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는 나라의 가격표를 열어 본다
일본은 시차가 없고 결제력이 있지만 그 자리에 이미 회사가 있다
이 글은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시리즈 7편이다. 앞 편에서 배워야만 하는 사람들이 돈을 낼 형편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편은 반대쪽, 배우지 않아도 되는데 배우는 사람들을 본다.
같은 값이 나라마다 스무 배로 무거워진다
온라인 수업 가격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한국어를 파는 플랫폼들은 강사가 정한 하나의 달러 가격을 전 세계에 그대로 적용하고, 나라별로 값을 달리 매기는 구조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면 같은 가격이 각 나라 사람에게 얼마나 무거운지가 시장을 가른다. 시간당 20달러 수업 한 번이 월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하면 이렇다.
| 국가 | 비중 | 성격 |
|---|---|---|
| 미얀마 | 19.5% | 배워야만 하는 쪽 |
| 네팔 | 16.2% | 배워야만 하는 쪽 |
| 캄보디아 | 10.0% | 배워야만 하는 쪽 |
| 베트남 | 5.8% | 배워야만 하는 쪽 |
| 인도네시아 | 5.0% | 배워야만 하는 쪽 |
| 중국 | 1.8% | 섞여 있음 |
| 일본 | 0.7% | 좋아서 배우는 쪽 |
| 미국 | 0.3% | 좋아서 배우는 쪽 |
계산식은 20달러를 1인당 국민소득 나누기 12로 나눈 것이며, 실제 여윳돈이 아니라 소득 전체 기준이다.
앞 편에서 본 나라들이 표의 위쪽이고, 이번 편에서 볼 나라들이 아래쪽이다. 미얀마와 미국 사이에는 65배 차이가 있다.
그런데 위아래가 정확히 반대로 배열돼 있다. 부담이 큰 나라일수록 한국어를 배워야 할 이유가 강하고, 부담이 작은 나라일수록 배울 이유가 약하다. 강제성과 결제력이 반비례한다.
아래쪽 나라 사람들은 시험 때문에 배우지 않는다. 드라마를 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여행을 갔다가 시작한다. 그만두는 데도 아무 대가가 없다. 사업으로 보면 지불 능력은 확실하지만 지속 여부가 불확실한 고객이다.
가장 큰 시장부터 열어 본다.
일본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의 수
일본은 이 사업의 조건을 가장 많이 갖춘 나라다. 결제력이 있고, 한류가 오래됐고, 무엇보다 시차가 없다.
먼저 규모를 센다.
한글능력검정시험은 1993년부터 연 2회 치러진다. 2026년 봄 제65회 응시자는 7,293명이었고 직전 회차는 8,390명이었으므로 연간으로는 1만 5천 명에서 1만 7천 명 사이로 추정된다. 33년 누적 응시자는 230만 명이 넘는다.
급수별 구성을 보면 이 시험의 성격이 드러난다.
| 급수 | 제65회 응시자 |
|---|---|
| 5급 | 1,813명 |
| 4급 | 2,220명 |
| 3급 | 1,931명 |
| 준2급 | 915명 |
| 2급 | 327명 |
| 1급 | 87명 |
초급인 4급과 5급이 4,033명으로 전체의 55%다. 최상급인 1급은 87명, 1.2%에 그친다. 대부분이 입문 단계에 머물고 위로 올라가는 사람은 극소수다.
TOPIK 일본 응시자는 더 많다. 41개 도시 65개 시험장에서 연 4만 2천 명에서 4만 9천 명이 응시하는 것으로 시행기관이 밝히고 있다. 다만 한국교육개발원이 인용한 자료에는 2019년 일본 응시자가 2만 1,070명으로 나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집계 방식이나 시점이 다른 것으로 보이나 어느 쪽이 정확한지 판별하지 못했다.
학교 쪽은 고등학교 335개교에서 1만 2,304명이 배우고, 고등교육기관 8,883곳 중 850곳이 한국어 과정을 연다. 4년제 대학만 보면 57%가 개설하고 있다.
시험과 학교를 합쳐 보면 일본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은 연간 수만 명에서 십만 명 규모다. 앞 편에서 본 송출국 한 나라의 시험 응시자와 비슷하거나 조금 작다.
