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벨과 세일즈포스, CRM 카테고리를 만든 회사는 그 카테고리를 지키지 못했다
1989년 OASIS 거절에서 2005년 오라클의 시벨 인수, 침실 한 칸짜리 아파트와 No Software, AppExchange 그리고 한국 시장까지
이 글은 《뛰어난 기업의 고객관리》 시리즈 10편이다. 6~9편이 한 사람의 응대가 곧 회사의 답이던 접점·재량 캠프였다면, 10편부터는 손님의 라이프사이클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데이터·파이프라인 캠프로 넘어간다. 첫 사례로 시벨과 세일즈포스를 한 편에서 보고, 허브스팟(11편)과 테스코·세븐일레븐(12편)이 뒤를 잇는다. 발행 시점 이후 중요한 사실 변동이 확인되면 추후 업데이트한다.
1989년, 사내 도구 하나를 외부에 팔자고 한 임원
1989년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쇼어즈의 오라클 본사에서, 영업·마케팅 임원 한 명이 자기가 만든 사내 도구를 외부에 팔자고 사장에게 제안했다. 도구의 이름은 OASIS, Oracle Automated Sales Information System이었다. 1987년부터 그의 다이렉트 마케팅 조직이 영업 사원 명함과 통화 내역을 한 화면에 모아 보기 위해 직접 만든 시스템이었다. 외부에서 비슷한 제품을 사 오면 우리 영업 방식과 맞지 않으니, 우리가 만든 이 도구를 다른 회사들도 살 거라고 그는 봤다.
사장이 거절했다. "상업적 가능성이 안 보인다." 사장의 이름이 래리 엘리슨이었고, 그 임원의 이름이 톰 시벨이었다. 시벨은 1990년 휴직했고 복귀하지 않았다. 1993년 함께 오라클을 떠난 패트리샤 하우스와 시벨 시스템스(Siebel Systems)를 차렸다. 그 회사가 1996년 6월 NASDAQ에 상장됐고, 1999년 Fortune이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회사로 뽑았으며, 2002년 CRM 시장의 절반 가까이인 약 45%를 갖고 있었다. 회의실에서 거절당한 사내 도구가 한 산업의 정의자가 되는 데 12년이 걸렸다.
오라클에서 나온 임원은 시벨 한 명이 아니었다. 26세에 부사장으로 올라갔던 마크 베니오프가 1999년 3월 8일 샌프란시스코 텔레그래프 힐 1449 Montgomery Street의 침실 한 칸짜리 아파트에서 세 명의 동료와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을 시작했다. 라이선스를 팔지 않고 월 구독으로 빌려주는, 그때까지 누구도 진지하게 시도하지 않은 모델이었다. 6년 뒤인 2005년 9월, 오라클이 시벨 시스템스를 약 58억 5천만 달러에 사들인다고 발표한다. 자기 회의실에서 거절했던 도구가 자란 회사를 16년 만에 다시 사 들인 것이다. 그 달에 베니오프는 Dreamforce 컨퍼런스에서 AppExchange를 발표했다. CRM이 제품 하나에서 다른 회사들의 도구가 붙는 플랫폼으로 형태를 바꾸는 분기점이었다.
두 회사의 30년을 이어 붙이면, CRM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실제로 팔린 물건이 다섯 번 갈아 끼워진 기록이 남는다.
| 단계 | 시기 | 대표 사건 | 회사가 판 물건 |
|---|---|---|---|
| 1 | 1987년 4월 | 팻 설리번이 댈러스에서 ACT! 출시 | PC에 설치하는 컨택트 매니저 |
| 2 | 1993년 이후 | 시벨 시스템스 창업, 시트당 3,500~6,500달러 | 고객사 서버에 까는 라이선스 |
| 3 | 1999년 이후 | 세일즈포스 창업, No Software 선언 | 인터넷으로 빌려주는 월 구독 |
| 4 | 2005년 발표, 2006년 1월 공개 | AppExchange | 다른 회사 도구가 올라오는 플랫폼 |
| 5 | 2010년, 2021년 | Chatter 공개, Slack 인수 | 회사 안 직원끼리의 대화까지 |
카테고리의 이름은 30년 동안 CRM으로 고정돼 있었다. 그 이름을 붙들고 있던 회사가 30년 내내 한 회사였던 적은 없다. 이번 편이 그 30년이다.
