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업은 AI가 오기 전에 이미 기울었다
통화형은 적자였고 자기주도 학습형은 영업이익률 19%였다
이 글은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시리즈 2편이다. 1편에서 전화영어가 매출의 30% 이상을 광고에 쓰는 구조였음을 봤다. 이번 편은 그 구조에서 벗어난 회사들의 성적을 대조한다.
같은 시장에서 정반대 성적표가 나왔다
앞 편의 질문은 광고에 덜 기댄 회사가 다른 성적을 냈느냐였다. 냈다. 그것도 방향이 반대였다.
위버스마인드는 뇌새김이라는 이름의 영어 학습 제품을 판다. 태블릿 기기에 콘텐츠를 담아 파는 방식이고, 강사와의 통화가 상품에 들어 있지 않다. 위버스브레인은 스피킹맥스를 운영하는데 이쪽도 동영상과 발화 연습 중심이라 사람과 약속을 잡을 일이 없다. 두 회사는 2019년에 하나로 묶였다. 위버스마인드가 스터디맥스를 인수했고, 스터디맥스가 운영하던 것이 스피킹맥스였다.
| 회사 | 상품 형태 | 연도 | 매출 | 영업이익 | 영업이익률 |
|---|---|---|---|---|---|
| 위버스마인드(뇌새김) | 학습기와 콘텐츠 | 2018 | 537억원 | 130억원 | 24.2% |
| 〃 | 〃 | 2023 | 1,089억원 | 133억원 | 12.2% |
| 〃 | 〃 | 2025 | 1,583억원 | 308억원 | 19.5% |
| 위버스브레인(스피킹맥스) | 동영상과 발화 연습 | 2023 | 284억원 | 19억원 | 6.7% |
| 야나두 | 통화형 포함 종합 | 2022 | 931억원 | -364억원 | -39.1% |
| 〃 | 〃 | 2023 | 844억원 | -131억원 | -15.5% |
| 〃 | 〃 | 2024 | 775억원 | -145억원 | -18.7% |
영업이익률은 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눈 값이며 이 글에서 계산했다.
숫자를 그대로 읽으면 이렇게 된다. 사람과 통화하지 않는 쪽은 매출이 세 배로 늘면서 이익률 20% 안팎을 지켰고, 통화를 파는 쪽은 매출이 줄면서 손실이 매출의 15%에서 39%까지 났다.
한 가지는 미리 밝혀 둔다. 뇌새김은 전화영어와 같은 상품이 아니다. 학습기를 파는 회사이고 판매 방식도 다르다. 두 회사를 나란히 놓는 것은 같은 상품을 겨뤘기 때문이 아니라, 영어를 배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쓸 수 있는 돈을 두고 겨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월 7만원을 전화영어에 낼지 학습기에 낼지가 선택지였다.
갈린 자리에 있던 것은 예약이었다
두 모델의 차이는 강의의 질이 아니라 시작하는 데 드는 절차다.
전화영어를 한 번 하려면 시간을 예약하고, 그 시간에 자리를 잡고, 전화를 받고, 모르는 사람과 20분을 이야기하고, 끝나면 다음 회차를 다시 예약해야 한다. 자기주도 학습 상품은 앱을 열면 된다. 학습 효과가 어느 쪽이 높은지는 이 글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꾸준히 하느냐이고, 절차가 많을수록 중간에 멈추는 사람이 늘어난다.
이 마찰은 상품 설계에 흔적을 남겼다. 초기 전화영어는 한 번에 30분에서 50분을 줬는데, 그 상품을 팔던 업체들은 대부분 사라지거나 통화 시간을 줄였다. 2026년 현재 팔리는 상품은 대체로 10분에서 20분이다. 통화 시간을 줄이면 강사 원가가 내려가지만, 동시에 "매일 20분이면 부담 없다"는 쪽으로 상품을 다시 파는 일이기도 하다. 부담을 줄여야 팔린다는 것 자체가 이 형식에 부담이 있었다는 뜻이다.
여기서부터는 해석이다. 두 모델의 성적이 갈렸다는 것은 재무제표에 남은 사실이지만, 갈린 원인이 예약이라는 절차였다는 것은 이 글의 해석이며 1차 자료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 회사들은 이탈률이나 수업 소진율을 공개하지 않는다. 월 20회를 판 상품에서 실제로 몇 회가 쓰였는지, 남은 회차가 회사 이익으로 얼마나 돌아갔는지는 어떤 공개 자료에도 없다.
