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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경영 · 대중교통 밸류체인 · 2편 / 9편

요금은 이동 단위로 걷히고 회사 단위로 나뉜다

승객이 낸 1,600원이 버스회사와 지하철과 마을버스로 쪼개지는 규칙, 그리고 그 규칙이 지운 것

홍정현·2026.09.04
12분 읽기

《대중교통 밸류체인》 시리즈의 2편이다. 1편에서 무료 환승이 요금 단위를 수단에서 이동으로 바꾼 제도라는 것을 봤다. 이번 편은 그렇게 걷힌 돈이 어떻게 나뉘는지를 다룬다.

아침에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지하철로 열두 정거장을 간 다음 시내버스로 갈아타 회사 앞에서 내렸다고 하자. 승객은 이 이동에 1,600원 남짓을 냈다. 이 돈에는 주인이 셋이다. 마을버스 회사, 지하철 운영기관, 시내버스 회사. 문제는 승객이 낸 돈이 셋 중 누구의 요금함에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돈은 카드사와 정산사의 서버를 지나 며칠 뒤에야 각 회사의 계좌에 도착하고, 도착하는 금액은 그 회사가 승객에게서 받았을 요금과 다르다.

이 며칠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 이 산업의 실제 모습이다. 누가 세고, 누가 나누고, 어떤 기준으로 나누는가. 그리고 그 기준은 회사들을 어떻게 움직이게 만드는가.

1,600원은 세 번 나뉜다

승객이 낸 요금은 결제, 기관 간 배분, 회사 간 배분의 세 단계를 거쳐 쪼개진다. 각 단계마다 나누는 주체와 규칙이 다르다.

첫 단계는 결제와 집계다. 선불이면 티머니 같은 교통카드사가 충전금에서 차감하고, 후불이면 신용카드사가 승객에게 청구한다. 승하차 태그 기록은 정산사업자인 한국스마트카드의 시스템으로 모인다. 여기서 이 이동이 어느 수단들을 거쳤고 총 몇 km였는지, 요금이 얼마인지가 확정된다.

두 번째 단계는 운송기관 사이의 배분이다. 하나의 환승 통행에 올라탄 기관들이 확정된 요금을 나눈다. 배분 기준은 기본요금 비율이다. 수도권 통합환승요금제를 분석한 학술 연구(한국학술지인용색인 등재 논문, 경기도 사례 연구)에 따르면 환승 통행의 요금은 각 수단의 기본요금 비율로 기관에 배분되며, 이 기준이 기본요금이 높은 수단과 장거리 수단에 유리하게 작동한다는 점, 그리고 실제 이용 거리 기준 배분으로 바꿔야 한다는 개선안이 학계에서 제기되어 왔다. 결과는 분명하다. 환승이 겹칠수록 한 기관이 가져가는 몫은 원래 자기 기본요금보다 한참 작아진다. 세 수단을 거친 1,600원짜리 이동에서 시내버스 회사 몫이 기본요금 1,500원일 수는 없다.

세 번째 단계는 서울 시내버스 안쪽의 배분이다. 서울시 안내에 따르면 준공영제 아래에서 시내버스 65개 안팎 회사의 운송수입금은 개별 회사가 아니라 공동 계정으로 관리된다. 회사들이 실제로 받는 돈은 자기 노선이 벌어온 수입이 아니라, 표준운송원가라는 기준표에 따라 계산된 금액이다. 수입이 원가에 못 미치면 그 부족분을 서울시 재정이 메운다. 2025년 서울시의 버스 재정지원액은 잠정 4,575억원이다.

정산은 누가 하고, 세는 자는 누가 믿는가

이 전체 흐름의 계산기는 한국스마트카드다. 2003년 서울시 신교통카드 사업을 수주한 LG CNS와 서울시가 공동 출자해 세운 회사로, 수도권 운임 정산의 실무를 맡는다. 서울만이 아니다. 경기도 시내버스의 운임 정산도 이 회사가 수행한다.

