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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 8편 / 17편

돈을 낼 사람이 한 곳밖에 없다

사업주가 한국어 교육에 돈을 쓴 사례는 E-9 인원의 0.4%에 못 미친다

홍정현·2027.03.30
11분 읽기

이 글은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시리즈 8편이다. 앞의 세 편에서 배우는 사람이 어디에 몇 명 있는지를 셌다. 이번 편은 그 사람들 대신 돈을 낼 사람이 있는지를 본다.

배우는 사람과 내는 사람은 자주 다르다

교육 사업에는 다른 업종에 없는 구조가 하나 있다. 쓰는 사람과 내는 사람이 다를 때가 많다는 것이다. 학원비를 내는 것은 부모이고 앉아 있는 것은 아이다. 기업 연수는 직원이 듣고 회사가 낸다.

한국어 교육도 마찬가지다. 배우는 사람은 외국인이지만 그 값을 누가 치르느냐는 경우마다 다르고, 이게 사업 설계를 완전히 바꾼다. 본인이 내는 상품과 회사가 내는 상품은 가격도 영업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지불자가 될 수 있는 쪽은 네 갈래다.

지불자해당 학습자
본인취업 온 노동자, 유학생, 해외 학습자
고용 사업주외국인 직원을 쓰는 회사
정부체류 자격과 사회통합에 관련된 교육
가족결혼이민자의 배우자, 유학생의 부모

앞 편까지의 결론을 놓고 보면 이 중 어느 쪽이 실제로 돈을 내는지가 이 사업의 성패를 정한다. 배우려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그들이 낼 형편이 안 되고 대신 낼 사람도 없으면 시장은 없는 것과 같다.

네 갈래를 하나씩 확인한다. 미리 말하면 셋은 막혀 있고 하나만 열려 있다.

본인이 낼 수 있는가

국내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소득부터 본다. 경기 남부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2024년 실태조사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급여 구성은 기본급 210만원에 잔업수당 46만원, 상여금 3만원, 부대비용 2만원을 더해 월 261만원이었다. 같은 사업장 한국인보다 100만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국가 통계로도 방향은 비슷하다. 2024년 이민자 체류실태 조사에서 외국인 취업자 101만 명 중 월 200만원에서 300만원 사이가 48만 9천 명, 300만원 이상이 35만 4천 명이었다.

액수만 보면 월 몇만 원짜리 상품을 못 살 소득은 아니다. 문제는 이 돈의 용도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노동자는 대체로 본국 가족에게 송금하려고 온다. 기숙사비와 통신비를 제하고 남는 돈의 상당 부분이 송금으로 나간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만 이들의 실제 가처분소득이나 지출 구조를 조사한 자료는 찾지 못했으므로, 여기서는 소득 구간에서 끌어낸 판단임을 밝혀 둔다.

시간도 문제다. 잔업수당이 46만원이라는 것은 정규 근로시간 외에 상당히 일한다는 뜻인데, 외국인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 통계를 국가 자료에서 찾지 못했다. 근로시간이 길면 저녁에 전화 수업을 받을 시간 자체가 없다.

한 가지 더. 이들이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 가장 큰 이유였던 입국 시험은 이미 통과한 상태다. 남은 유인은 체류 자격을 바꾸는 것인데, 그 경로는 사회통합프로그램이 시간당 1,000원에 열려 있다.

본인 지불은 불가능하지 않지만 우선순위가 낮다.

사업주가 낼 것인가

기획 단계에서 가장 유력해 보였던 경로는 이쪽이었다. 외국인 직원을 쓰는 회사가 소통 문제를 겪고 있다면, 그 회사가 한국어 교육을 사면 된다. 배우는 사람의 형편과 무관하게 값을 받을 수 있고, 회사는 개인보다 단가에 덜 민감하다.

찾아보니 실제 사례가 거의 없었다.

확인된 것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현대차그룹이 협력해 협력사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 하나다. 2026년에 협력사 20여 곳에서 시범 운영하고 2028년까지 협력사 130곳, 노동자 1,300여 명으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1,300명이 어느 정도인지 견줘 보면 이렇다. 고용허가제 비전문취업 자격으로 국내에 있는 사람이 33만 7,279명이다. 1,300을 33만 7,279로 나누면 0.39%다. 그것도 2028년까지 도달할 목표치이고, 대기업 그룹이 협력사를 상대로 하는 사업이다.

정부 지원 제도 쪽도 확인해 봤다. 외국인 근로자 취업교육 비용은 고용보험 능력개발사업을 통해 사후 환급을 신청할 수 있지만, 이는 직업능력개발훈련 일반 제도를 준용하는 구조로 보이고 한국어 교육만을 위한 별도 예산 라인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산업인력공단이 고용허가제 표준 교재를 만들어 보급하지만 이는 입국 전 시험 대비 성격이다.

