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다리사장으로 가는 다리
경영
경영 ·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 4편 / 17편

국가가 시간당 천 원에 가격을 정해 놨다

세종학당은 무료이고 사회통합프로그램은 백 시간에 십만 원이다

홍정현·2027.03.02
11분 읽기

이 글은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시리즈 4편이다. 앞 편에서 한국어로 뒤집으면 세 가지가 자리를 바꾼다는 것을 봤다. 이번 편은 그 자리에 이미 누가 앉아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 자리에는 국가가 앉아 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팔려는 사업의 경쟁자는 다른 학원이 아니다. 국가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공적 기관은 부처별로 나뉘어 여러 갈래로 운영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인 세종학당은 2026년 6월 기준 89개국에 273개소를 두고 있고, 2025년 한 해 수강생이 23만 9,020명이다. 이 중 11만 명 이상이 온라인으로 배웠다. 2019년에 60개국 180개소였으니 7년 사이 국가 수가 절반쯤, 학당 수가 절반 이상 늘었다.

법무부는 사회통합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한다.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지정된 운영기관이 385곳(거점 45곳, 일반 340곳)이고, 참여자는 2009년 첫해 1,331명에서 2025년 9만 180명으로 늘었다. 전년 대비 27.1% 증가한 수치다.

이 밖에도 여성가족부 소관 가족센터가 2025년 기준 221개소에서 결혼이민자 대상 한국어 교육을 하고, 고용노동부 계열에서 외국인 근로자 입국 후 취업교육을 맡는다. 재외동포청은 해외 한글학교를 지원한다.

이 공급이 한 부처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봐야 한다. 문체부는 해외 보급을, 법무부는 체류 자격과 묶인 사회통합을, 여가부는 결혼이민 가정을, 고용부는 근로자 입국 교육을 맡는다. 부처마다 목적이 다르니 대상도 다르게 잘려 있고, 그래서 어느 한 기관이 전체를 덮지 않는다. 민간이 들어갈 자리가 생기는 것도 이 분할 때문이지만, 동시에 어느 자리를 노리든 그 자리를 관할하는 부처의 무료 또는 저가 공급과 마주치게 된다.

민간 사업자가 이 시장에 들어간다는 것은 이 기관들과 같은 학습자를 놓고 겨룬다는 뜻이다. 그리고 문제는 규모가 아니라 가격이다. 이들이 받는 값이 얼마인지가 민간이 매길 수 있는 가격의 천장을 정한다.

백 시간에 십만 원이다

법무부는 2025년 1월 1일부터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유료로 바꿨다. 그전까지는 전액 무료였다. 유료화한 뒤의 가격표는 이렇다.

단계교육 시간교육비시간당
0단계15시간무료0원
1~4단계각 100시간각 10만원1,000원
5단계 기본과정70시간7만원1,000원
5단계 심화과정30시간3만원1,000원

시간당 단가는 교육비를 교육 시간으로 나눈 값이며 이 글에서 계산했다. 100,000 ÷ 100 = 1,000원이고, 70,000 ÷ 70과 30,000 ÷ 30도 같은 값이 나온다. 유료화한 뒤에도 시간당 1,000원이라는 선이 모든 단계에 똑같이 적용됐다.

여기에 감면까지 붙는다. 해당 단계에 100% 출석했거나 강사가 우수 학습자로 추천하면 수수료를 절반 깎아 준다.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국가유공자, 인도적 체류자 등은 아예 면제된다. 성실하게 다니면 시간당 500원이 된다는 뜻이다.

세종학당 쪽은 더 내려간다. 재단이 직접 운영하는 사이버한국어과정은 무료다. 동영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 교사가 실시간 화상 강의를 하고, 입문과 초급 과정을 영어·중국어·러시아어·베트남어 등으로 나눠 24개 반을 굴린다. 2025년에는 이 온라인 과정으로만 11만 명 이상이 배웠다.

정리하면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 앞에 놓인 선택지는 무료이거나 시간당 1,000원이다.

유료로 바꾼 이유를 국가가 밝혔다

법무부가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유료로 전환하면서 든 이유는 세 가지다. 무료로 주니 학습 동기와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것, 참여자의 책임감을 높이겠다는 것, 그리고 세 번째가 중요하다.

교육 대상이 동포·취업 인력·유학생으로 다양해지면서 수요가 늘었는데 정부 재정이 충분하지 않아 과정을 제대로 개설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국가가 스스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고 밝힌 셈이다. 사업하는 쪽에서 보면 이건 두 가지로 읽힌다.

첫째, 빈자리가 있다. 국가가 못 채우는 수요가 실재한다는 것을 소관 부처가 인정했다.