CRM이라는 카테고리는 누가 만들었는가
카테고리로서의 CRM을 사실상 정의한 회사는 시벨 시스템스였다. 1993년 창업 시점에는 CRM이라는 약어 자체가 산업 용어로 굳어 있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1983년 텍사스 A&M의 레너드 베리가 미국 마케팅학회 컨퍼런스에서 "관계 마케팅(relationship marketing)"이라는 표현을 처음 썼고, 1987년 4월 댈러스에서 팻 설리번이 ACT!를 출시해 PC에 설치하는 컨택트 매니저 시장을 열었으며, 1993년 돈 페퍼스와 마사 로저스가 The One to One Future로 일대일 마케팅 개념을 대중화했다. 이 흐름들을 1990년대 중반 가트너 그룹이 영업·마케팅·서비스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묶어 부르는 명칭으로 표준화하면서 CRM이 산업 용어가 됐다. 그 시점에 시벨이 사실상의 카테고리 정의자(de facto category creator)로 들어와 있었다.
성장 곡선은 가팔랐다. 1994년 첫 고객 Charles Schwab, Cisco Systems, Compaq에 시트당 3,500~6,500달러로 라이선스를 팔기 시작했다. 1996년 6월 NASDAQ에 티커 SEBL로 상장했다. 1998년 콜센터·고객서비스 영역의 Scopus Technology를 약 4억 6천만 달러에 인수했고, 그해 매출이 89% 늘어 3억 9,200만 달러가 됐다. 1999년 Fortune의 선정이 그 뒤를 이었다. 2001~2002년 정점에서 매출은 약 20억 달러, 직원은 약 8천 명, 시가총액은 수백억 달러대였다. CRM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시벨이라는 회사 이름이 자동으로 따라 나오는 시기였다.
이 시기가 끝난 이유는 흔히 이야기되는 SaaS가 아니라 매출의 집중도였다. 시벨 매출의 약 70%가 콜센터 제품에서 나왔고, 그 콜센터 매출 대부분이 통신사에서 나왔다. 2001년 닷컴 붕괴와 통신 산업 침체가 함께 닥쳤을 때 그 70%가 한꺼번에 줄었다.
시벨은 OnDemand라는 SaaS 변형을 내놓아 세일즈포스를 따라가려 했지만, 라이선스 매출 구조가 구독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지 못했다. Fortune은 2014년 시벨의 추락을 정리하면서, 가장 큰 단일 원인은 텔레콤 콘센트레이션이었고 SaaS는 그 위에 얹힌 두 번째 충격이었다고 적었다. 사다리는 이 분석을 따라간다. 시벨이 무너진 이유는 카테고리의 변화가 아니라 자기 매출의 구조였다.
2005년 9월 12일, 오라클이 시벨을 약 58억 5천만 달러(주당 10.66달러, 현금 또는 주식 선택)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시벨이 들고 있던 현금과 단기 투자 22억 4천만 달러를 차감하면 오라클이 실제로 지불한 순지급액은 약 36억 1천만 달러였다.
인수는 2006년 1월 31일 마무리됐고, 시벨 시스템스 독립 법인은 2006년 3월 1일경 종료됐다. 사내에서 OASIS를 거절했던 엘리슨이 16년 뒤 그 도구가 자란 회사를 사 왔다. 시벨은 인수 발표 시점에 오라클과 손잡으면 세계 1위 CRM 회사가 만들어진다고 적었고, 그 문장이 회사의 시대를 마감하는 코멘트가 됐다. 톰 시벨 본인은 2009년 1월 C3 Energy를 창업했고, 그 회사가 C3 IoT를 거쳐 C3.ai가 됐다. 다음 30년의 다른 카테고리에 손을 댄 셈이다.
세일즈포스는 왜 "No Software"를 내걸었는가
소프트웨어를 라이선스로 팔지 않고 인터넷으로 빌려준다는 선언이 No Software였다. 마크 베니오프는 1964년 9월 2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USC를 1986년에 졸업하고 그해 오라클에 입사해 13년을 머물렀다. 본인 회고에 따르면 26세에 오라클 부사장이 됐다. 입사 전 USC 재학 시절 애플에서 인턴을 하며 매킨토시용 어셈블리 코드를 쓴 적이 있다는 것도 그가 자주 인용하는 이력이다. 1999년 3월 8일, 코이트 타워 그늘 아래 텔레그래프 힐 1449 Montgomery Street의 침실 한 칸짜리 아파트에서 파커 해리스, 데이브 멜렌호프, 프랭크 도밍게즈와 세일즈포스닷컴을 시작했다.
