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업을 한국어로 하면 세 가지가 뒤집힌다
강사와 고객이 자리를 바꾸고, 안 배우면 안 되는 사람이 생긴다
이 글은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시리즈 3편이다. 앞의 두 편에서 전화영어가 무엇으로 벌었고 왜 기울었는지를 봤다. 이번 편부터 그 구조를 한국어로 뒤집는다.
자리를 바꾸는 것은 세 가지다
전화영어와 전화 한국어는 같은 사업처럼 보인다. 전화를 걸어 외국어로 말하고 돈을 낸다. 그런데 이 사업의 구성 요소를 하나씩 놓고 보면 자리가 바뀌는 것이 셋 있다.
| 요소 | 전화영어 | 전화 한국어 | 방향 |
|---|---|---|---|
| 강사가 사는 곳 | 필리핀 등 해외 | 한국 | 불리 |
| 고객이 사는 곳 | 한국 | 해외 또는 국내 체류 외국인 | 불리 |
| 배우는 이유 | 하면 좋은 것 | 안 하면 안 되는 경우가 있음 | 유리 |
앞의 둘은 원가와 매출을 각각 반대 방향으로 민다. 강사는 물가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오고, 고객은 소득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간다. 사업으로 보면 양쪽에서 동시에 나빠지는 구조다.
마지막 하나가 유일하게 반대로 작동한다.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는 것은 안 배워도 사는 데 지장이 없는 일이지만, 한국에서 일하거나 살려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는 체류 자격에 직접 걸린다. 시험을 통과해야 비자가 나오고, 급수가 있어야 자격이 바뀐다. 이 강제성은 전화영어에는 없던 것이다.
셋 중 어느 것도 사업자가 고를 수 있는 항목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강사를 어디서 구할지, 고객이 어느 나라에 살지, 그 사람이 왜 배우는지는 사업 계획을 잘 짠다고 바뀌지 않는다. 언어를 영어에서 한국어로 바꾸는 순간 세 가지가 한꺼번에 따라 움직이고, 그 결과로 나온 조건 위에서 사업을 설계해야 한다. 전화영어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옮겨 오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글은 셋을 하나씩 본다. 다만 금액은 계산하지 않는다. 강사에게 얼마를 줘야 하는지, 고객에게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는 숫자를 모아 뒤에서 한 번에 계산할 것이고, 여기서는 각 요소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만 확인한다. 방향을 먼저 잡아 두지 않으면 나중에 나오는 숫자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다.
첫째, 강사가 한국에 산다
전화영어의 원가 구조가 성립한 조건은 강사가 물가 낮은 나라에 있었다는 것이다. 필리핀 강사는 영어를 모어에 가깝게 쓰면서 현지 임금 수준으로 일했고, 한국 소비자는 한국 물가 기준으로 요금을 냈다. 두 나라의 임금 격차가 그대로 사업의 여유분이 됐다.
필리핀이 그 자리를 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영어가 공용어라 인력 풀이 넓었고, 미국 기업의 고객 응대 업무를 받아 온 산업이 오래전에 자리 잡아 전화로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일에 익숙한 사람이 이미 많았고, 한국과 시차가 한 시간이라 저녁 수업을 현지 저녁에 소화할 수 있었다. 세 조건이 한 나라에서 겹쳤다.
한국어는 이 조건이 사라진다. 한국어를 모어로 쓰는 사람은 대부분 한국에 살고, 한국 물가에서 산다. 필리핀 강사에게 주던 값으로 한국 강사를 쓸 수는 없다. 한국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가 한국 하나뿐이라는 사실이 여기서 원가로 돌아온다.
우회로가 없지는 않다. 한국어를 모어로 쓰면서 물가가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중국 옌볜의 조선족,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해외 거주 한국인이 그렇다. 실제로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사 인증 체계도 이미 운영되고 있다. 다만 이 경로가 실제로 원가를 얼마나 낮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시리즈를 위해 조선족·고려인 온라인 강사의 실제 시급 자료를 찾았지만 어느 경로로도 나오지 않았다.
시차를 따져 보면 우회로의 효용도 제한적이다. 옌볜은 한국과 한 시간 차이라 야간 시간대를 나눠 갖는 이점이 거의 없다. 중앙아시아는 한국보다 네 시간 늦어 한국 저녁 시간대가 현지 오후 근무 시간이 되므로 구조적으로는 쓸모가 있지만, 이건 시간대 계산에서 나온 판단이지 실제로 그렇게 운영되는 사례를 확인한 것이 아니다.
한 가지 더 다르다. 전화영어는 강사를 한 나라에서 대량으로 모을 수 있었다. 필리핀 한 곳에 인력이 몰려 있으니 채용도 교육도 관리도 한 번에 됐다. 한국어를 이 방식으로 하려면 한국에서 모아야 하는데, 한국에서 모으는 순간 인건비가 한국 기준이 된다. 원가를 낮추려고 해외로 나가면 이번에는 인력이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어 모으는 일 자체가 비용이 된다. 어느 쪽을 골라도 전화영어가 누린 조건은 나오지 않는다.