배우는 사람은 누구인가
숫자보다 중요한 것이 누가 배우느냐다. 일본 학습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2019년 조사에서 나온 구성은 이렇다.
| 연령대 | 비율 |
|---|---|
| 20대 | 30.9% |
| 40대 | 23.3% |
| 50대 | 18.1% |
| 30대 | 16.0% |
| 10대 | 8.6% |
| 60대 | 3.2% |
성별로는 응답자의 90% 이상이 여성이었다.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은 중년 여성"이라는 통념이 있는데 절반만 맞는다. 최대 집단은 20대이고, 40대와 50대를 합치면 41.4%로 두터운 두 번째 층을 이룬다. 두 개의 봉우리가 있는 구조다.
배우는 이유는 뚜렷하다. 같은 조사에서 K팝과 드라마를 동기로 꼽은 비율이 77.0%였다. 2023년의 다른 조사는 항목을 잘게 나눠 물어 드라마 15.5%, 여행 15.5%, K팝 아이돌 14.9%로 나왔지만, 한류 콘텐츠가 가장 큰 입구라는 방향은 같다.
이 편의 사업 판단에 가장 중요한 수치는 따로 있다. 같은 조사에서 학습 방법으로 독학을 꼽은 사람이 60.7%였다.
열 명 중 여섯 명이 혼자 한다. 교재를 사거나 앱을 켜거나 영상을 보면서 배우고, 사람에게 돈을 내지 않는다. 유료 서비스 시장을 계산할 때 이 비율만큼을 먼저 덜어 내야 한다는 뜻이다.
혼자 하면 그만두기도 쉽다. 얼마나 배우다 그만두는지에 관한 조사는 찾지 못했다. 학술 연구는 학습 기간과 숙달도의 관계나 불안감이 미치는 영향을 다루지만, 평균 몇 개월 만에 그만두는지를 직접 조사한 통계는 이번에 확인되지 않았다. 전화나 화상으로 파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이탈률인데, 그 숫자가 없다.
일본인이 전화 어학에 얼마를 내는지 이미 나와 있다
일본은 전화와 화상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문화가 오래 자리 잡은 나라다. 온라인 영어회화 시장이 크고, 그 가격표가 공개돼 있다. 한국어를 얼마에 팔 수 있는지를 가늠하기에 이보다 좋은 기준은 없다.
주요 사업자의 요금을 시간당으로 환산했다. 환율은 100엔당 861.11원을 적용했다.
| 사업자 | 상품 | 월 요금 | 시간당 | 원화 |
|---|---|---|---|---|
| 레어잡 | 매일 25분 | 7,980엔 | 638엔 | 5,497원 |
| 레어잡 | 매일 50분 | 12,980엔 | 519엔 | 4,470원 |
| 레어잡 | 매일 100분 | 21,480엔 | 430엔 | 3,700원 |
| DMM영어회화 | 매일 1회 | 6,980엔 | 558엔 | 4,809원 |
| 네이티브캠프 | 무제한(하루 1회 가정) | 7,480엔 | 598엔 | 5,153원 |
시간당 단가는 월 요금을 (1회 길이 곱하기 월 횟수 나누기 60)으로 나눠 계산했다. 예를 들어 레어잡 매일 25분은 7,980 ÷ (25 × 30 ÷ 60) = 638엔이다.
매일 조금씩 파는 상품의 시장 가격은 시간당 5천 원 안팎이다. 한국 강사를 써서 이 값에 팔 수 있는지는 뒤에서 계산하겠지만, 앞 편에서 본 인도네시아 현지 학원의 시간당 4천~9천 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지금 짚어 둘 만하다. 소득이 스무 배 넘게 차이 나는 두 나라에서 매일형 어학 상품의 시간당 가격이 비슷하게 형성돼 있다.
이유는 상품 구조에 있다. 매일 하는 상품은 한 달에 수업이 30회 들어가므로 월 요금을 나누면 회당 단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월 7천 엔이라는 표시 가격을 보고 결제하지만, 파는 쪽이 감당해야 하는 것은 30회분의 강사 시간이다.
이 구조가 전화영어 산업 전체를 눌러 왔다. 그리고 그 무게를 대형 사업자도 견디지 못했다.
값이 서는 것은 적게 파는 상품이다
같은 회사가 파는 상품인데 횟수를 줄이면 시간당 단가가 뛴다.
| 사업자 | 상품 | 월 요금 | 시간당 | 원화 |
|---|---|---|---|---|
| 레어잡 | 월 8회 25분 | 4,980엔 | 1,494엔 | 12,868원 |
| 네이티브캠프 | 월 8회 25분 | 5,450엔 | 1,635엔 | 14,078원 |
| Bizmates | 월 15회 25분 | 14,850엔 | 2,376엔 | 20,460원 |
| 레어잡 | 원어민 매일 25분 | 15,980엔 | 1,278엔 | 11,009원 |
매일형이 시간당 5천 원인데 월 8회형은 1만 3천 원, 월 15회형은 2만 원이다. 두 배에서 네 배 차이다.