회사가 처음부터 들고 나간 문구가 **"No Software"**였다. 빨간 동그라미 안에 영문 단어 "software"를 빨간 사선으로 그어 지운 금지 표지(prohibition sign) 디자인이 그 문구를 시각화했다. 베니오프 본인이 컨셉을 잡고 광고 컨설턴트 브루스 캠벨과 함께 캠페인으로 옮긴 디자인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 마크가 회사의 공식 코퍼레이트 로고로 채택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마케팅·광고·이벤트용 엠블럼이었다. 그런데 그 마크가 내건 메시지가 회사 정체성을 결정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팔지 않는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빌려준다. 라이선스 모델 자체를 부정하는 선언이었다.
이 선언이 가장 직접적으로 부정한 대상이 시벨이었다. 2000년 2월 시벨의 연례 사용자 컨퍼런스가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날, 베니오프는 컨퍼런스장 앞에서 게릴라 마케팅을 벌였다. 배우들을 동원해 가짜 시위를 조직했고, 피켓에는 "Software Cancelled"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밖에서 보면 신생 스타트업이 산업 1위 회사의 행사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풍경이었고, 안에서 보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모델에 대한 시각적 도전이었다. 시벨 시대의 한가운데에서 다음 시대를 미리 적어 둔 장면이다.
상장은 2004년 6월 23일 NYSE에서 이뤄졌다. 티커는 CRM이었다. 카테고리의 이름 자체를 자기 회사 티커로 받아 든 것이다. 공모가 11달러에 1천만 주를 발행해 약 1억 1천만 달러를 조달했고, 첫날 종가는 17.20달러로 55% 올랐다. 시벨이 정점을 지나 하락 곡선에 들어가던 시점이었고, 두 회사의 그래프가 정확히 교차하는 지점이었다.
그보다 앞선 2003년 11월에는 첫 Dreamforce 컨퍼런스가 샌프란시스코 Westin St. Francis 호텔에서 열렸다. 약 1천 명 등록, 52개 세션 규모였다. 사용자와 개발자와 파트너를 한 장소에 모아 한 해의 방향을 깔아 두는 행사가 그때 만들어졌고, 22년 뒤 17만 명 규모의 미국 최대 IT 컨퍼런스 중 하나로 자랐다.
두 회사를 항목별로 나란히 놓으면 어디서 갈라졌는지가 분명해진다.
| 항목 | 시벨 시스템스 | 세일즈포스 |
|---|---|---|
| 창업 | 1993년, 톰 시벨·패트리샤 하우스 | 1999년 3월 8일, 마크 베니오프 외 3인 |
| 출발점 | 사내 도구 OASIS가 거절당한 일 | 오라클 부사장직에서 나온 일 |
| 판매 방식 | 시트당 3,500~6,500달러 라이선스 | 월 구독 |
| 소프트웨어가 놓인 곳 | 고객사 서버 | 인터넷 |
| 상장 | 1996년 6월 NASDAQ, 티커 SEBL | 2004년 6월 NYSE, 티커 CRM |
| 정점 지표 | 2002년 CRM 점유율 약 45% | 2009년 매출 약 13억 달러 |
| 매출 집중도 | 콜센터 제품 약 70%, 대부분 통신사 | 업종과 규모가 흩어진 구독 고객 |
| 결말 | 2006년 1월 오라클에 인수, 3월 법인 종료 | 2021년 슬랙 인수, 사상 최대 거래 |
AppExchange가 CRM을 플랫폼으로 바꾼 분기점
세일즈포스의 가장 결정적인 운영 결정은 2005년 9월 Dreamforce 2005에서 발표한 AppExchange였다. 정식 일반 공개(GA)는 2006년 1월 14일이었다. 외부 개발사가 자기 앱을 세일즈포스 플랫폼 위에 올리고, 세일즈포스 고객이 그 위에서 그 앱을 구독해 쓰는 마켓플레이스다. BusinessWeek는 이를 "기업 소프트웨어의 eBay"라 불렀고, Forbes는 "기업 소프트웨어의 iTunes"라 불렀다. 베니오프 본인의 표현은 "기업 애플리케이션의 eBay(eBay of enterprise applications)"였다.