정리하면 강사 쪽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분명하다. 원가가 오르는 방향이고, 내리는 경로는 있으나 검증되지 않았다. 실제 단가는 뒤에서 다룬다.
둘째, 고객이 한국에 살지 않는다
전화영어의 고객은 한국인이었다. 한 나라 안에서 팔았으니 소득 수준도 결제 수단도 하나로 놓고 상품을 설계할 수 있었다.
한국어를 파는 순간 고객은 흩어진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거나, 아니면 세계 어딘가에 사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두 집단은 서로 다르며, 후자 안에서도 나라마다 낼 수 있는 돈이 완전히 다르다.
같은 상품에 시간당 20달러를 매겼을 때 그 돈이 각 나라 사람에게 얼마나 무거운지를 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아래는 각국 1인당 국민소득을 12로 나눈 월 소득 대비 비중이며, 이 시리즈의 조사 과정에서 계산한 값이다.
| 국가 | 시간당 20달러가 월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
|---|---|
| 미얀마 | 19.5% |
| 네팔 | 16.2% |
| 캄보디아 | 10.0% |
| 베트남 | 5.8% |
| 인도네시아 | 5.0% |
| 중국 | 1.8% |
| 일본 | 0.7% |
| 미국 | 0.3% |
계산식은 20달러를 (연 국민소득 나누기 12)로 나눈 것이며, 실제 가계의 여윳돈이 아니라 소득 전체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같은 가격이 미국인에게는 점심 한 끼 값이고 미얀마인에게는 월급의 5분의 1이다. 문제는 온라인 수업 가격이 나라를 가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조사해 보니 한국어를 파는 온라인 플랫폼들은 강사가 정한 하나의 달러 가격을 전 세계에 그대로 적용한다. 나라별로 값을 달리 매기는 구조는 확인되지 않았다. 결제할 때 현지 통화로 환산될 뿐 가격 자체가 달라지지 않는다.
가격만 문제가 아니다. 돈을 받는 방법도 나라마다 다르다. 중국은 모바일 결제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붙이지 않으면 결제 화면에서 이탈이 나고, 말레이시아는 전자지갑 이용률이 90% 안팎이라 사정이 비슷하다. 반대로 일본은 신용카드 보유율이 85%라 카드 하나로 정리된다. 한 나라 안에서 팔 때는 생각할 필요가 없던 문제가 국경을 넘는 순간 항목으로 올라온다.
그래서 한국어를 팔겠다는 계획은 시작부터 갈라진다. 배워야만 하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은 대체로 소득이 낮고, 돈을 낼 수 있는 곳에서는 배우는 것이 선택이다. 이 갈림은 뒤에서 두 편에 걸쳐 따로 본다.
흩어진 고객은 네 칸에 나뉘어 있다
고객이 한 나라 안에 있지 않다면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그려야 한다. 사는 곳과 배우는 이유를 두 축으로 놓으면 네 칸이 나온다.
| 안 배우면 안 되는 사람 | 배우고 싶어서 배우는 사람 | |
|---|---|---|
| 한국 안 |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노동자, 체류 자격을 바꾸려는 사람, 학교가 급수를 요구하는 유학생 | 결혼이민자 가정,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 |
| 한국 밖 | 한국 취업을 노리고 시험을 준비하는 송출국 응시자, 한국 대학 진학 준비생 | 드라마와 음악으로 시작한 학습자 |
네 칸은 사는 곳도 결제력도 배우는 이유도 다르다. 같은 상품을 네 칸에 동시에 팔 수는 없다.
왼쪽 두 칸은 시험이 끝이다. 통과하면 그만두고, 떨어지면 다시 한다. 학습 기간이 정해져 있고 목표가 뚜렷하다. 오른쪽 두 칸은 끝이 없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 언제 그만둬도 되고, 그래서 얼마나 오래 붙어 있는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돈을 놓고 보면 위아래가 갈린다. 한국 안에 있는 사람은 한국에서 벌지만 그 소득이 높지 않고, 한국 밖에 있는 사람은 나라에 따라 결제력이 스무 배까지 벌어진다.
여기서 이 시리즈가 나아갈 길이 정해진다. 다음 네 편은 이 네 칸을 하나씩 열어 본다. 국가가 각 칸에 얼마를 받고 무엇을 공급하고 있는지, 각 칸에 몇 명이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를 낼 수 있는지를 차례로 확인한다. 네 칸을 다 열고 나면 어느 칸에 팔 수 있고 어느 칸이 닫혀 있는지가 나온다.
