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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 5편 / 17편

한국 안에 사는 외국인 287만 명을 세어 본다

체류 자격마다 요구하는 한국어가 다르고, 강제되는 자리는 생각보다 좁다

홍정현·2027.03.09
11분 읽기

이 글은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시리즈 5편이다. 앞 편에서 국가가 시간당 1,000원에 한국어를 공급하면서도 그 공급이 신분과 사유로 잘려 있다는 것을 봤다. 이번 편은 잘려 나간 자리에 몇 명이 남아 있는지를 센다.

287만 명이 한국에 살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26년 6월 기준 287만 4,278명이다. 2025년 말에 278만 3,247명이었으니 반년 사이 9만 명이 늘었고, 총인구 대비로는 5.4%를 넘어섰다.

숫자만 보면 큰 시장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287만 명은 한 덩어리가 아니다. 체류 자격에 따라 한국에 온 이유가 다르고, 한국어가 필요한 정도도 다르다.

체류 자격인원(2024년 말)전체 대비
F-4 재외동포555,968명21.0%
E-9 비전문취업337,279명12.7%
F-5 영주202,968명7.7%
F-6 결혼이민약 181,000명(추정)6.8%
D-2 유학178,519명6.7%
H-2 방문취업93,302명3.5%
D-4 일반연수87,887명3.3%
E-7 특정활동63,580명2.4%
E-8 계절근로24,530명0.9%

F-6 인원은 2025년 말 188,105명에서 증가율로 역산한 추정치다(계산: 188,105 ÷ 1.037).

가장 큰 집단인 F-4 재외동포 55만 명은 한국어를 이미 어느 정도 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동포와 고려인이 다수이고, 2026년 2월부터는 방문취업과 재외동포 자격이 F-4로 일원화되면서 한국어 시험 대신 5시간짜리 조기적응프로그램 이수가 요건이 됐다. 한국어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가 아니라 소양 교육이다.

즉 287만 명 중 가장 큰 덩어리는 한국어 교육의 고객이 아니다. 시장의 크기를 재려면 자격별로 하나씩 따져야 한다.

한국어가 실제로 강제되는 자리는 어디인가

체류 자격 중 한국어 능력이 시험이나 점수로 실제 요구되는 지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자격·절차요구되는 것강제성
E-9 최초 입국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 합격. 200점 만점 고득점순 선발필수
E-9 성실근로자 재입국시험 없이 동일 사업주에게 복귀사실상 면제
E-7-4 숙련기능인력 전환한국어 항목 최대 120점. TOPIK 2급 또는 사회통합 2단계 이상이 최소선사실상 필수
F-2-7 점수제 거주한국어 배점 최대 20~25점(출처마다 다름). 다른 항목으로 채우면 없어도 신청 가능선택
F-5 영주사회통합프로그램 5단계 이수 또는 영주용 종합평가 합격필수
귀화사회통합 5단계 심화까지 이수 시 필기 대체·면접 면제대체 경로
D-2 학부 입학대학 자율 기준. 통상 TOPIK 3급 이상대학별 상이
D-2·D-4 시간제 취업급수에 따라 주당 허용 시간이 달라짐사실상 필수

이 표에서 눈여겨볼 것은 강제성의 성격이 자리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E-9 최초 입국은 시험을 통과해야 아예 들어올 수 있으니 가장 강한 강제다. 그런데 그 시험은 한국에 오기 전에 본국에서 치른다. 한국 안에서 파는 상품의 고객이 아니라는 뜻이다.

영주와 귀화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가 곧 요건이므로, 학습자는 시간당 1,000원짜리 국가 과정으로 직행한다. 민간이 끼어들 자리는 그 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을 돕는 보조 역할이다.

유학생의 시간제 취업 요건은 성격이 다르다. 급수를 따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배움이 곧 소득으로 연결되는 구조라 지불 의사가 생길 여지가 가장 큰 자리다.

시험을 치르는 사람의 수를 센다

체류 인원이 아니라 실제로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의 수를 세면 시장의 크기가 좀 더 정확해진다.

사회통합프로그램 참여자는 2009년 첫해 1,331명에서 계속 늘어 2025년 9만 180명이 됐다. 전년 대비 27.1% 증가다. 다만 이 숫자는 신청하고 등록한 사람이며, 각 단계를 끝까지 마친 이수자 수는 법무부가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

연도참여자
201956,535명
202036,620명
202243,552명
202358,028명
202470,949명
202590,180명

2020년의 급감은 코로나19 시기 집합 교육 중단의 영향으로 보인다.