이 결정은 두 층에서 작동했다. 회사의 정체성이 먼저 바뀌었다. 그 전까지 세일즈포스는 SaaS CRM이라는 제품 하나를 파는 회사였다. AppExchange 이후로는 다른 회사들의 도구가 그 위에 붙는 플랫폼이 됐다. 매출의 원천이 자기 제품 하나에서, 위에 올라온 수백 수천 개 도구의 거래와 그 도구를 보고 들어온 사용자 쪽으로 옮겨갔다. 제품 회사가 스스로를 운영체제급 플랫폼 회사로 옮긴 결정이었다.
시벨의 시대가 닫히는 국면도 이 발표로 더 분명해졌다. 2005년 9월에 오라클이 시벨 인수를 발표했고, 그 달에 베니오프가 AppExchange를 발표했다. 카테고리의 정의자가 사라지는 달에 다음 정의자가 카테고리를 다시 정의한 것이다. 우연이 아니라 한 흐름의 두 면이었다. 라이선스로 한 번 팔던 모델이 구독으로 매월 받는 모델로 바뀌었고, 자기 매출만 다루던 회사가 자기 위에 붙은 다른 회사들의 매출까지 다루는 회사로 바뀌었다.
2009년 11월 18일 Dreamforce 2009에서는 Chatter가 발표됐다. 2010년 6월 22일 정식 공개됐다. 베니오프는 Chatter를 두고 "Facebook과 Twitter의 마법을 기업에 가져온 것"이라고 표현했다. 회사 안의 직원들이 외부 SNS와 비슷한 형태의 업데이트·댓글·팔로우를 회사 데이터 위에서 주고받는 도구였다. 그해 회사 매출은 약 13억 달러로 처음 10억 달러를 넘어 있었다. 베니오프와 캘라일 애들러가 함께 쓴 Behind the Cloud도 2009년 Wiley에서 나왔다. 책의 톤은 자신감 자체였다. 이미 이긴 사람이 자기 30년을 회고하는 문서다.
2018년에는 Time지 인수가 있었다. 회사가 아니라 베니오프 부부가 개인 자격으로 1억 9천만 달러 현금에 사들인 거래였지만, 그 결정 자체가 베니오프와 회사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었다. 2020년 12월 1일에는 회사가 Slack을 277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고, 2021년 7월 21일 거래가 마무리됐다. 세일즈포스 사상 최대 인수였다.
카테고리를 정의하던 회사를 사는 값보다 사내 대화 도구를 사는 값이 16년 뒤 4.7배 비싸졌다. CRM이라는 이름이 붙는 물건의 범위가 그만큼 넓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카테고리 정의자에서 플랫폼 회사로, 다시 직원 협업의 인프라까지 자기 손 안에 두려는 30년 곡선이 그렇게 이어졌다.
베니오프와 엘리슨, 멘토와 경쟁자 사이
세일즈포스 이야기에서 자주 빠지는 대목이 베니오프와 엘리슨의 관계다. 두 사람은 후원자와 경쟁자를 같은 시기에 겸했다. 1999년 세일즈포스 창업 직후 엘리슨은 베니오프에게 200만 달러를 사재로 투자했고, 세일즈포스 이사회 1호 멤버로 들어왔다. 밖에서 보면 오라클 CEO가 자기 회사를 떠난 옛 부하의 신생 회사를 직접 받쳐 주는 그림이었다.
그러는 동안 엘리슨은 오라클 안에서 세일즈포스를 겨냥한 자체 CRM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한 손으로 세일즈포스를 받쳐 주면서 다른 손으로 그 시장에서 세일즈포스와 경쟁할 제품을 만든 것이다. 베니오프가 사임을 요구했을 때 엘리슨은 거절했다. 결국 세일즈포스 이사회가 엘리슨을 해임했고, 엘리슨은 200만 달러로 산 주식을 그대로 들고 나갔다. 후일 그 지분의 가치는 수억 달러대가 됐다.