셋째, 안 배우면 안 되는 사람이 생긴다
여기까지는 전부 불리한 쪽이었다. 유리하게 움직이는 것은 하나인데, 그 하나가 크다.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대체로 자발적이다. 승진에 도움이 되거나 여행에서 편하거나 스스로 답답해서 시작한다. 안 배워도 사는 데 지장이 없고, 그래서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 전화영어 업계가 매출의 30%를 광고에 쏟아부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 해도 되는 일을 하게 만들려면 계속 말을 걸어야 한다.
한국어는 다르다. 한국에서 일하려는 외국인은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을 통과해야 입국 자격을 얻는다. 숙련기능인력으로 체류 자격을 바꾸려면 한국어 점수가 필요하고, 영주 자격이나 귀화에는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 또는 종합평가 합격이 요구된다. 유학생은 대학이 요구하는 급수를 맞춰야 학업을 이어간다.
이건 광고로 만들어 낸 수요가 아니라 제도가 만든 수요다. 사업하는 쪽에서 보면 세 가지가 한꺼번에 좋아진다.
| 강제 수요의 성질 | 사업에 미치는 효과 |
|---|---|
| 제도가 시키니 스스로 찾아온다 | 고객을 데려오는 비용이 줄어든다 |
| 목표가 시험 합격이라 끝이 정해져 있다 | 중간에 그만둘 이유가 적다 |
| 통과 못 하면 잃는 것이 크다 | 가격을 깎으려는 압력이 약하다 |
전화영어가 갖고 싶어도 못 가졌던 조건들이다. 안 해도 되는 일을 계속하게 만들려면 계속 말을 걸어야 하고, 그 말 거는 비용이 매출의 30%였다.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시험이 걸려 있으면 그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그렇다면 이 시리즈는 여기서 끝나야 맞다. 원가가 오르더라도 반드시 사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값을 올려 받으면 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안 배우면 안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국가도 알고 있다. 그리고 국가는 이미 그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다음 편은 그 값이 얼마인지를 본다.
그런데 뒤집히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세 가지가 자리를 바꾸는 동안 그대로 남는 것이 있다. 고객을 데려오는 데 드는 돈이다.
전화영어를 무너뜨린 것은 강사비가 아니라 이 항목이었다. 진입이 쉬워 업체가 300개까지 늘었고, 상품이 서로 비슷해 이름값으로 겨뤘고, 이름값을 사느라 매출의 30% 이상이 광고로 나갔다. 이 구조는 언어를 바꾼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조건이 더 나쁠 수 있다. 전화영어도 진입 장벽이 낮았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그보다도 가볍다. 큰 시설이 필요 없고 등록보다 가벼운 절차로 시작할 수 있다. 가르칠 사람도 부족하지 않다. 자격을 갖춘 사람은 넘치는데 그중 실제로 가르치는 사람은 소수라는 것이 통계로 확인된다. 진입이 쉽고 인력이 남으면 경쟁은 가격과 광고로 간다. 정확히 전화영어가 지나온 길이다.
한 가지 차이는 있다. 전화영어는 한국 소비자 하나를 놓고 300개가 겨뤘지만, 한국어는 고객이 네 칸으로 갈라져 있어 어느 칸을 잡느냐에 따라 경쟁 상대가 달라진다.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을 잡으려는 회사와 드라마를 보다 시작한 사람을 잡으려는 회사는 같은 시장에 있지 않다. 시장이 작게 쪼개져 있으면 광고 단가는 내려가지만 한 칸에서 얻을 수 있는 매출의 천장도 함께 내려간다. 유리한 조건인지 불리한 조건인지는 각 칸의 크기를 재 봐야 알 수 있고, 그 작업이 다음 네 편이다.
여기까지가 이 편의 답이다. 한국어로 뒤집으면 원가는 오르고, 고객의 결제력은 나라마다 갈리고, 대신 안 배우면 안 되는 사람이 생긴다. 그리고 이 산업을 죽인 고객 획득비는 그대로 남는다.
남은 것은 그 강제 수요를 실제로 팔 수 있느냐다. 사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사업이 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이 이미 다른 데서 사고 있다면, 그리고 그 다른 데가 값을 거의 받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음 편은 그 값이 얼마인지를 확인한다.
출처
소득 대비 부담률은 세계은행 아틀라스 방식 1인당 국민소득을 12로 나눈 월 소득에 시간당 20달러를 대입해 이 시리즈에서 계산한 값이다. 실제 가계 지출 여력이 아니라 소득 전체 기준이므로 체감 부담은 이보다 클 수 있다. 재외동포 강사의 실제 시급은 어느 경로로도 확인하지 못해 본문에서 금액을 쓰지 않았다. 체류 자격별 한국어 요건은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별표 원문을 직접 대조하지 못하고 행정 실무 자료로 확인한 것이라, 배점 등 세부 수치는 다음 편들에서 따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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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과 가격
체류 자격과 한국어 요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