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야만 하는 사람들은 돈이 없다
고용허가제 시험 경쟁률은 3배가 넘고 현지 학원은 시간당 5천 원이다
이 글은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시리즈 6편이다. 앞 편에서 국내 시장의 팔 자리가 좁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편은 한국 밖에서 한국어를 반드시 배워야 하는 사람들을 본다.
절반 넘게 떨어지는 시험이다
한국에서 일하려면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 시험은 급수를 따는 시험이 아니라 정원만큼 고득점순으로 뽑는 시험이라, 몇 점을 받았느냐가 아니라 몇 등을 했느냐가 결과를 정한다.
2024년 두 나라의 접수 인원과 선발 인원은 이렇다.
| 국가 | 연도 | 접수 | 선발 | 선발률 | 경쟁률 |
|---|---|---|---|---|---|
| 베트남 | 2022 | 14,550명 | 7,746명 | 53.2% | 1.9:1 |
| 베트남 | 2023 | 29,297명 | 11,051명 | 37.7% | 2.7:1 |
| 베트남 | 2024 | 45,672명 | 15,951명 | 34.9% | 2.9:1 |
| 인도네시아 | 2022 | 19,993명 | 3,566명 | 17.8% | 5.6:1 |
| 인도네시아 | 2023 | 37,213명 | 15,602명 | 41.9% | 2.4:1 |
| 인도네시아 | 2024 | 62,497명 | 17,415명 | 27.8% | 3.6:1 |
경쟁률은 접수 인원을 선발 인원으로 나눠 계산한 값이다.
베트남은 3년 사이 접수 인원이 세 배가 됐다. 2022년 1만 4천 명에서 2024년 4만 5천 명이다. 선발 인원도 두 배로 늘었지만 응시자가 더 빨리 늘어 선발률은 53%에서 35%로 떨어졌다.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경쟁이 더 심했던 시기가 있다. 캄보디아는 2016년에 5만 4,983명이 응시해 1만 명이 뽑혔고, 라오스는 2017년에 625명 중 88명만 합격해 경쟁률이 7배를 넘었다.
2024년 16개 송출국 전체에서 선발된 인원은 13만 3,034명이다. 접수 인원 합계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확인된 나라들의 선발률을 감안하면 응시자는 그 두세 배였을 것으로 보인다.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수십만 명 있고, 그중 절반 이상이 떨어진다. 사업으로 보면 이보다 뚜렷한 수요는 찾기 어렵다.
현지 학원은 세 달에 이십만 원을 받는다
떨어진 사람이 다시 준비하면 사교육이 생긴다. 실제로 송출국에는 이 시험을 준비시키는 사설 학원이 자리 잡았다.
인도네시아 학원 세 곳의 가격은 이렇다.
| 학원 | 수강료 | 원화 환산 | 비고 |
|---|---|---|---|
| LPK MYNARA | 410만 루피아(할인가 299만 9천) | 약 26만~39만원 | 등록비 30만 루피아, 교재 21만 루피아 별도 |
| Komihwa Cianjur | 300만 루피아 | 약 19만원 | |
| 3개월 과정(학원명 미상) | 500만 루피아 | 약 32만원 | 교재·활동비 포함 |
원화 환산은 1루피아를 약 0.083원으로 계산한 값이다.
3개월 과정을 주 2~3회, 회당 2시간으로 잡으면 총 48시간에서 72시간이 된다. 300만 루피아에서 500만 루피아를 이 시간으로 나누면 시간당 4천 원에서 9천 원 사이가 나온다. 수업 횟수를 가정해 환산한 값이므로 추정이지만, 자릿수는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네팔은 조금 다르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인터뷰한 사례를 보면 학원비는 월 2만 루피, 3개월이면 6만 루피 정도인데, 시험 응시료와 여권 발급, 건강검진, 항공료까지 합친 총비용이 12만 루피에 이른다. 우리 돈으로 약 200만원이다.
여기서 이상한 대목이 나온다. 고용허가제 시험의 공식 응시료는 24달러에서 28달러다. 그런데 네팔 인터뷰에서는 응시료가 170달러로 언급된다. 여섯 배 차이다. 현지 대행 비용이나 서류 절차 비용이 얹혀 체감 부담이 부풀려지는 구조로 보이지만, 그 차액의 정체를 이 인터뷰만으로는 특정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수업 자체의 값이다. 현지에서 한국어 수업 한 시간의 시장 가격은 우리 돈 만 원을 넘지 않는다.
여기서도 정부가 먼저 와 있다
민간 학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험에 붙은 사람에게는 양국 정부가 무료 교육을 제공한다.