이 관계의 앞면은 산업의 상식에 가깝다. 멘토가 경쟁자가 되는 일은 흔하다. 자기 부하가 회사를 떠나 인접한 카테고리에 새 회사를 차리면, 그 회사를 받쳐 주면서 동시에 그 시장에서 자기도 경쟁하는 결정이 합리적이다. 사재 투자는 그 회사의 정보 흐름을 가까이 두는 도구이고, 자체 제품 개발은 그 시장을 자기도 잡으려는 시도다. 둘이 충돌할 수 있다는 사실은 한참 뒤에야 표면에 드러난다.
뒷면이 더 오래 남는다. 시벨의 OASIS를 거절한 결정도, 세일즈포스에 200만 달러를 투자한 결정도, 그 시기에 오라클 자체 CRM을 만든 결정도 모두 엘리슨 한 사람의 결정이었다. 세 결정 중 어느 것도 그가 의도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다. CRM 카테고리는 시벨이 만들고 세일즈포스가 가져갔으며, 오라클의 자체 CRM은 1위가 되지 못했다. 한 사람의 판단력이 산업의 흐름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두 사람의 30년에 그대로 남았다. 엘리슨은 이 카테고리에서 세 번 결정했고 세 번 다 시장이 다른 답을 냈다.
한국 대기업의 CRM은 세일즈포스가 오기 전에 결정돼 있었다
세일즈포스의 한국 진출은 본사 30년 흐름에 비해 늦었다. 정식 한국 법인인 Salesforce.com Korea Limited가 설립된 시점이 2019년 1월, 본사 창업 2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 이전에도 한국 시장에 진출은 있었지만 별도 법인은 없는 형태였고, 2019년부터 한국지사장 임용 후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됐다. 현재 사무소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파크원 타워2 28층에 있다.
한국 기업의 CRM 도입은 1999년 SK텔레콤이 시벨을 도입한 시점부터 시작했다. 그 이후 SAP·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 다이내믹스 같은 온프레미스·하이브리드 CRM이 한국 대기업의 표준으로 굳었다. 세일즈포스가 정식 법인을 세운 2019년에 한국 대기업의 CRM은 이미 결정이 끝난 상태였다. 한국에서 세일즈포스가 강한 쪽은 외국계 한국 지사, B2B SaaS 스타트업, 중견 기업이고, 대기업 본사 시스템에서는 여전히 진입 폭이 좁다.
| 시기 | 한국에서 일어난 일 | 세일즈포스의 위치 |
|---|---|---|
| 1999년 | SK텔레콤이 시벨 도입. 한국 대기업 CRM의 출발점 | 창업 첫해, 한국에 없음 |
| 2000년대 | SAP·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 다이내믹스가 대기업 표준으로 정착 | 별도 법인 없이 부분 진출 |
| 2019년 1월 | Salesforce.com Korea Limited 설립 | 한국지사장 임용, 본격 영업 시작 |
| 현재 | 대기업 본사 시스템은 기존 벤더가 점유 | 외국계 지사·B2B SaaS·중견 기업 중심 |
한국 CRM 시장에서 세일즈포스가 차지하는 점유율의 1차 자료는 외부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가트너와 IDC의 한국 보고서가 유료라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다음 5년 안에 이 구도가 어떻게 바뀔지가 한국 SaaS 시장의 한 질문으로 남아 있다.
시벨도 구독 제품을 냈다
시벨은 OnDemand라는 이름으로 구독형 CRM을 내놨다. 세일즈포스가 1999년에 고른 방향과 방향이 같은 결정이었고,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그러니 두 회사를 가른 것은 결정이 아니라 그 결정이 놓인 조건이다. 본문에서 확인되는 조건을 세 줄로 분해하면 이렇게 된다.