둘째, 그 빈자리의 가격이 이미 정해졌다. 국가가 100시간에 10만원이라는 값을 붙여 놓았고, 그 값은 원가를 회수하려는 가격이 아니라 참여자의 책임감을 위한 상징적 금액에 가깝다. 학습자 입장에서 한국어 교육의 정상 가격은 이제 시간당 1,000원이다.

민간이 그 옆에 서서 다른 값을 부르려면 "왜 스무 배를 내야 하는가"에 답해야 한다. 그런데 스무 배도 계산이 맞지 않는다. 뒤에서 다루겠지만 한국에서 한국어 강사를 한 시간 쓰는 데 드는 돈은 이미 시간당 1,000원보다 훨씬 위에 있고, 그 차이는 스무 배 정도가 아니다.

여기서 이 사업의 성격이 드러난다. 가격을 사업자가 정하는 시장이 아니다. 가격이 이미 정해져 있고, 정한 쪽은 이익을 낼 필요가 없는 곳이다.

공짜로 주면 안 나온다는 것도 국가가 밝혔다

법무부가 유료화 사유로 든 것 중 첫 번째를 다시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무료로 제공하니 학습 동기와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돈을 받는 쪽이 "공짜로 주면 열심히 안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셈인데, 이건 교육 사업 전반에 걸린 문제다. 배우는 일은 시간과 노력이 들고, 그 부담을 견디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이미 낸 돈이다. 낸 것이 없으면 그만두는 데 아무 대가가 없다.

여기에 감면 제도의 설계도 맞물린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은 해당 단계에 100% 출석하면 수수료를 절반 깎아 준다. 돈을 받되 끝까지 나오면 돌려주는 구조다. 값을 매긴 목적이 수입이 아니라 출석에 있다는 것이 이 설계에 드러난다.

이 대목이 민간 사업자에게 뜻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한쪽으로는 나쁜 소식이다. 국가가 시간당 1,000원이라는 값을 붙인 이유가 원가 회수가 아니라 학습 관리라면, 그 값은 원가가 올라도 따라 오르지 않는다. 민간이 아무리 원가를 들이대도 비교 기준은 그 자리에 계속 있다.

다른 쪽으로는 정보다. 이 시장에서 진짜 어려운 문제가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끝까지 나오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공급자 중 가장 큰 곳이 확인해 준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통합프로그램의 참여자 수는 2025년 9만 180명으로 집계되지만, 그중 각 단계를 끝까지 마친 이수자가 몇 명인지는 공개돼 있지 않다. 참여와 완주 사이의 간격이 얼마인지는 이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값을 매기는 쪽이 이익을 낼 필요가 없을 때

경쟁자가 국가라는 말은 흔히 "덩치가 크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실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국가는 손익을 맞출 필요가 없다.

민간 사업자가 가격을 정하는 방식은 정해져 있다. 원가를 알아내고, 마진을 얹고, 그 값에 팔릴지 확인한다. 안 팔리면 원가를 줄이거나 접는다. 국가는 이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 정책 목표가 먼저 있고, 예산이 배정되고, 참여자 부담은 정책적으로 결정된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의 시간당 1,000원은 원가에서 나온 값이 아니라 "무료보다는 받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값이다.

이런 시장에서 민간이 취할 수 있는 자리는 둘뿐이다.

국가가 안 하는 것을 판다. 국가 프로그램이 다루지 않는 영역, 예를 들어 특정 직종의 현장 용어나 면접 대비 같은 것으로 옮겨 간다. 이 경우 경쟁은 피하지만 시장이 좁아진다.

국가보다 훨씬 좋은 것을 판다. 같은 한국어를 가르치되 편의와 밀도에서 확실히 앞서 그 차이만큼 값을 받는다. 이 경우 시장은 넓지만 학습자가 스무 배를 낼 이유를 찾아야 한다.

둘 다 쉬운 길이 아니다. 그리고 어느 쪽을 고르든 학습자의 머릿속에는 이미 시간당 1,000원이라는 기준이 박혀 있다. 값을 비교할 대상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 전화영어에는 무료로 영어를 가르치는 국가 기관이 없었다.

국가가 정한 것은 가격만이 아니다

공적 공급이 만든 기준은 값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무엇을 배우는가, 얼마나 배우는가, 어디서 배우는가까지 함께 정해져 있다.

배우는 양부터 그렇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은 1단계부터 4단계까지 각 100시간, 5단계는 기본 70시간에 심화 30시간으로 짜여 있다. 영주 자격을 받으려면 5단계 기본과정 70시간을 이수하거나 종합평가에 합격해야 하고, 귀화를 노리면 심화까지 마쳐야 한다. 즉 학습자에게 "얼마나 배워야 하는가"의 답이 이미 주어져 있다.