TOPIK 국내 응시자는 정확한 통계를 확보하지 못했다. 전 세계 응시자에서 해외분을 뺀 값으로 역산하면 2023년 약 17만 9천 명, 2024년 8월 누계로 약 18만 6천 명이 나오는데, 인용된 해외 응시자 수가 두 기간에 같은 숫자로 등장해 어느 기간을 가리키는지 분명하지 않다. "국내 응시 규모가 18만 명 안팎"이라는 크기감 정도로만 쓸 수 있고 정밀한 인용에는 맞지 않는다.

두 수치를 합쳐 보면 국내에서 한국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은 대략 연 20만 명대다. 체류 외국인 287만 명의 10%에 미치지 않는다.

여기서 하나 더 빼야 한다. 이 20만 명 중 상당수가 이미 시간당 1,000원짜리 국가 과정 안에 있다. 사회통합프로그램 참여자 9만 명은 정의상 전부 그렇다.

33만 명의 노동자는 국내 고객이 아니다

E-9 비전문취업 자격으로 한국에 있는 사람은 33만 7천 명이다. 한국어 시험이 가장 강하게 걸린 집단이라 시장으로 보이기 쉽지만, 시험이 벌어지는 장소를 따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은 원칙적으로 송출국 현지에서 치러진다. 한국에 들어오기 위한 시험이므로 응시자는 아직 한국에 없다. 이미 한국에 있는 33만 명은 그 시험을 이미 통과한 사람들이다.

국내에서 치러지는 경로가 없지는 않다. 특별한국어시험이 있는데, 대상이 2010년 이후 자진 출국한 재고용 희망자 중 최종 근무처에서 1년 이상 일했고 나이가 18세에서 39세 사이인 사람으로 좁다. 성실근로자 재입국 특례를 받는 사람은 한 달만 출국했다 같은 사업주에게 돌아오며 시험 자체를 다시 치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즉 국내에 있는 E-9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시험 준비 시장은 전제했던 것보다 훨씬 작을 수 있다. 특별한국어시험의 연간 응시자 수는 공식 통계 페이지가 열리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규모를 단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구조상 소수 경로라는 것은 요건에서 드러난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팔 수 있는 것은 시험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체류 자격을 E-7-4 숙련기능인력으로 바꾸려는 사람에게는 TOPIK 2급 이상이 필요하고, 현장에서 일하며 겪는 의사소통 문제는 시험과 무관하게 남아 있다. 이 두 자리는 실재한다. 크기는 다음 문제이고, 돈을 누가 내는지는 그다음 문제다.

가장 빨리 늘어나는 쪽은 유학생이다

체류 자격별 증가율을 보면 한 곳이 눈에 띈다. 유학생이다.

D-2 유학 자격은 2024년 말 178,519명으로 전년 대비 17.3% 늘었다. D-4 일반연수를 합친 유학생 전체는 2025년 말 308,838명으로 전년 대비 17.1% 증가했다. E-9의 증가율이 8.5%, F-5가 9.5%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빠르다.

증가 속도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집단은 다른 자격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이미 한국어 교육에 돈을 내 본 사람들이다.

대학 부설 어학당의 정규 과정은 유료다. 온라인 과정도 마찬가지여서, 서강대 한국어교육원의 온라인 10주 과정은 70만원에 입학금이 따로 붙는다. 유학생은 이 비용을 본인이나 가족이 부담하는 것이 기본이고, 국비 장학생은 소수 특례다.

다른 자격과 견주면 차이가 분명하다.

집단한국어 교육 비용을 내는 방식
E-9 노동자입국 전 교육은 정부 송출기관, 입국 후 취업교육은 사업주 부담
결혼이민자가족센터 무료 교육이 기본값
영주·귀화 신청자사회통합프로그램 시간당 1,000원
유학생대학 어학당에 학기당 수십만 원을 직접 지불

앞의 셋은 무료이거나 국가가 값을 정한 경로가 기본이고, 유학생만 처음부터 시장 가격으로 사고 있다. 지불 저항이 가장 낮은 자리라는 뜻이다.

다만 유학생이 이미 어학당에 다니고 있다면 민간이 파는 것은 어학당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조재가 된다. 수업을 따라가기 위한 연습이거나 시험 대비다. 그런 상품이 얼마에 팔릴 수 있는지는 계산이 필요하고, 그 계산은 뒤에서 한다.