세는 자의 위치는 생각보다 예민하다. 나무위키에 정리된 경과에 따르면 2013년 무렵 경기도와 감사원이 한국스마트카드의 정산을 신뢰할 수 없다며 정산 처리 비용 지원을 거부하는 갈등이 있었다. 정산 데이터는 수천억 원대 보전금의 산정 근거가 되는데, 그 데이터를 만드는 회사는 이해당사자인 서울시가 1대주주다. 계산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이 산업에서 "몇 명이 탔는가"라는 단순해 보이는 사실조차 중립 기관이 아니라 특정 지분 구조를 가진 회사의 서버에서 나온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회사가 무엇으로 돈을 버는지는 다음 편에서 따로 다룬다.

한 가지 대칭을 짚어두자. 철도에는 버스에 없는 승객이 있다. 65세 이상 무임승차다.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2025년 서울교통공사의 무임수송 손실은 4,488억원이고, 공사는 이를 정부나 서울시 보전 없이 전액 자체 부담한다. 같은 환승 통행 안에서도 버스 몫은 준공영제가 보전하고 철도 몫의 상당 부분은 공기업 적자로 쌓인다. 요금이 어디서 걷히느냐가 아니라 손실이 어느 장부에 앉느냐가 이 산업의 진짜 지도다.

환승이 늘수록 회사 몫은 어떻게 줄어드는가

환승 횟수가 늘수록 통행 요금은 거의 그대로인데 나눠 가질 기관은 늘어나므로, 기관당 취득분은 가파르게 준다. 나무위키의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도 문서는 극단적인 경우 한 기관의 몫이 원래 받았을 요금의 20% 수준까지 내려간다고 정리한다. 승객 입장에서 네 번 갈아타는 이동은 대중교통이 잘 작동한다는 뜻이지만, 각 회사 입장에서는 반쪽짜리 승객이 넷으로 늘어난 것이다.

민영제라면 이 구조는 사업자에게 재앙이다. 실제로 1편에서 본 것처럼 경기도의 통합요금제 합류가 3년 넘게 늦어진 이유가 바로 버스회사 손실 보전 문제였다. 준공영제 바깥의 사업자에게 환승할인은 자기 요금의 일부를 제도에 내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준공영제 안의 서울 시내버스 회사에게 이 감소는 아무 일도 아니다. 어차피 수입은 공동 계정으로 가고 회사가 받을 돈은 원가 기준으로 정해지므로, 배분에서 얼마가 오든 회사 손익은 변하지 않는다.

여기서 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첫 번째 명제가 나온다. 서울 시내버스 회사의 매출은 승객 수와 분리되어 있다. 승객이 늘어도 회사 수입은 늘지 않고, 승객이 줄어도 수입은 줄지 않는다. 늘고 주는 것은 서울시 재정지원금이다.

승객을 상대하지 않는 회사는 무엇을 상대하는가

수입이 승객에게서 오지 않는 회사는 수입의 원천인 기준표를 상대한다. 서울 시내버스 회사의 손익을 결정하는 변수는 노선 경쟁력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표준운송원가의 각 항목과 실제 지출의 차이다. 원가표가 후하게 잡힌 항목에서는 아끼는 만큼 남고, 실비로 정산되는 항목에서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제도 설계자도 이 문제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울시는 운송비용 보전과 별도로 적정이윤을 지급하되 그 일부를 성과이윤으로 떼어, 연 1회 경영·서비스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승객이 만들지 못하는 경쟁 압력을 평가 점수로 흉내 내는 장치다. 이 장치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 원가표의 어느 틈에서 이윤이 자라났는지는 4편에서 회계 수치와 함께 다룬다.

시야를 정비업으로 돌리면 같은 그림이 보인다. 사고 수리에서 공업사의 매출은 차주가 아니라 보험사의 수가표와 견적 시스템이 정하는 금액에서 나온다. 고객이 아무리 많아도 수가가 눌리면 남지 않고, 수가표의 틈을 아는 회사가 살아남는다. 요금을 내는 사람과 돈을 주는 주체가 분리된 산업은 업종이 무엇이든 같은 방향으로 진화한다. 사업자의 시선이 고객이 아니라 지불자의 기준표를 향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 편은 이 판에서 유일하게 승객 수 그대로 돈을 버는 회사, 정산의 관문에 서 있는 교통카드 회사를 해부한다.

이 시리즈는 격주로 이어진다. 새 글은 뉴스레터로 받아볼 수 있고, 정비·검사 물량이나 제휴 논의는 운산 모빌리티 쪽으로 연락하면 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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