한국어 쪽에도 같은 구조가 있다. 산케이신문 계열이 2024년 10월에 낸 한국어 화상 서비스는 월 4회에 6,380엔을 받는다. 시간당으로 고치면 3,828엔, 우리 돈 32,964원이다(계산: 6,380 ÷ (25 × 4 ÷ 60) = 3,828엔).
여기까지를 한 표에 모으면 같은 나라 안에서 여섯 배가 벌어진다.
| 상품 | 시간당(원화) |
|---|---|
| 매일형 영어회화 | 4,470~5,497원 |
| 저빈도 영어회화 | 11,009~20,460원 |
| 한국어 월 4회 | 32,964원 |
| 일본 오프라인 개인레슨 | 34,444~51,667원 |
일본 오프라인 개인레슨은 1회 4,000엔에서 6,000엔인데 60분 기준으로 환산한 값이다.
적게 파는 상품일수록 시간당 값이 선다. 소비자는 한 달에 얼마를 쓰는지로 판단하기 때문에, 횟수를 줄이면 월 부담이 가벼워 보이면서 시간당 단가는 올릴 수 있다. 2편에서 저가 대량형이 무너지고 고가 소량형이 버텼다고 했는데, 일본 시장의 가격표가 그 구조를 그대로 보여 준다.
이 값이 한국 강사를 쓰기에 충분한지는 10편에서 계산한다.
그 자리에 이미 회사가 있다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 일본은 아직 아무도 안 한 시장일 것이라고 가정했다. 틀렸다.
| 사업자 | 운영 주체 | 시작 | 구조 |
|---|---|---|---|
| NEIGHBOR | 산케이휴먼러닝(산케이신문그룹·휴먼아카데미·트랜스코스모스 합작) | 2024년 10월 | 자사 영어회화 플랫폼에 한국어를 붙인 형태. 한국인 강사와 이중언어 일본인 강사, 일본어학교 소속 한국인 유학생 강사 |
| K아카데미 | 온라인 한국어 전문, 법인 대상도 취급 | 확인 안 됨 | 강사 50명 이상, 일본어 능통 원어민과 일본인 강사 혼합 |
| CafeTalk 한국어 | 대만계 플랫폼의 일본어 서비스 | 확인 안 됨 | 강사 250명 이상, 25분 630~1,260엔 |
| Preply 일본어판 | 글로벌 플랫폼 | 확인 안 됨 | 강사별 자유 가격, 50분에 1,500~2,000엔대가 다수 |
산케이신문 계열이 자사 영어회화 서비스에 한국어를 얹은 것이 2024년 10월이다. 신문사가 어학 사업을 하고 거기에 한국어를 붙였다는 것은, 이 시장이 이미 검증 단계를 지나 곁가지 상품을 붙일 만한 자리가 됐다는 뜻이다.
다만 확인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매출 수십억 엔 규모의 한국어 전문 대형 사업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영어회화에는 레어잡과 DMM과 네이티브캠프 같은 회사가 있는데, 한국어에는 그에 해당하는 회사가 없다. 있는 것은 영어회화의 곁가지이거나, 강사 50명 규모의 전문 업체이거나, 프리랜서가 모인 장터다.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 아직 아무도 크게 키우지 못한 빈자리라는 해석과, 크게 키울 수 없는 시장이라 아무도 못 했다는 해석이다. 어느 쪽인지는 규모를 재 봐야 알 수 있는데, 일본 어학 시장 통계는 영어 중심이라 한국어만 떼어 낸 매출 자료가 없다.
한 가지 참고는 된다. 영어회화 쪽 원조인 레어잡의 2026년 3월기 매출이 96억 엔이었고 경상이익은 9,380만 엔이었다. 이익률로 고치면 약 1%다(계산: 9,380만 ÷ 96억). 그리고 이 회사는 2026년 7월 학연홀딩스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되며 상장폐지됐다. 영어로 이만큼 팔아도 이익률이 1%다.
시차가 인건비를 정한다
전화나 화상으로 가르치는 사업에는 다른 온라인 사업에 없는 제약이 하나 있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같은 시간에 깨어 있어야 한다.