제도가 만든 수요는 제도가 거둬 가기도 한다

앞 편에서 강제 수요를 이 사업의 유일한 유리한 조건으로 꼽았다. 광고로 만든 수요가 아니라 제도가 만든 수요라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이 논리에는 뒷면이 있다.

제도가 만든 것은 제도가 거둬 갈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방문취업 자격으로 들어오던 동포들은 2026년 2월부터 재외동포 자격으로 일원화됐고, 그 과정에서 한국어 시험 대신 5시간짜리 조기적응프로그램 이수가 요건이 됐다. 한국어 능력을 검증하던 절차가 소양 교육으로 바뀐 것이다. 방문취업 자격자가 9만 3천 명 규모였으니, 시험 준비 수요 하나가 제도 변경으로 정리된 셈이다.

반대 방향도 가능하다. 숙련기능인력 점수제처럼 한국어 배점을 새로 만들거나 높이면 없던 수요가 생긴다. 유학생 시간제 취업 허용 시간을 급수에 연동한 것도 최근의 변화다.

문제는 이 변화를 사업자가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부처의 정책 방향, 인력 수급 상황, 여론에 따라 요건은 조정된다. 강제 수요를 겨냥한 사업은 매출의 근거를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곳에 두고 있는 셈이다.

전화영어에는 이런 위험이 없었다. 영어를 배우려는 이유는 개인의 사정이라 정부 고시로 사라지지 않는다. 수요가 약한 대신 안정적이었고, 한국어는 수요가 강한 대신 제도에 매여 있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강제 수요를 근거로 사업 계획을 세울 때 이 위험을 원가처럼 계산에 넣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287만 명에서 남는 것

숫자를 차례로 걸러 보면 이렇게 좁아진다.

체류 외국인 287만 명에서, 한국어 검증이 아예 요건이 아닌 재외동포 55만 명이 빠진다. 시험이 국외에서 치러지는 E-9 33만 명이 국내 시험 시장에서는 빠진다. 남은 사람 중 실제로 시험을 준비하는 인원이 연 20만 명대이고, 그중 9만 명은 이미 국가 과정 안에 있다.

가장 지불 의사가 뚜렷한 집단은 유학생 30만 명이고, 이들은 이미 대학 어학당에 돈을 내고 있다. 민간이 이들에게 파는 것은 어학당을 대신하는 상품이 아니라 그 옆에 붙는 상품이다.

정리하면 국내 시장은 인원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니라 팔 수 있는 자리가 좁다. 큰 덩어리는 요건이 없거나 국외에 있거나 이미 국가가 가져갔고, 남은 자리는 보조 상품의 성격을 띤다.

보조 상품이라고 해서 작은 사업이라는 뜻은 아니다. 시험 대비나 회화 연습은 본 과정보다 더 자주 팔리기도 한다. 다만 값을 매기는 기준이 본 과정에 묶인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어학당 한 학기가 70만원인데 그 옆에 붙는 상품이 매달 20만원을 받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밖은 어떤가.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은 한국에만 있지 않다. 전 세계 TOPIK 응시자는 2020년 21만 8천 명에서 2023년 42만 명을 넘었고 계속 늘고 있다. 국내 응시 규모의 두 배가 넘는 사람이 한국 밖에서 시험을 치른다.

다음 두 편은 그 밖의 시장을 본다. 먼저 배워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부터 가고, 그다음에 돈을 낼 수 있는 곳으로 간다. 두 곳은 같은 나라가 아니다.

출처

체류 인원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이며 원본 통계표를 직접 열람하지 못하고 인용 보도로 확인했다. F-6 결혼이민 인원은 2025년 수치에서 증가율로 역산한 추정치이고 계산식을 본문에 밝혔다. TOPIK 국내 응시자는 전체에서 해외분을 뺀 역산값인데 인용된 해외 응시자 수가 서로 다른 기간에 같은 숫자로 등장해 정밀 인용에는 맞지 않는다고 본문에 표시했다. 체류 자격별 한국어 요건 중 E-7-4와 F-2-7 배점은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별표 원문을 대조하지 못하고 행정 실무 자료로 확인한 것이라 출처마다 수치가 조금씩 다르다. 특별한국어시험의 국내 응시 규모는 공식 통계 페이지가 열리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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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요건과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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