마찰은 파는 쪽에도 있었다. 통화 상품은 강사와 학생의 시간을 동시에 맞춰야 성립한다. 학생이 나타나지 않아도 그 시간을 비워 둔 강사에게는 값을 치러야 하고, 예약이 몰리는 저녁 시간대에는 강사가 모자라고 낮에는 남는다. 시간대별로 수요가 고르지 않은 상품에서 이 편차는 그대로 원가가 된다. 앱을 파는 회사에는 이 문제가 아예 없다. 콘텐츠는 한 번 만들면 몇 명이 언제 쓰든 원가가 늘지 않는다. 같은 매출을 올려도 한쪽은 사람을 더 써야 하고 한쪽은 안 써도 되는 구조였다.
다만 방향은 일관된다. 예약과 통화가 필요 없는 쪽이 돈을 벌었고, 필요한 쪽이 잃었다. 그리고 이 대조는 인공지능이 등장하기 한참 전부터 있었다.
인공지능이 오기 전에 승부는 나 있었다
전화영어가 인공지능에 밀렸다는 설명은 흔하지만 연도를 맞춰 보면 순서가 어긋난다.
| 연도 | 이 산업에서 일어난 일 |
|---|---|
| 2016 | 시원스쿨 매출 1,380억원으로 정점 |
| 2018 | 위버스마인드 영업이익 130억원, 이익률 24.2% |
| 2019 | 위버스마인드가 스터디맥스 인수, 카카오키즈가 야나두 흡수합병 |
| 2020 | 시원스쿨 매출 330억원. 정점 대비 76% 감소 |
| 2022 | 야나두 영업손실 364억원, 순손실 525억원 |
| 2022년 말 | 생성형 인공지능 대중 서비스 등장 |
| 2023 | 야나두 영업손실 131억원, 자본총계 -142억원 |
| 2025 | 위버스마인드 매출 1,583억원, 영업이익 308억원 |
승부가 갈린 구간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다. 그 구간에 시원스쿨은 매출의 4분의 3을 잃었고, 야나두는 합병으로 매출을 키운 대가로 영업손실 364억원을 냈고, 위버스마인드는 이익률 20%대를 지켰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일반에 알려진 것은 그 뒤다.
이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이 시리즈가 뒤에서 던질 질문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전화영어를 죽였다면 한국어로 다시 해도 같은 것에 죽는다는 뜻이고, 인공지능이 오기 전에 이미 죽어 가고 있었다면 형식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두 진단은 처방이 완전히 다르다. 앞쪽이면 인공지능을 피하거나 이용하는 설계를 하면 되고, 뒤쪽이면 전화라는 형식을 버려야 한다.
연표는 뒤쪽을 가리킨다. 다만 이것이 인공지능의 영향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인공지능 이후에 어학 회사들이 무엇을 했고 어떻게 됐는지는 이 시리즈 2부에서 따로 본다. 1부는 인공지능을 논거로 쓰지 않고, 그것을 빼고도 이 사업이 성립하는지만 따진다.
형식 하나로 몰면 틀린다
통화라는 형식이 불리했다는 것은 이 산업이 기운 이유의 일부다. 같은 기간에 다른 힘도 함께 작동했고, 그것들을 빼놓으면 진단이 틀어진다.
업체가 시장보다 빨리 늘었다. 시장은 2011년 1,600억원에서 2020년 4,000억~5,000억원으로 커졌는데, 업체 수는 2008년 300여 개에서 2020년에도 100개가 넘게 유지됐다. 파이가 커지는 동안 나눠 가질 사람이 줄지 않으면 한 명당 몫은 늘지 않는다.
광고비가 그 경쟁의 형태였다. 앞 편에서 본 대로 온라인 영어교육 업계는 2018년 매출의 30% 이상을 광고에 썼다. 경쟁이 강의가 아니라 인지도에서 벌어지면 비용은 회사 바깥으로 나간다.
서비스가 압축됐다. 통화 시간이 30~50분에서 10~20분으로 줄었다. 원가를 줄이는 방법이었지만 상품 가치도 함께 줄었다.
수요 자체가 흔들렸다. 2019년 시점에 업계는 학령인구 감소로 기초영어교육 수요가 주춤한다고 스스로 진단했다(이데일리 2019). 다만 이 서술은 성인 대상 전화영어와 초중등 시장을 구분하지 않은 것이라 그대로 성인 시장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단독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 2019년 한 해에 인수합병이 두 건 있었다. 위버스마인드가 스터디맥스를 인수했고, 카카오키즈가 야나두를 흡수합병했다. 두 건 다 규모를 키워 유통과 원가를 해결하려는 성격이었다.
이 요인들은 서로 맞물려 있다. 업체가 많으니 광고를 해야 하고, 광고비를 감당하려니 원가를 줄여야 하고, 원가를 줄이려니 통화 시간을 깎았고, 시간이 짧아지니 상품이 얇아져 다시 광고로만 팔리는 물건이 됐다. 어느 한 고리를 끊으면 다음 고리가 조인다. 통화라는 형식이 불리했다는 것은 이 맞물림 안에서 작동한 힘 중 하나이며, 그 힘이 유독 오래 작동했다는 것이 두 모델의 성적 차이로 남았다.