베트남 송출기관은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최소 45시간을 크게 넘겨 사전취업교육 74시간에 한국어 교육 46시간을 더한 120시간 과정을 운영한다. 인도네시아는 68시간을 이수시킨다. 이 교육은 정부 기관이 운영하며 참가자가 따로 값을 치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에 도착한 뒤에도 2박 3일 16시간짜리 취업교육이 있고, 이 비용은 사업주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이 시장의 구조는 이렇게 나뉜다.
| 구간 | 누가 가르치나 | 값 |
|---|---|---|
| 시험 준비 | 민간 사설 학원 | 시간당 4천~9천원(추정) |
| 합격 후 출국 전 | 송출국 정부 기관 | 무료 |
| 입국 후 | 한국 정부 위탁기관 | 사업주 부담 |
민간이 들어갈 자리는 맨 위 한 칸뿐이다. 그리고 그 칸의 가격이 시간당 만 원을 넘지 않는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고용허가제가 원래 브로커를 배제하도록 설계된 제도라는 점이다. 양국 공공기관이 선발과 송출을 관리하고, 근로자가 부담해야 하는 항목은 응시료와 건강검진비, 여권 발급비, 항공료로 한정된다. 이 설계 안에서 민간이 공식적으로 맡을 수 있는 역할은 시험 준비 교육 외에 사실상 없다.
한국에서 이 값을 맞출 수 없다
여기까지 확인한 것을 한 줄로 붙이면 결론이 나온다. 수요는 수십만 명이고, 경쟁률은 세 배가 넘고, 사교육 시장도 이미 있다. 그런데 그 시장의 가격이 시간당 만 원 아래다.
한국에 사는 강사를 써서 이 값에 팔 수 있는지는 뒤에서 숫자로 따지겠지만, 방향은 여기서도 보인다. 한국의 한국어 강사 시장은 대학 어학당이든 정부 위탁 과정이든 시간당 몇만 원대에서 움직인다. 현지 학원 가격의 서너 배다.
값이 안 맞으면 파는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실제로 이 시장에서 가르치는 사람은 현지에 사는 한국어 가능자다. 현지 물가로 살고 현지 임금을 받는다. 인도네시아 학원이 시간당 5천 원에 수업을 굴릴 수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러면 한국 사업자가 이 시장에 들어가는 방법은 직접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가 된다. 현지 학원에 교재나 시스템을 파는 것, 또는 현지 인력을 써서 운영만 맡는 것이다. 둘 다 가능한 모델이지만 "전화로 한국어를 가르쳐 판다"는 원래 그림과는 다른 사업이다.
소득 쪽에서 봐도 답은 같다. 시간당 20달러짜리 수업 한 번은 미얀마 사람에게 월 소득의 19.5%, 네팔 사람에게 16.2%, 캄보디아 사람에게 10.0%다. 국제 플랫폼에서 파는 값을 그대로 들고 가면 대중적으로 팔릴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수요가 가장 확실한 곳이 결제력이 가장 낮은 곳이다. 이 어긋남이 이 시장의 성격이다.
이 시장에서 파는 것은 한국어가 아니다
가격을 따지기 전에 상품의 정체를 분명히 해야 한다. 송출국의 응시자가 학원에 돈을 낼 때 사는 것은 한국어 실력이 아니라 합격이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시험의 방식에 있다.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은 몇 점 이상이면 통과하는 시험이 아니라 정원만큼 고득점순으로 뽑는 시험이다. 다른 응시자보다 잘해야 뽑힌다. 한국어를 얼마나 잘하게 됐는지가 아니라 같이 시험 본 사람들보다 몇 점 높은지가 결과를 정한다.
이런 시험에서 사교육이 파는 것은 정해져 있다. 출제 유형에 맞춘 반복 훈련, 기출 문제, 시간 배분 요령이다. 실제로 산업인력공단이 표준 교재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고 학원들은 그 교재의 범위 안에서 문제를 푼다. 학습자에게는 이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붙어야 한국에 오고, 한국에 와야 임금이 몇 배로 뛴다.
여기서 한국 사업자에게 불리한 조건이 하나 더 드러난다. 합격을 파는 시장에서 강점이 되는 것은 한국어를 잘 가르치는 능력이 아니라 시험을 잘 아는 능력이다. 그리고 시험을 가장 잘 아는 쪽은 몇 년째 그 시험만 준비시켜 온 현지 학원이다. 한국에 사는 원어민 강사가 갖는 우위는 이 시장에서 값을 더 받을 근거가 되지 못한다.
원어민과 대화하는 경험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경험은 시험 점수로 곧장 이어지지 않고, 학습자는 점수를 사려고 돈을 낸다. 시간당 5천 원짜리 문제풀이와 시간당 3만 원짜리 원어민 대화가 놓였을 때 합격이 목적인 사람이 무엇을 고를지는 분명하다.