| 조건 | 시벨 (2000년대 초) | 세일즈포스 (1999년) | 가게에서 확인할 것 |
|---|---|---|---|
| 새 모델이 기존 매출을 깎는가 | 시트당 3,500~6,500달러 라이선스 매출을 자기 손으로 잠식 | 잠식할 기존 매출이 없음 | 새 방식이 지금 매출에서 빼 오는 구조인가, 밖에서 더 가져오는 구조인가 |
| 매출이 몇 갈래에서 나오는가 | 콜센터 제품 약 70%, 그 대부분이 통신사 | 업종과 규모가 흩어진 구독 고객 | 매출 1위 거래처 한 곳이 전체의 몇 %인가 |
| 언제 바꾸는가 | 통신 침체와 닷컴 붕괴가 이미 닥친 뒤 | 시장이 아직 생기지 않았을 때 | 매출이 꺾인 뒤에 바꾸는가, 잘 굴러갈 때 바꾸는가 |
세 줄의 무게는 서로 다르다. 시벨을 실제로 무너뜨린 줄은 가운데다. Fortune이 2014년 시벨의 추락을 정리하면서 가장 큰 단일 원인으로 꼽은 것이 텔레콤 콘센트레이션이었다. 매출의 70%가 제품 하나에 몰려 있고 그 제품의 고객이 한 산업에 몰려 있으면, 그 산업이 흔들리는 해에 회사 전체가 비슷한 폭으로 흔들린다. CRM 시장의 45%를 갖고 있어도 그렇다. 시장에서 1위라는 사실과 자기 매출이 분산돼 있다는 사실은 서로를 보증하지 않는다. 한국의 작은 가게에서 이 줄은 거래처 명단으로 읽힌다. 정비공업사가 매출의 70%를 보험사 한 곳에서 받고 있으면, 그 보험사가 정비 수가 정책을 손보는 분기에 가게 전체 손익이 그 정책 하나에 매달린다. 손님이 몇 명인지가 아니라 손님이 몇 갈래에서 들어오는지가 그 가게의 체력이다.
마지막 줄은 값을 늦게 청구한다. 세일즈포스는 시장이 없을 때 구독을 골랐고, 시벨은 매출이 꺾인 뒤에 구독을 따라갔다. 뒤에 고른 쪽은 결정의 내용이 옳아도 그 결정을 버틸 현금과 시간을 이미 다 써 버린 상태다. 첫 줄의 잠식 문제도 여기에 걸린다. 새 모델이 기존 매출을 깎는 구조는 회사가 여유 있을 때만 견딜 만하고, 여유가 없을 때는 같은 구조가 그대로 자해가 된다. 운영 모델을 바꾸는 결정을 잘 굴러갈 때 시험해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래서 이 편이 남기는 점검은 짧다. 지금 매출의 최대 갈래가 몇 %인지 적어 보고, 그 갈래가 반으로 줄어드는 분기를 한 번 가정해 보는 것. 시벨은 그 가정을 해 본 적이 없는 회사였고, 시장 점유율 45%는 그 가정을 대신해 주지 못했다.
11편은 허브스팟이다. 자기 도구를 팔기 위해 인바운드 마케팅이라는 운동을 통째로 만든 회사를 본다.
출처
책
- Benioff, Marc & Carlye Adler. Behind the Cloud: The Untold Story of How Salesforce.com Went from Idea to Billion-Dollar Company—and Revolutionized an Industry. John Wiley & Sons, 2009. ISBN 978-0470521168 / 978-0470535929. https://www.wiley.com/en-us/Behind+the+Cloud:+The+Untold+Story+of+How+Salesforce+com+Went+from+Idea+to+Billion+Dollar+Company+and+Revolutionized+an+Industry-p-9780470535929
- Peppers, Don & Martha Rogers. The One to One Future: Building Relationships One Customer at a Time. Doubleday/Currency, 1993.
- Berry, Leonard L. "Relationship Marketing." In Emerging Perspectives on Services Marketing, AMA, 1983.