코로나19의 영향은 방향을 확정하지 못했다.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었다는 일반론은 있지만 전화·화상 영어가 그 특수를 누렸는지, 기업과 학교 예산이 줄면서 오히려 타격을 받았는지를 가르는 업종별 자료를 찾지 못했다. 이 항목은 비워 둔다.
통화형이 전부 죽지는 않았다
여기까지 읽으면 사람과 통화하는 상품은 다 졌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그렇지 않다. 통화를 파는데도 자리를 지킨 회사들이 있고, 그들이 무엇을 다르게 했는지가 이 시리즈에는 더 중요하다.
링글은 화상으로 영어를 가르치되 원어민 강사가 글을 첨삭해 주는 방식을 판다. 2023년 매출 129억원이고, 2027년까지 매출 1,000억원과 영업이익률 10%를 목표로 제시하면서 기업 대상 상품과 초중등 상품으로 넓히고 있다. 캠블리는 30분 레슨을 레슨당 1만 8천원에서 3만원 사이에 판다. 앞 편의 표로 돌아가면 시간당 3만 7천원에서 6만 1천원 구간이다.
같은 표에서 저가 전화영어는 시간당 1만원대였다. 여섯 배 차이가 나는 두 상품이 같은 이름으로 불려 왔다.
| 구분 | 시간당 단가 | 파는 것 |
|---|---|---|
| 저가 대량 통화형 | 1만원대 | 매일 짧게 말할 기회 |
| 고가 소량 통화형 | 3만~6만원대 | 원어민의 교정과 첨삭 |
무너진 쪽은 앞이다. 매일 20분씩 말할 기회는 원가를 낮춰야 팔 수 있고, 원가를 낮추려면 통화 시간을 줄여야 하고, 줄이면 상품이 얇아진다. 그 자리를 앱이 가져갔다. 앱은 예약이 없고 시간 제한이 없고 무엇보다 사람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버틴 쪽은 뒤다. 여기서 파는 것은 말할 기회가 아니라 틀린 것을 짚어 주는 사람이다. 이건 원가를 낮출 수 없고, 낮출 필요도 없다. 값을 올려서 판다.
이 갈림은 뒤에서 한국어를 볼 때 그대로 다시 나온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에게 팔 수 있는 것이 "말할 기회"인지 "틀린 것을 짚어 주는 사람"인지에 따라 원가도 가격도 경쟁자도 달라진다. 그리고 한국어 쪽에는 말할 기회를 공짜로 주는 곳이 이미 있다.
그런데 왜 이걸 한국어로 다시 하려 하는가
두 편에 걸쳐 확인한 것은 이렇다. 전화로 언어를 파는 사업은 진입이 쉬워 300개가 들어왔고, 인지도로 겨루느라 매출의 30%를 광고에 썼고, 예약과 통화라는 절차를 요구하는 상품이 절차 없는 상품에 밀렸다. 그 승부는 인공지능이 오기 전에 났다.
그러면 같은 것을 한국어로 다시 하겠다는 생각은 무엇을 근거로 하는가.
근거가 없지는 않다. 한국어는 영어와 조건이 다르다. 배우는 사람의 사정이 다르고,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고, 가격을 정하는 주체도 다르다. 영어를 배우는 한국인은 안 배워도 살 수 있지만, 한국에서 일하려는 외국인은 시험을 통과해야 비자가 나온다. 이 차이는 작지 않다.
다음 편은 그 차이를 하나씩 놓고 본다. 전화영어의 구조를 한국어로 뒤집을 때 실제로 뒤집히는 것은 세 가지이며, 그중 둘은 사업에 불리하게, 하나는 유리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그 셋을 다 보고 나면 경쟁자 자리에 누가 앉아 있는지가 드러난다.
미리 말해 둘 것은, 이 시리즈가 1부에서 인공지능을 논거로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시점에서 인공지능을 넣고 계산하면 어떤 사업이든 결론이 그쪽으로 쏠린다. 그래서 10편까지는 인공지능을 빼고 이 사업이 성립하는지만 따지고, 2부에서 그것을 다시 넣는다. 순서를 그렇게 잡은 이유는 두 계산의 답이 다르게 나올 때 무엇 때문에 달라졌는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출처
회사별 매출과 영업이익은 언론 보도에 인용된 수치이며 감사보고서 원문을 직접 대조하지는 못했다. 위버스브레인의 가장 최근 매출 415억원은 검색 결과에 연도 표기 없이 나타나 본문에서 제외했다. 영업이익률과 감소율은 이 글에서 계산했고 계산식을 밝혔다. 통화 형식이 쇠퇴 원인이라는 서술은 두 모델의 실적 대조에서 끌어낸 해석이며, 이탈률·수업 소진율 같은 직접 근거는 공개돼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