재직 중인 외국인 근로자에게 사업주가 한국어를 가르치도록 유도하는 대규모 제도는 찾지 못했다. 확인된 것은 일반 직업훈련 환급 제도의 준용과 위의 시범사업 두 가지뿐이다.

사업주가 이미 부담하는 것은 적지 않다. 4대 사회보험 사업주 부담분에 더해 출국만기보험과 임금체불 보증보험 가입이 법으로 의무화돼 있다. 한 상업 자료는 숙소를 뺀 추가 비용을 월 45만원 안팎으로 계산하는데, 1차 자료로 대조하지 못했으므로 수치 자체는 참고로만 둔다. 부담 항목이 이미 여럿 있다는 사실은 법령으로 확인된다.

사업주가 안 내는 이유는 인색해서가 아니다

사례가 없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넘어가면 진단이 얕아진다. 왜 안 내는지를 봐야 한다. 아래는 제도 구조에서 끌어낸 판단이며, 사업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

가르쳐 놓은 사람이 남아 있지 않는다. 고용허가제 근로자의 체류 기간은 정해져 있고, 사업장을 옮길 수 있는 사유도 법으로 열려 있다. 회사가 돈을 들여 한국어를 가르쳤는데 그 사람이 다른 사업장으로 가면 투자는 회수되지 않는다. 교육 투자는 사람이 오래 남을수록 회수되는데, 이 제도는 애초에 순환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대체 수단이 있다. 현장에서 필요한 소통은 번역 앱과 먼저 온 동료가 상당 부분 해결한다. 같은 나라 사람이 여럿 있으면 통역 역할을 하는 선임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돌아가는 상황에서 새 비용 항목을 만들기는 어렵다.

이미 부담이 여럿이다. 4대 보험과 출국만기보험, 임금체불 보증보험이 법정 의무로 붙어 있다. 여기에 교육비를 얹으려면 그만한 효과가 눈에 보여야 한다.

효과를 재기 어렵다. 한국어 교육이 불량률을 얼마나 낮추는지, 사고를 얼마나 줄이는지를 숫자로 보여 주는 자료가 없다. 회사가 새 비용을 승인하려면 근거가 필요한데 그 근거가 시장에 없다.

여기서 이 시리즈 후반의 실마리가 하나 나온다. 사업주가 사지 않는 이유가 가르치는 것의 효과를 못 재기 때문이라면, 팔아야 할 물건은 교육이 아니라 그 효과를 재 주는 것일 수 있다. 이 사람이 지시를 알아듣는지, 안전 교육을 이해했는지를 제3자가 확인해 주는 일이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는 가설이고, 이 시리즈 2부에서 다시 다룬다.

정부와 가족은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정부는 지불자가 아니라 공급자다. 4편에서 본 대로 세종학당은 무료로, 사회통합프로그램은 시간당 1,000원에 직접 가르친다. 민간에게 값을 치르고 사 오는 구조가 아니라 스스로 운영하는 구조다.

민간이 정부 돈을 받는 길이 아예 없지는 않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은 법무부가 교육기관과 비영리법인을 운영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식이라 민간도 참여할 수 있다.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85곳이 지정됐다. 다만 상시로 열려 있는 문이 아니라 공고를 기다려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구조이고, 지정을 받으면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과 강사료 기준 안에서 운영하게 된다. 시간당 강사료는 주간반 2만 6천원, 야간과 주말반 2만 9천원 이내로 공고에 명시돼 있다.

고용허가제 쪽은 더 닫혀 있다. 선발과 송출은 양국 공공기관이 관리하고 입국 전 교육은 송출국 지정기관이 맡는다. 민간이 공식적으로 들어갈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가족은 결혼이민자 쪽에서 지불자가 될 수 있다. 배우자가 한국인이므로 값을 치를 여력이 본인보다 낫다. 그런데 이 자리에는 이미 무료 서비스가 깔려 있다. 여성가족부 계열 가족센터가 2025년 기준 221곳에서 한국어 교육을 하고, 센터에 오기 어려운 가정에는 지도사가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교육까지 운영한다.

기본값이 무료인 자리에서 유료 상품이 팔리려면 무료가 못 하는 것을 해야 한다. 가족센터 프로그램이 다루지 않는 고급 회화나 자녀 학습 지원 같은 영역이 남아 있지만, 이 자리들은 좁고 흩어져 있다.

정부와 가족 모두 지불자로서는 사실상 닫혀 있다.

남는 것은 이미 돈을 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네 갈래 중 셋이 막혔다. 남은 하나는 본인 지불인데, 그 안에서도 한 집단만 사정이 다르다.