SEC·기업 공식 (1차)
- Oracle Press Release (2005-09-12). Siebel 인수 합의 보도자료. https://www.sec.gov/Archives/edgar/data/777676/000119312505184039/dex991.htm
- Salesforce.com S-1 Registration Statement (2003-05). https://www.sec.gov/Archives/edgar/data/1108524/000119312503096073/ds1.htm
- Salesforce.com Prospectus 424b1 (2004-06-23 IPO). https://www.sec.gov/Archives/edgar/data/1108524/000119312504107098/d424b1.htm
- Siebel Systems Audited Consolidated Financials (SEC). https://www.sec.gov/Archives/edgar/data/1341439/000119312506043885/dex991.htm
- Salesforce — Slack Acquisition Definitive Agreement (2020-12-01). https://www.salesforce.com/news/press-releases/2020/12/01/salesforce-definitive-agreement-update/
- Salesforce — Slack Acquisition Completed (2021-07-21). https://www.salesforce.com/news/press-releases/2021/07/21/salesforce-slack-deal-close/
- Salesforce — Chatter Is Here (2010-06-22). https://www.salesforce.com/news/press-releases/2010/06/22/salesforce-chatter-is-here/
- Salesforce — The History of Salesforce. https://www.salesforce.com/news/stories/the-history-of-salesforce/
- Salesforce — 1% Pledge. https://www.salesforce.com/company/pledge/
- Salesforce — Salesforce in Korea (공식 채용·로케이션 페이지). https://careers.salesforce.com/en/our-locations/asia-pacific/korea/
언론·분석 (준1차)
- TechCrunch. "Salesforce AppExchange Turns 10" (2016-01-14). https://techcrunch.com/2016/01/14/salesforce-appexchange-turns-10-today/
- TechCrunch. "Salesforce Launches Real-Time Social Network Chatter" (2009-11-18). https://techcrunch.com/2009/11/18/dreamforce-salesforce-launches-real-time-social-network-salesforce-chatter/
- TechCrunch. "Salesforce Buys Slack in $27.7B Megadeal" (2020-12-01). https://techcrunch.com/2020/12/01/salesforce-buys-slack/
- Fortune. "Lessons from the Death of a Tech Goliath" (2014-01-23, Siebel 분석). https://fortune.com/2014/01/23/lessons-from-the-death-of-a-tech-goliath/
- CNBC. "Salesforce Buys Slack for $27.7 Billion" (2020-12-01). https://www.cnbc.com/2020/12/01/salesforce-buys-slack-for-27point7-billion-in-cloud-companys-largest-deal.html
- InfoWorld. "Oracle to buy Siebel Systems in $5.85 billion deal" (2005). https://www.infoworld.com/article/2214168/update-oracle-to-buy-siebel-systems-in-5-85-billion-deal.html
- Diginomica. "Dreamforce @ 20 (2003 첫 행사 회고)." https://diginomica.com/dreamforce-20-marc-mayhem-memories-and-me
백과·전기 (보조)
- Wikipedia. "Thomas Siebel." https://en.wikipedia.org/wiki/Thomas_Siebel
- Wikipedia. "Marc Benioff." https://en.wikipedia.org/wiki/Marc_Benioff
- Wikipedia. "Siebel Systems." https://en.wikipedia.org/wiki/Siebel_Systems
- Wikipedia. "Salesforce." https://en.wikipedia.org/wiki/Salesforce
- Wikipedia. "Pat Sullivan (programmer)." https://en.wikipedia.org/wiki/Pat_Sullivan_(programmer)
- FundingUniverse. "History of Siebel Systems, Inc." https://www.fundinguniverse.com/company-histories/siebel-systems-inc-history/
- The Siebel Hub. "The History of Siebel CRM Part 1: OASIS." https://www.siebelhub.com/main/2020/03/the-history-of-siebel-crm-part-1-oasis.html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은 것
- 베니오프가 26세에 오라클 부사장이 됐다는 서술은 본인 회고에 기댄 것이다. 본문도 "본인 회고에 따르면"을 붙여 적었고, 오라클 사상 최연소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 시벨 보유 현금 22억 4천만 달러와 순지급 36억 1천만 달러는 2005년 9월 12일 발표 시점 기준이다. 2006년 1월 31일 클로징 시점의 잔고는 달라졌을 수 있고, 본문과 차트는 발표 시점 숫자만 썼다.
- 첫 Dreamforce 등록자 수를 1,300명으로 적은 매체가 있으나 확정하지 못했다. 본문은 약 1천 명, 52개 세션까지만 적었다.
- 엘리슨의 200만 달러 초기 투자와 그 지분의 처리 과정은 베니오프 회고에 기반한다. 엘리슨 본인의 코멘트는 1차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다.
- 세일즈포스가 2007년에 소규모로 한국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는 한국어 매체에 반복되지만 1차 자료로 검증되지 않는다. 본문은 2019년 1월 정식 법인 설립을 기준으로 적었다.
- 한국 CRM 시장에서 세일즈포스의 점유율은 본문에 숫자로 적지 않았다. 가트너와 IDC의 한국 보고서가 유료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