배우는 내용도 정해져 있다. 단계별 교재와 평가가 제도 안에서 표준화돼 있고, 그 표준이 곧 시험 범위다. 학습자가 사려는 것은 한국어 실력 자체가 아니라 그 단계를 통과하는 일이므로, 민간이 다른 교육과정을 제안하면 "그건 시험에 안 나오는데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남는 자리는 표준 밖에 있다. 국가가 정한 과정으로는 안 되는 것, 예컨대 배정을 못 받아 기다리는 사람의 시간, 정해진 시간표에 못 맞추는 사람의 사정, 표준 교재가 다루지 않는 특정 현장의 말 같은 것들이다. 이 자리들은 실재하지만 하나같이 작고 흩어져 있다.

표준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 늘 불리하지만은 않다.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가 이미 나와 있으니 교육과정을 새로 설계할 필요가 없고, 학습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분명하다. 시장을 만들 필요 없이 이미 있는 시장에 들어가면 된다. 문제는 그 시장의 값이 함께 정해져 있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4편의 답은 이렇게 정리된다. 경쟁자가 국가라는 말의 무게는 규모가 아니라 가격과 표준을 동시에 쥐고 있으면서 이익을 낼 필요가 없다는 데 있다. 민간이 들어갈 자리는 국가가 안 하는 쪽인데, 그쪽은 정의상 작다.

그래도 국가가 못 덮는 자리가 있다

값이 시간당 1,000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그 값에 배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적 공급에는 명확한 경계가 있고, 그 밖으로 밀려나는 사람이 생긴다.

온라인으로 갈아탈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 사회통합프로그램에도 실시간 화상 수업이 있지만 아무나 신청하지 못한다. 임신·출산, 거동 불편, 원거리 거주, 취업 같은 사유로 집합 교육이 어려운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고, 신청한 뒤에도 임신확인서나 재직증명서 같은 서류로 심사를 받아야 배정된다. 교대 근무자가 편해서 온라인을 고르는 구조가 아니다.

대상이 신분으로 나뉘어 있다. 가족센터의 한국어 교육은 다문화가족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외국인 근로자나 유학생은 애초에 대상이 아니다. 방문교육 서비스는 입국 5년 이하 결혼이민자로 더 좁다. 세종학당은 반대로 해외 거주자를 겨냥한 기관이라 국내 체류자에게는 온라인 과정이 사실상 유일한 접점이다.

축소된 축도 있다. 외국인력지원센터는 2023년 예산안에서 관련 예산 71억원이 전액 삭감되며 폐지 위기를 겪었고, 이후 지자체 주도로 전환돼 9개 센터가 운영되는 형태로 바뀌었다. 노동자를 향하던 공급의 한 축이 이 시기에 실제로 줄었다.

자리가 모자란다는 정황도 있다. 인기 지역과 야간·주말반은 신청이 열리자마자 마감된다는 것이 이용자들 사이의 공통된 이야기다. 다만 정원 대비 신청 초과율이나 대기자 수를 공식 통계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법무부나 국회 자료에 있을 가능성이 있으나 이번에는 찾지 못했으므로, 여기서는 "국가가 재정 부족을 스스로 밝혔다"는 사실까지만 근거로 쓴다.

잘려 나간 자리의 성격도 봐야 한다. 이들은 국가 프로그램에 못 들어간 사람이지 한국어가 필요 없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교대 근무를 하거나 멀리 살거나 대상 신분이 아니어서 밀려난 쪽이라, 필요는 있는데 접근이 막힌 상태에 가깝다. 사업 기회는 원래 이런 자리에서 생긴다. 다만 이 자리들은 하나로 묶여 있지 않고 사정마다 흩어져 있어서, 한 상품으로 다 받기가 어렵다.

정리하면 국가가 시간당 1,000원에 공급하고 있지만, 그 공급은 신분과 사유와 시간대로 잘려 있다. 잘려 나간 자리에 사람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그 남은 사람이 몇 명이고 누구인가. 다음 편은 한국 안에 있는 사람부터 센다.

출처

시간당 단가는 교육비를 교육 시간으로 나눠 이 글에서 계산했다. 세종학당 예산은 2018~2019년 자료만 1차로 확인됐고 최신 총예산은 찾지 못해 본문에서 다루지 않았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의 정원 대비 대기자 통계는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자리가 모자란다"는 서술은 법무부가 밝힌 재정 부족 사유와 이용자 정황까지만 근거로 삼았다. 운영기관 수는 법무부 지정 공고의 385개소를 따랐고, 사회통합정보망에 표시되는 484건과의 차이는 원인을 확인하지 못했다.

출처 전체(6건) 펼치기

세종학당

사회통합프로그램

가족센터·외국인력지원센터

이어 읽기

사장다리는 로그인 회원에게 글 전체를 공개합니다.
카카오로 1초 로그인하고 이어 읽어 보세요.

카카오로 1초 로그인

가입 절차 없이 카카오 인증으로 바로 시작됩니다.

같은 축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