격에 팔고 있었다면 소비자가 어느 회사를 고를 이유는 강의의 질이 아니라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였다. 강의는 20분짜리 전화 통화였고, 통화 상대가 누구인지는 결제하기 전에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면 경쟁은 자연히 인지도 싸움이 되고, 인지도는 돈으로 산다.

그래서 이 산업이 겨룬 것은 영어가 아니라 광고였다. 매출의 30%가 그 자리에 계속 묶여 있는 한, 남는 이익으로 강의를 개선하거나 가격을 낮출 여지는 처음부터 없었다.

강사에게 얼마를 줬는지는 공개된 적이 없다

전화영어의 원가에서 가장 큰 항목이었을 강사비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시원스쿨·야나두·튜터링·민병철·파고다의 공개 재무 자료를 훑었지만, 어느 회사도 손익계산서 주석에 강사료나 튜터 인건비를 따로 적어 두지 않았다. 비상장 교육 법인은 원가 세부 항목을 공시할 의무가 크지 않고, 실제로 공시하지 않았다.

대신 남아 있는 것은 성격이 다른 대체값 몇 개뿐이다.

금액시점성격
한국 대상 전화영어 강사 월급20,000페소2017년 무렵업계 관계자의 인터넷 게시글. 1차 자료 아님
필리핀 전국 평균 임금12,646페소2017년국가 통계, 전화영어 특정 아님
필리핀 콜센터·아웃소싱 일반직33,000~38,500페소2024년업종 임금 가이드, 강사직 아님
필리핀 온라인 영어강사 평균57,000~63,000페소2026년글로벌 플랫폼 전체 통칭. 한국 저가 상품 기준 아님

네 값이 서로 3배 이상 벌어져 있고 기준연도와 대상이 전부 다르다. 이걸 평균 내거나 환율을 곱해 "한 시간에 얼마"를 만들면 그 뒤의 계산이 전부 그럴듯한 오답이 된다.

그래서 이 글은 광고비가 강사비보다 컸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쓰고 싶은 유혹이 있지만 근거가 없다. 확인된 사실은 하나다. 온라인 영어교육 업계가 2018년에 매출의 30% 이상을 광고에 썼다는 것. 강사비가 그보다 컸는지 작았는지는 자료가 나오기 전까지 비워 둔다.

이 공백은 이 시리즈 전체에 남는다. 뒤에서 한국어로 뒤집어 계산할 때도 "전화 영어는 강사비가 이랬으니 한국어는 이럴 것"이라는 식의 추론은 쓰지 않는다. 한국어 쪽은 다행히 강사 단가가 공개돼 있고, 그 숫자로 직접 계산할 수 있다.

정점은 2016년이었다

시장 규모 통계는 계속 커진다고 말했지만 대표 회사들의 매출은 그렇지 않았다. 시원스쿨을 운영한 에스제이더블유인터내셔널의 매출 시계열이 가장 뚜렷하다.

연도매출비고
2015480억원
20161,380억원정점
2017775억원
2018488억원
2019452억원
2020330억원영업이익 4억원
2023217억~221억원매체 간 수치 상충

2016년 1,380억원에서 2020년 330억원으로 4년 만에 76% 줄었다(계산: (1,380 − 330) ÷ 1,380 = 0.761). 그 뒤로는 200억원대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회사는 2025년 교육사업 부문이 다른 곳으로 넘어갔다.

같은 기간 야나두는 반대 방향으로 들어왔다가 같은 자리에서 만났다. 2016년 진입 첫해 매출 34억원에서 2018년 400억원대까지 올라섰고, 2020년 카카오키즈와 합쳐진 뒤 연결 매출은 2022년 931억원까지 커졌다. 그런데 같은 해 영업손실이 364억원, 순손실이 525억원이었다. 매출이 늘어나는 동안 손실이 더 빨리 늘어난 것이다.

연도매출영업이익자본총계
2022931억원-364억원-129억원
2023844억원-131억원-142억원
2024775억원-145억원-31억원

자본총계가 계속 마이너스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5년 연속 영업적자였고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졌다. 2026년 1분기 기준으로 야나두 매출에서 영어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23.3%이고, 나머지는 학교 교육정보화 사업 45.2%와 피트니스 31.5%다. 본업이 부업 자리로 내려앉았다.

축소균형으로 버틴 곳도 있다. 민병철교육그룹은 2016년 141억원에서 2024년 156억원으로 8년 동안 사실상 제자리이며 2024년에는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커지지도 사라지지도 않은 채 남아 있다.

광고를 덜 쓴 쪽은 어떻게 됐나

여기까지가 전화영어라는 사업의 뼈대다. 진입이 쉬워서 300개가 들어왔고, 상품이 비슷해서 이름값으로 겨뤘고, 이름값을 사느라 매출의 30%가 광고로 나갔다. 가격은 20년째 그 자리이고 통화 시간은 오히려 줄었다. 대표 회사는 4년 만에 매출의 76%를 잃었다.

그런데 이 설명에는 확인해야 할 곳이 있다. 광고비 구조가 문제였다면, 같은 시장에서 광고에 덜 기댄 회사는 다른 성적을 냈어야 한다. 실제로 그런 회사가 있었고, 성적도 달랐다. 다음 편은 그 대조를 본다. 거기서 나오는 결론은 광고비 이야기보다 이 시리즈에 더 중요하다. 전화라는 형식 자체가 이미 지고 있었는지를 가르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가 전화영어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하나다. 한국어로 같은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결국 이 구조를 뒤집어 놓고 되는지 보는 일인데, 원형을 모르면 무엇이 뒤집히는지도 알 수 없다.

다루는 것
1전화영어의 수익 구조와 광고비
2AI 이전에 이미 진행된 쇠퇴
3한국어로 뒤집으면 달라지는 세 가지
4국가가 정해 놓은 가격
5국내 체류 외국인의 한국어 요건
6해외 학습 수요와 현지 가격
7지불자를 찾는 일
8강사 공급과 사업 자격
9단위경제 계산
101차 진단
11~16AI가 바꾼 것과 창업 재진단

미리 밝혀 둘 것이 있다. 이 시리즈가 다루는 원가 항목 중 하나는 끝내 숫자를 못 채웠다. 전화영어 회사들이 해외 강사에게 실제로 지급한 단가다. 공개 자료로는 접근되지 않았고, 대체값은 서로 3배 이상 벌어져 있어 하나로 좁힐 수 없었다. 이 항목은 추정치로 메우지 않고 공백으로 둔다. 뒤에서 한국어 쪽 원가를 계산할 때도 전화영어 강사비에서 유추하지 않는다. 한국어 강사 단가는 다행히 공개돼 있어 직접 계산할 수 있다.

출처

사업자별 매출은 언론 보도에 인용된 수치이며 감사보고서 원문을 직접 대조하지는 못했다. 시원스쿨의 2023~2024년 수치와 야나두의 2018년 매출은 매체 간에 값이 달라 본문에 양쪽을 병기했다. 시간당 단가와 감소율은 이 글에서 계산한 값이고 계산식을 본문에 밝혔다. 광고선전비 30%는 개별 회사가 아니라 온라인 영어교육 업계 전반에 대한 서술이다.

출처 전체(9건) 펼치기

시장 형성과 규모

사업자 재무

강사 임금 대체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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