배우는 사람은 대체로 퇴근 후에 시간을 낸다. 현지 저녁 7시부터 10시 사이가 수업이 몰리는 구간이다. 그 시간이 한국에서 몇 시인지를 계산하면 각 시장의 실행 조건이 나온다.
| 지역 | 현지 저녁 7시~10시가 한국 시간으로 | 한국 강사의 근무 형태 |
|---|---|---|
| 미국 동부 | 다음날 오전 8시~정오 | 주간 정상 근무 |
| 미국 서부 | 다음날 정오~오후 4시 | 주간 정상 근무 |
| 호주 시드니 | 같은 날 오후 5시~9시 | 퇴근 직후 |
| 일본 | 같은 날 저녁 7시~10시 | 저녁 근무 |
| 대만·홍콩·중국 | 같은 날 저녁 8시~11시 | 저녁에서 밤 |
| 태국 | 같은 날 밤 9시~자정 | 밤 |
| 프랑스·독일 | 다음날 새벽 2시~6시 | 철야 |
| 영국 | 다음날 새벽 3시~7시 | 철야 |
이 표는 자료가 아니라 계산이다. 한국은 협정세계시 기준 아홉 시간 빠르고 서머타임이 없으므로, 각 지역의 시차를 더하거나 빼면 나온다.
결과가 뜻밖이다. 시차가 가장 큰 미국이 실행 조건은 가장 좋다. 한 바퀴 돌아 미국 저녁이 한국 오전에 걸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럽은 현지 저녁이 한국 새벽이라 철야 인력을 써야 한다. 일본은 시차가 없어 편할 것 같지만, 학습자의 저녁이 강사의 저녁이기도 해서 야간 시간대 인건비가 붙는다.
시장 매력도와 실행 난이도가 어긋나는 지점도 있다. 듀오링고 자료에서 한국어가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로 프랑스와 독일이 꼽혔고, 한 온라인 플랫폼은 유럽의 한국어 학습자가 연 68% 늘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유럽은 한국 강사에게 새벽 근무를 요구하는 시장이다.
같은 수업을 팔아도 어느 나라에 파느냐에 따라 인건비가 달라진다. 이 항목은 뒤의 계산에 그대로 들어간다.
살 사람은 찾았다
두 편에 걸쳐 한국 밖을 봤다. 정리하면 이렇다.
배워야만 하는 사람들은 결제력이 없고, 결제력이 있는 사람들은 배울 이유가 약하다. 결제력이 있는 쪽에서도 매일형 상품의 가격은 시간당 5천 원 안팎이고, 값이 서는 것은 적게 파는 상품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이미 회사가 들어와 있으며, 같은 업종의 원조 기업조차 이익률 1%로 상장을 유지하지 못했다.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일본에서 월 4회짜리 한국어 화상 수업이 시간당 3만 3천 원에 팔리고 있다. 값 자체는 존재한다는 뜻이다.
남은 질문은 두 개다. 그 값이 한국 강사를 쓰기에 충분한가. 그리고 그 값을 내는 사람을 데려오는 데 얼마가 드는가.
먼저 답해야 할 것은 다른 문제다. 여기까지는 배우는 사람만 봤는데, 배우는 사람과 돈을 내는 사람이 늘 같지는 않다. 국내에 있는 노동자는 사업주가 대신 낼 수도 있고, 결혼이민자는 배우자가 낼 수도 있고, 유학생은 부모가 낸다. 지불자가 누구냐에 따라 팔 수 있는 값도 설득해야 할 상대도 달라진다.
다음 편은 이 사업에 돈을 낼 사람이 실제로 몇 갈래인지 센다.
출처
시간당 단가와 이익률, 시차 환산은 이 글에서 계산했고 계산식을 본문에 밝혔다. 엔화는 100엔당 861.11원으로 환산했다. TOPIK 일본 응시자는 시행기관이 밝힌 연 4만 명대와 한국교육개발원 인용 자료의 2019년 2만 1,070명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 양쪽을 병기했다. 연령과 성별 구성은 2019년 트위터 설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므로 표본의 성격을 감안해야 한다. 학습 지속 기간과 이탈률은 어떤 자료에서도 확인하지 못했다. 일본 시장에서 한국어만 떼어 낸 매출 규모도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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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습자 규모와 구성
일본 어학 서비스 가격과 재무
유럽 성장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