유학생은 이미 한국어 교육에 돈을 내고 있다. 대학 부설 어학당의 정규 과정은 유료이고, 온라인 과정도 마찬가지다. 서강대 한국어교육원의 온라인 10주 과정은 70만원에 신입생 입학금 10만원이 붙는다. 학비와 연수비는 본인이나 가족이 부담하는 것이 기본이고, 정부 초청 장학생은 소수 특례다.

이 집단이 다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지불 경험이 있다. 처음 값을 치르게 만드는 것과 이미 치르고 있는 사람에게 하나 더 팔거나 옮겨 오게 하는 것은 난이도가 다르다.

둘째, 배움이 곧바로 돈이 된다. 유학생은 급수에 따라 아르바이트 허용 시간이 달라진다. 기준을 못 맞추면 주 10시간에 묶이고, 맞추면 주 20시간에서 25시간으로 늘고, 우대 요건까지 갖추면 더 늘어난다. 학위 과정 학생은 기준을 충족하면 주말과 방학의 시간 상한이 아예 풀린다. 급수 하나가 소득으로 직결된다.

규모도 가장 빨리 큰다. 유학생은 2025년 말 30만 8,838명으로 전년 대비 17.1% 늘었다. 고용허가제 인원의 증가율 8.5%, 영주 자격 9.5%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빠르다.

해외 학습자도 본인 지불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칸에 있다. 일본과 미국의 학습자는 자기 돈으로 배운다. 다만 이들에게는 급수가 소득으로 바뀌는 구조가 없어 지속의 이유가 약하고, 일본에서는 열 명 중 여섯 명이 아예 혼자 공부한다.

유학생 시장에도 한계는 있다. 이들은 이미 대학 어학당이라는 정식 경로 안에 있고, 그 경로가 학사 일정과 비자 관리까지 묶어서 제공한다. 민간이 파는 상품은 그 옆에 붙는 것이라 지출 우선순위에서 뒤에 놓인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쓰고 남은 돈으로 사는 물건이라는 뜻이다. 지불 경험이 있다는 것과 여윳돈이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정리하면 지불자는 사실상 두 갈래다. 국내에 있는 유학생, 그리고 해외에서 취미로 배우는 사람이다. 앞쪽은 배움이 소득으로 이어지고 뒤쪽은 그렇지 않다.

팔 상대가 정해졌다

여덟 편에 걸쳐 좁혀 온 결과를 한 줄로 놓으면 이렇게 된다.

배우는 사람은 국내에 287만 명, 해외에 수십만 명이 있다. 그중 한국어가 강제되는 자리는 좁고, 강제되는 사람은 돈이 없고, 돈이 있는 사람은 강제되지 않는다. 대신 내 줄 사람을 찾아봤더니 정부는 직접 가르치고 있고 가족 쪽에는 무료 서비스가 깔려 있고 사업주가 지갑을 연 사례는 고용허가제 인원의 0.4%에 못 미친다.

남은 것은 자기 돈으로 사는 사람이다. 국내 유학생 30만 명과 해외의 취미 학습자다.

지불자가 이렇게 좁혀지는 것은 이 사업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교육업에서 배우는 사람과 내는 사람이 갈릴 때, 값을 치를 쪽이 명확한 시장이 대체로 크게 큰다. 기업 연수가 그렇고 입시가 그렇다. 회사가 내거나 부모가 내는 구조에서는 학습자 본인의 형편과 무관하게 값이 매겨진다. 한국어 교육에는 그 구조가 없다. 회사는 안 내고 정부는 직접 하고 가족은 무료 서비스를 쓴다. 남은 것은 본인이 자기 형편 안에서 내는 시장이고, 그런 시장의 가격 천장은 낮다.

여기까지가 수요 쪽 정리다. 이제 공급 쪽을 봐야 한다. 팔 상대를 찾았으니 그 상대에게 팔 물건을 만드는 데 얼마가 드는지를 확인할 차례다.

가르칠 사람은 있는가. 있다면 얼마를 줘야 하는가. 그 사람을 써서 파는 일에 자격이나 등록이 필요한가. 다음 편이 이 세 질문에 답한다. 그리고 그 답이 나오면 이 시리즈의 계산에 필요한 숫자가 전부 모인다.

출처

0.39%는 시범사업 목표 인원 1,300명을 고용허가제 체류 인원 337,279명으로 나눠 이 글에서 계산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가처분소득과 지출 구조를 조사한 자료는 찾지 못해 소득 구간에서 끌어낸 판단임을 본문에 밝혔다. 근로시간 통계도 확인하지 못했다. 사업주가 한국어 교육을 사지 않는 이유는 제도 구조에서 끌어낸 판단이며 사업주 대상 조사를 확인한 것이 아니다. 사업주 부담 금액 중 4대보험과 출국만기보험의 구체적 액수는 상업 자료로만 확인해 참고로만 두었고, 부담 항목이 법정 의무라는 사실은 법령으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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