이 시장에서 원어민 대화가 팔리려면 그것이 합격률을 눈에 띄게 올린다는 것이 증명돼야 하는데, 그런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
게다가 문이 좁아지고 있다
이 시장에는 변수가 하나 더 있다. 한국 정부가 매년 정하는 도입 쿼터다.
| 연도 | 도입 인원 |
|---|---|
| 2018 | 53,855명 |
| 2019 | 51,365명 |
| 2020 | 6,688명 |
| 2021 | 10,501명 |
| 2022 | 88,012명 |
| 2023 | 100,148명 |
| 2024 | 78,025명 |
2020년과 2021년의 급감은 코로나19로 송출이 멈춘 결과이고, 2022년과 2023년의 급증은 그 반작용에 조선업 등의 쿼터 확대가 겹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2025년 도입 계획은 13만 명이었는데 2026년은 8만 명으로 잡혔다. 전년 대비 38.5% 줄어든 수치다.
쿼터가 줄면 선발 인원이 줄고, 선발 인원이 줄면 경쟁률은 올라간다. 시험 준비 수요만 놓고 보면 오히려 늘어나는 셈이다. 떨어진 사람이 다시 준비하고, 재수와 삼수가 쌓인다.
그런데 그 수요는 지불 능력이 없는 수요다. 한국에 가려고 몇 년째 시험을 보는 사람은 아직 한국 임금을 받아 본 적이 없다. 낼 수 있는 돈은 현지 소득 기준이고, 이미 학원비와 서류 비용으로 몇백만 원을 쓰고 있다.
쿼터에는 다른 효과도 있다. 도입 인원이 줄면 한국행 자체의 값어치가 올라간다. 자리가 귀해질수록 붙기 위해 쓰는 돈은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앞에서 본 네팔 사례에서 학습자가 부담한 총비용은 학원비보다 서류와 절차에 얹힌 돈이 훨씬 컸다. 시험 준비에 쓰는 돈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 돈이 교육 서비스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시장이 커지는 방향과 결제력이 커지는 방향이 반대로 간다.
수요가 있다는 말과 팔 수 있다는 말은 다르다
이 편에서 확인한 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에서 일하려고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은 송출국마다 수만 명씩 있고, 절반 넘게 떨어져 다시 준비한다. 그 사람들을 가르치는 사설 학원도 이미 있다. 여기까지는 사업하기 좋은 조건이다.
그런데 그 학원의 가격이 시간당 4천 원에서 9천 원이고, 시험에 붙은 뒤의 교육은 양국 정부가 무료로 맡고, 학습자의 소득은 시간당 20달러짜리 수업을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게다가 도입 쿼터는 2026년에 38.5% 줄어든다.
수요가 있다는 말과 팔 수 있다는 말은 다르다. 이 시장은 앞의 조건은 갖췄지만 뒤의 조건이 없다.
한 가지는 짚어 둔다. 이 시장이 닫혀 있다는 말은 한국 사업자가 한국 인건비로 직접 가르쳐 파는 방식이 안 된다는 뜻이지, 이 시장에서 아무도 돈을 못 번다는 뜻이 아니다. 현지 학원들은 이미 벌고 있다. 그들은 현지 임금으로 사람을 쓰고 현지 가격으로 판다. 한국에서 이 시장에 닿으려면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라 다른 자리를 찾아야 하고, 그 자리가 무엇인지는 이 시리즈 후반에서 다시 다룬다.
그렇다면 반대쪽을 봐야 한다. 배우지 않아도 되는데 배우는 사람들, 그러니까 돈은 있고 강제성은 없는 쪽이다. 한국어를 좋아서 배우는 사람은 일본과 미국과 유럽에 있고, 이들에게 시간당 20달러는 월 소득의 1%도 되지 않는다.
다음 편은 그쪽의 가격표를 연다. 미리 말해 두면, 그곳에는 이미 같은 사업을 하는 회사가 있다.
출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접수·선발 인원은 안전보건공단이 2025년 3월 현지 고용허가제 센터와 송출기관을 직접 방문해 작성한 국외출장 보고서의 표를 옮긴 것이다. 경쟁률과 시간당 단가는 이 글에서 계산했고 계산식과 가정을 본문에 밝혔다. 현지 학원 수강료는 학원이 자체 공개한 가격이며 환율 환산은 추정이다. 네팔 사례의 응시료 170달러는 공식 응시료 24~28달러와 크게 어긋나는데, 그 차액의 정체는 인터뷰 자료만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16개 송출국 전체의 접수 인원 합계와 필리핀·네팔 등 다른 나라의 시계열은 확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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